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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 특집 [제17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전통음악의 해석, 뿌리는 더욱 깊고 풍요로웠다
이동혁(2018-11-16 13:46:46)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근간은 전통과 세계다. 판소리, 산조, 정가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 소리의 소중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소리축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각 나라의 전통이 깃든 월드 뮤직까지 짚는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을 어떻게 해석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듯 그들 역시 같은 고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혹은 각 나라 민속 음악에 담긴 현재의 흐름, 미래의 경향을 들여다보고 비교하는 자리, 그것이 바로 소리축제의 주제다.



전통 음악과 전 세계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10월 7일 폐막 공연을 끝으로 닷새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날 오후 여섯 시, 전국 여섯 개 국악관현악단의 앙상블 릴레이 공연으로 시작된 폐막 공연 '대한민국 국악앙상블 대열전'은 전체 시나위 합주로 화려한 어우러짐을 선보이며 소리축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소리 판타지'를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에는 네덜란드, 세네갈,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팔레스타인, 스페인, 터키, 인도네시아, 일본, 타이완 등 18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으며, 150여 회의 공연이 펼쳐졌다. 전통 음악의 원형을 집중 조명한 굵직한 기획과 주류 음악 세계의 정형에서 벗어나 동시대 음악의 또 다른 가치를 보여 준 무대들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지난 3일 진행된 개막 공연 '소리 판타지'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6개국 80여 명의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즉흥에 가까운 집단 시나위를 연출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수준 높은 아티스트들의 절묘한 독주와 합주의 하모니가 갈라 콘서트 수준을 뛰어넘는 무대를 선보였다는 평이다.
음악의 집에서 진행된 '한국의 굿 시리즈'도 관심을 모았다. 단순히 무속 행위를 넘어 인류학적, 문화·예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굿에 대한 폭넓은 조명과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전통을 지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습무들의 열정을 통해 전통 굿의 오늘을 새롭게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서해안배연신굿을 시작으로 진도씻김굿, 강릉단오굿, 남해안별신굿, 동해안별신굿이 축제 기간 내내 푸진 굿판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소리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산조의 밤'도 더욱 풍성하게 채워져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마련한 '시나위-허튼가락'에서는 우리나라의 민속악을 대표하는 허윤정(거문고), 이태백(아쟁), 이용구(대금), 김청만(장구) 명인의 깊고 자유로운 연주를 통해 성음놀이와 장단놀이, 가락놀이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
지난해 축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광대의 노래'도 전통 춤 명인들과 함께하는 춤의 제전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호남산조, 예기무, 전라삼현승무, 살풀이, 태평무, 진주교방굿거리 등 전통 춤의 명맥을 잇고 있는 명무들은 단아한 몸짓으로 한국 전통 무용의 진수를 전했다.
월드 뮤직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야생 아프리카 음악과 재즈의 만남 '트리오 라이제거 프란예 실라(Trio Reijseger Fraanje Sylla)', 중세 음악의 새로운 해석 '오도앙상블' 등 새로운 음악 세대의 등장도 눈에 띄었다.
축제가 한창인 5일과 6일, 태풍 '콩레이'의 북상으로 일부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긴 했으나 신속한 대응과 알림으로 관람객들의 혼란을 최소화해 17년간 쌓아 온 안정적인 운영 노하우가 돋보였다.
소리축제 운영측은 태풍 상륙 전인 4일부터 야외공연장인 음악의 집과 마켓존, 푸드존, 홍보 시설물 등을 철거해 안전에 대비했으며 기상 변화에 따라 변경된 정보를 홈페이지와 SNS에 실시간으로 공지해 관객들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오송제 편백숲과 음악의 집 공연은 각각 모악당 로비, 연지홀 지하 연회장으로 변경돼 소리의 중첩과 울림이 불가피한 환경에서도 무난히 진행되었으나 더블스테이지와 레드콘 스테이지 공연은 전면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축제 공간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배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체험 부스를 중심으로 한 명인홀 앞 키즈존, 카혼·젬베서클을 비롯해 관람객 참여 공간으로 유의미하게 운영된 모악당 앞 리듬&플레이존, 연지홀 앞 음악의 집과 마켓존, 분수대 주변 푸드존과 사회적경제장터, 레드콘 스테이지, 그리고 오송제 편백나무숲 등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 공간을 밀도 있게 구성해 활용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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