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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 | 특집 [특별기고]
플라스틱 지구
문지현(2019-01-15 12:42:33)



우리는 정말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것일까?
아귀 뱃속에 플라스틱 생수병이 들어있는 사진을 어부가 환경운동연합으로 보내왔다. 머나먼 태평양 한가운데 미드웨이섬의 알바트로스, 인도네시아의 향유고래, 바다거북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내 지역 가까운 부안 칠산바다 황금어장에서 일어났다. 종종 아귀 뱃속에서 오징어나 가자미 같은 물고기가 통째로 나오곤 해서 내심 기대를 했던 어부는 페트병이 통째로 나와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깊은 바다 속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플라스틱 쓰레기인 줄 모르고 꿀꺽 집어삼킨 아귀는 헛배가 부르듯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지냈을 것이다.


아귀의 경고일까? 해양수산부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위해성 연구'에 따르면 전국 20개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현황 중 부안군 모항리가 1만4562개/㎡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구를 구하라는 사명을 갖고 태어난 셀룰로이드는 플라스틱의 시초
1860년대 코끼리의 상아는 당구공, 단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당시 미국 유럽에서 당구가 크게 인기를 끌자 덩달아 코끼리 상아도 수요가 급증했고, 이 때문에 코끼리들이 수난을 겪기 시작했다. 코끼리처럼 원료 공급으로 수난당하는 야생동물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을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 바로 셀룰로이드이다. 플라스틱이 이 땅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물을 살리기 위해 만든 것이 또 다시 동물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주는 바다생물의 사진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바다생물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의 삶과는 별개로 볼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는 생수, 생선, 조개류, 심지어 대기 중에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플라스틱이 존재하고 극소량이지만 사람 몸에 축적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이제 100년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고작 10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러모로 편리해서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래 91억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그 중 9%는 재활용되고 12%는 소각되었다. 약 55억톤은 바다와 육상에 쓰레기로 버려졌다. 그 결과 바다 곳곳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생겨났고, 55억톤의 플라스틱이 분해돼서 사라지려면 약 100~500년이 걸리는데 이론적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중 분해된 건 없다. 현재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고,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개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진짜 플라스틱 지구'이다.


현재 대한민국 플라스틱 상황
우리나라 분리수거율은 OECD국가 중 독일 다음으로 2위이다. 분리수거율이 59%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힘들게 분리수거한 용품 중 극히 일부만 재활용된다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의 두께부터 색깔도 다르고, 생산단계에서 재활용이 어렵게 제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을 분류해서 버린 셈이다.
1회용컵, 맥주페티병, 유색페티병은 재활용이 안된다. 재활용 가능 페트병 현황을 살펴보면 15만톤 중 1.75%만 재활용이 가능한 1등급 페트병이었고, 나머지 96.39%는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한 것으로 분류했다.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거나, 이물질이 혼입되어 소각 또는 매립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플라스틱 현실이다.


이제 plastic zero를 외칠 때다
이제는 조금 불편할지라도 다 함께 초록별 지구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플라스틱 제로' 를 외칠 때이다. 현재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안 만들고(생산), 안 주고(유통), 안 쓰는(소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 5만 기억하자. 5초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고, 5분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500년은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5분을 위해 500년의 시간을 버릴 수 있을까? 우선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커피전문점에서 차를 마실 때는 '머그잔에 담아주세요' '빨대는 빼주세요'라고 말하자.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꼭 사용하자. 또한 가장 쉽게 사용하는 일회용 페트병에 담긴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는 것도 플라스틱 제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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