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3 | 특집 [저널의 눈]
예술가를 품고 관객을 만나라
늘어나는 사설갤러리
이세영 기자(2014-03-03 18:03:53)

지역 미술계에 봄이 왔다. 적어도 기운으로는 그렇다. 전주를 중심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갤러리들이 문을 열고 있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기운이다. 우선은 바람이 반갑다.

미술관이 수집과 보존, 연구와 해석, 교육 등의 영역을 다룬다면 갤러리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을 진열·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자면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갤러리는 예술가들의 창작의 고통과 현실적 소망을 함께 담고 있다. 

지역미술의 거점이 되었던 공간, 예술가들과 관객이 만나고 소통하며 예술로 시대를 읽었던 공간. 이제 갤러리는 새롭게 예술가들을 품고 관객을 만난다. 그들, 새롭게 등장하는 갤러리를 환영하며 지역 갤러리의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본다.


명멸하는 

사설갤러리 역사


지역 사설갤러리들의 역사는 1972 월담미술관을 시작으로 백제화랑, 전북화랑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신미술 바람이 불던 1920년대부터 전시회가 있었고 미문화원, 전북도 공보관 이나 전주 아담다방, 이리 에덴다방, 군산 비둘기다방 등이 갤러리를 대신했다.

80년대 들어 온다라미술관, 얼화랑이 사설 갤러리의 맥을 이었고 즈음 전북예술회관이 본격적인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들어서면 문을 여는 사설갤러리들도 많아지고 상업성을 띠는 갤러리들도 등장한다. 솔화랑, 우진문화공간, 예루갤러리, 정갤러리, 민촌아트센터, 한마음갤러리, 서신갤러리, 현대아트센터, 경원아트홀 등이 대표적이다. 예술회관 전시장을 얻기 위해 밤을 지새워 줄을 섰다는 추억담을 이야기할 정도로 당시는 전시공간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선 사설갤러리들은 대부분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당시 언론은 명멸하는 화랑가를 지켜보며 위기를 지적했다. 항상 미술시장의 규모나 한계를 지적하는 모양새였다. 온다라미술관이 문을 닫을 때만해도 이슈가 되며온다라미술관 재설립을 위한 기금마련전 열릴 정도였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 이런 일도 일상이 무감각해져 갔다.


갤러리, 

전시만 하는 ?


2000년대 들어서 사설 갤러리들의 수는 이상 늘지 않는다. 도립미술관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규모 미술관들의 영향 때문인지 2007 교동아트센터를 제외하면 이렇다 사설갤러리의 등장은 없었다.

한참동안 침체기를 거치던 사설갤러리들이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특히 전주를 중심으로 사설갤러리들의 봄이 오는 보인다. 숨갤러리, 갤러리미루, 서학동사진관, 인드라망, 예인갤러리, 얼갤러리 손에 꼽기도 벅찰 정도로 많은 사설갤러리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갤러리와 카페가 공간을 차지하거나 카페와 공존하는 갤러리들을 포함하면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갤러리들의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인드라망 아카갤러리 서신갤러리 미술품을 팔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을 하는 갤러리들이 있는가 하면 얼갤러리 갤러리미루 숨갤러리 서학아트스페이스 서학동사진관 문화운동의 성격이 강한 곳이 있고, 지숨 목화 개념이 강한 곳도 있다. 

그런가하면 갤러리들은 복합적 성격을 띠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얼갤러리 갤러리미루 등은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서학아트스페이스는 작가가 직접 갤러리, 카페, 게스트하우스, 작업실을 운영한다. 이러한 경향은 90년대 중반 이후 생겨나기 시작한 개인작업실을 겸하던 이동근갤러리 이성재갤러리나 병원로비를 활용한 수갤러리, 카페를 겸하는 오스갤러리, 아트숍을 겸한 갤러리예감과 같은 갤러리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서학아트스페이스 김성균 대표는제가 미술을 하기 때문에 미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에너지를 만들 있겠다 이런 생각은 했다작가의 시점에서 운영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갤러리, 그러면서도 낯선 작가들도 만날 있는 갤러리가 되기 희망한다.


오래 살아남는


지역적 여건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사설갤러리들이 생겨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전주에 사설갤러리들이 급격하게 느는 상황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200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갤러리들이 늘었다 최근 사라지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전주의 상황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갤러리들이 늘었다 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90년대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일단 전시장을 찾는 애호가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와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할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만난 관광객은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전주한옥마을에서 현대미술을 보는 것이 새롭다지역작가들의 수준도 놀랍고 전시장이 많은 것에도 놀랐다 말한다.

전혀 다른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개관한 갤러리들의 대부분이 자가 소유라는 그리고 척박한 지역의 미술시장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든다. 갤러리 대표들이 베이비붐세대로 자금이 넉넉하고 문화공간에서 미술을 누리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할지라도 사설갤러리들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들은 있어 보인다. 작은 미술시장에서 미술품을 팔아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며 그렇다고 공공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설갤러리들이 상업적 냄새를 피우며 주머니를 차기에도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갤러리 대표들도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작지 않다. 사설갤러리들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거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교육과 놀이의 공간으로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생각들이 있는 모양이다. 교동아트센터 이문수 큐레이터는작은 골목에서부터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소규모 체험, 교육, 예술인과의 대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환경에 자꾸 노출시켜 줄것 당부한다.

미술시장마저 거대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 지역의 사설갤러리들이 새로운 문화를 향한 자그마한 싹을 틔웠다. 80 온다라미술관이 지역민중미술의 거점이 되었듯 새로 생긴 사설갤러리들이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꽃피울 거점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