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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특집 [특집]
"궁한 사람이 궁한 것을 이뤄간다"2001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광주 북구 문화의집
김회경문화저널기자(2003-03-26 16:40:08)

문화관광부가 전국 1천여개 문화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1 문화기반시설 운영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광주 '북구 문화의 집'.
북구 문화의집 김호균 상임위원을 통해 바람직한 문화의집 운영 방안을 들어봤다.

▲ 광주 북구 문화의집은 언제 설립됐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 북구 문화의집은 1997년 10월 개관했는데, 당시 북구 문화의집의 운영주체는 '북구문화의집 운영위원회'였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고, 운영위원들은 행정 및 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그러나 처음 이 운영위원회는 실제 운영 측면에서는 직접적 개입이 불가능한 형식적인 조직이었다. 때문에 형식은 민주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면에서는 전문적이지 못한 행정 공무원이 비상근하면서 문화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용직 직원이 문화의집을 운영하는 형태였다.
문화의집 운영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했는데, 문화의집에는 문화기획 전문가나 경영전문가가 운영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요 요지였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이 점을 수용하고 개선하기 위해 문화예술경영에 있어서 전문적인 사람을 상임위원으로 위촉해 고질적인 난맥상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상임위원은 일종의 상임이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비상임운영위원은 상임위원 및 운영위원장이 계획하고 집행하는 예산, 사업계획을 심의 의결·평가하는 장치인 셈이다.
북구 문화의집은 운영상의 실질 책임자인 상임위원과 직원 2명, 그리고 2∼5명의 공공근로를 활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구문화의집 운영위가 광주문화자치회의로 명칭을 변경하고, 위원회 성격에서 탈피해 광주광역시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로 운영의 난맥상을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치단체와 맺은 계약서상에 운영책임자(상임위원)는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로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어 문화의집의 전문성확보방안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 북구 문화의집이 지난해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는데, 개관 이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 운영책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소중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없다. 하지만 굳이 프로그램의 성과를 말하라 한다면 일반 사회교육프로그램의 전문강사를 자원봉사자로 유도하면서 나눔의 지역공동체 실현, 프로그램 운영비 절감, 다양한 프로그램 활성화를 이룬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수만 하더라도 30여 가지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보통 주민의 욕구는 있다고 판단되지만 수가 적은 프로그램은 폐강되기 일쑤인데, 순수 자원봉사자의 수고로운 땀 덕택으로 폐강되지 않고 수강인원이 단 몇 사람인 프로그램도 유지가 된다.
또 개성적이면서 특색 있고 다양한 전시·공연·강연·세미나·행사 이벤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문화의집 운영 미션(Mission)과 목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기획을 해왔다. 지역성을 살린다는 개념이 운영의 핵심이다.
▲ 문화의집 운영에 있어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전략이나 철학이 있다면.
△ 실질적으론 부족한 것이 많지만, 문화민주주의 구현과 문화공동체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다. 문화의집은 가장 기초 단위의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이다. 하지만 운영자들이 이를 간과하곤 한다. 굳이 독일사회문화센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문화민주주의 구현은 지방자치시대의 핵심적 관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화의집 운영철학은 '궁한 사람이 궁한 것을 이룬다'는 개념을 적용하고 싶다. 우리 속담에 '궁하면 통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만, 그 궁한 것을 결국 사람이 이룬다는 뜻이다.

▲ '북구 문화의집' 하루 이용객과 호응이 가장 높은 이용자 계층은 누구인가.
△ 숫자는 문화의집 운영 내용을 볼모로 잡는 수가 있다. 숫자는 내용을 외연화하는 중요한 그릇이지만, 잘못하면 그 그릇의 형식에 갇히고 마는 물과 같은 모양일 수 있다. 그래서 이용객 숫자를 관리하면서도 그것에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북구 문화의집은 연 평균으로 따지면 3백20명 정도다. 다른 문화의집과 비슷하게, 호응이 가장 높은 계층은 주부와 학생이다.

▲ '북구 문화의집'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다양한 문화단체들과 적극 연계함으로써 인력과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다져온 것으로 보인다. 문화의집이 안고 있는 고민 가운데 하나는 타 문화예술단체들과의 중복 사업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가.
△ 우려가 없지 않다. 같은 동네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행해진다는 것은 예산과 노동력의 낭비라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정서를 간파하는 기획력과 문화프로그램의 네트워크화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선 문화기반시설과 각종 단체간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역 속에서 주민이 직접 호흡할 수 있는 문화 활성화의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중복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민주적 개념에서 주민참여의 문제가 이같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 고리라고 본다.

▲ 문화의집을 운영해 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 그리고 북구 문화의집의 앞으로의 운영계획이 있다면.
△ 문화의집은 물로 치자면 그릇이고, 물고기로 보자면 어장이다. 그릇은 물의 모양을 만들고, 어장은 물고기를 헤엄치게 하는 곳이다. 생존의 조건인 셈이다. 이 생존의 조건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존의 정당성을 자신의 주위로부터 얻어내는 일이다. 북구 문화의집도 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놀고 공부하고 일하는 시대를 위해 갖가지 운영계획을 꾸려야 한다. 이를 이루어갈 중심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문화의집이 무엇 때문에, 왜 세워졌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할 때 비로소 우리가 처한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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