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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 특집 [저널의 눈]
전주시 문화시설 민간위탁
이세영・임주아・황재근 기자(2014-02-05 14:11:26)

유료임대로 길찾겠다는 이 무모함


전주시가 민간위탁했던 한옥마을 문화시설 일부를 유료임대로 전환하면서 문화시설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이 재 점화됐다. 지난해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청명헌, 삼도헌 등 4개 시설을 유료위탁으로 전환한 전주시의 방침이 도화선이었다.

10년 사이, 한옥생활체험관처럼 유사한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담당해야 할 역할과 비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시설과 그렇지 않은 시설로 구분하고 유료임대를 실시하는 것은 한옥마을의 상업화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3년 민간위탁, 바람 잘 날 없었다

 

전주시의 문화시설 민간위탁의 역사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 5개 문화의집을 시작으로, 이듬해 한옥마을에 새롭게 들어선 전통문화관 최명희문학관 공예품전시관 전통술박물관 한옥생활체험관과 역사박물관도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화시설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전주시의 전략이었다.

전례가 없었던 탓에 전주시와 운영주체 간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민간위탁 시설들의 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문화시설의 민간위탁은 문화인력의 대규모 이동을 촉발했던 만큼 전문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며 상승효과를 보였다. 2005년 전주시가 실시한 ‘민간위탁 문화시설 경영평가’에서는 한옥생활체험관과 전통술박물관이 80점대의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고 전통문화관, 공예품전시관, 역사박물관도 75점대를 받았다. 타 지자체에서 전주시의 성공적인 민간위탁 운영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자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 전주시는 예산절감과 위탁 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고려하겠다며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전면 재검토를 갑작스레 선언한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한옥마을 시설이었다. 5개 한옥마을 민간위탁시설과 역사박물관에 대해 전주시는 민간위탁 유지, 직영 전환, 무상위탁 전환, 임대시설 전환의 네 가지 방안을 검토했지만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계획’이라는 문화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민간위탁 성과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하지만 지난해 9, 위탁이 만료되는 한옥마을 시설들에 대한 유료 위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11 6일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청명헌, 삼도헌 등 4개 시설의 유료위탁은 현실이 됐다.

전주시는 그동안 민간위탁이 보조금을 받다보니 적극적인 서비스를 하지 않거나 공공적인 측면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유료위탁이 이러한 문제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주한옥마을 사업소 은희영 소장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들에 시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삼도헌과 청명헌이 유료로 전환된 것에 비해 한옥생활체험관이 보조금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공예품전시관도 전체운영비의 6.4%만이 전주시의 보조금인 만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시설이라고 판단했다”고 유료 위탁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설 관계자들은 전주시의 지적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10여년 민간위탁 시설들이 얻어낸 성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문화계 전문가는 “민간위탁 시설들이 없었다면 한옥마을이 자리 잡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정확한 성과와 문제를 짚어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주시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설관계자들은 4기째를 맞는 민간위탁 시설들에 대한 적절한 평가나 새로운 운영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유료위탁으로 전환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시설 관계자는 “정책전환에 관한 공청회나 토론 한번 없이 전주시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문제”라며 “문화전문가나 시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유료전환과 관련한 여론 수렴을 거치는 중간과정이 있었어야 했다”고 전주시의 사업진행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유료위탁, 공공성 훼손 뻔한 일

 

전주시의 유료위탁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공공성의 훼손이다. 매년 수탁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만큼 위탁 운영자들이 상업적인 부분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설관계자는 “사용료를 내고 수탁한 시설에서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상업적으로 변했다고 질타 받는 한옥마을이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윤걸 예원대 교수도 “전주시의 시설이 한옥마을 신생 민간시설들에게 기준이 되어 왔지만 이제 타 상업문화시설과 똑같은 수준으로 바뀌면서 최초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전주시는 유료 위탁이 공공성을 해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일례로 전주시는 ‘전주시공예품전시과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통해 전체 상품의 90%를 “전라북도 내 생산 공예품의 전시판매로 한정”하고 “판매수수료는 판매가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어 과도한 이윤을 내지 못하게 하거나 지역 작가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은 소장도 “시설들이 요금을 올린다거나 할 때는 시청에 보고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협약서와 운영규정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고 관리감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시의 입장에 대해 문화관계자들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위탁시설들은 수익금 전액을 시설에 재투자해왔지만 유료위탁 시설은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공공성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 새 수탁 단체들이 수탁사용료를 내면서까지 전주시의 관리를 수용하겠느냐는 의문과 전주시의 관리감독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오히려 수탁기관의 전문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전주시가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 관리와 감독을 많이 했던 그동안의 위탁체계에 비춰 볼 때 “관리감독이 많아질수록 주체적인 사업진행을 할 의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전주시의 일방적 행정은 그간 제기됐던 소통의 부재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줄어드는 예산으로 전문성 확보는 불가

 

전주시의 유료 위탁 정책은 해묵었던 수탁기관 관계자들의 불만들을 터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매년 예산절감이라는 이유로 줄여온 보조금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줄어든 보조금으로 “열악한 급여와 복지, 환경 속에서도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해 온 직원”을 돌봐야 했던 시설관계자들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새로 지어진 한지산업지원센터와 3대문화관을 뺀 5개 문화의집, 5개 한옥마을 시설, 역사어진박물관 등 위탁문화시설의 2013년 예산은 17 572만원으로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전주시의 59개 민간위탁시설 예산 중 문화시설 예산의 비중은 4.8%에 불과해 예산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줄어드는 예산이 민간위탁 시설 직원의 전문성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기획을 하기에도 빡빡한 예산으로 전문성있는 직원을 채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시설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강현정 전주문화의집협회장은 “연 8천만원의 예산으로 전문 문화인력 3~4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예산의 효율성은 차치하고 직원 처우가 전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시설에 대한 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복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민간위탁경영연구소 배성기 소장은 “직원들의 만족도와 재교육 문제는 발주처의 책임도 있다”며 “운영비용을 책정할 때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한 재교육을 통해 기술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그것이 다시 조직 내에서 전파될 수 있도록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기

 

이런 논란 속에서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설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더불어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법과 조례상 민간위탁이 가능한지, 운영주체에 따른 효율성은 있는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맞는지, 전문기술이 필요한 분야인지를 판단해 민간위탁시설 유무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간위탁에 맞지 않는 시설은 직영이나 공단의 형태, 책임운영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국립중앙극장이나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재단법인의 형태로,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등도 책임운영기관으로 성공적 운영을 하고 있으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예산과 인사권에서 자율성을 보장받는 사업소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옥마을사업소, 전통문화과, 한스타일관광과가 나누어 맡고 있는 민간위탁시설들을 서울시의 경우처럼 일원화된 컨트롤타워를 통해 전문성과 공공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이다.

위탁시설들에 대한 평가도 병행해야 한다. 2010 TF팀을 구성해 변화된 한옥마을 지형도에 맞는 시설 평가안을 내놓겠다던 전주시의 약속을 이제라도 지켜야 한다. 재무적 평가뿐만이 아니라, 이용자만족도, 종사자 만족도, 프로그램 평가, 직원 재교육, 전주시와 위탁단체의 지속적 소통구조 등 다양한 각도에서 합리적인 평가틀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성을 정의하고 그에 맞는 평가가 내려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민간위탁경영연구소 배성기 소장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위탁기관의 전문적인 마케팅력, 기획력이 충분히 발휘됐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발주처에서 위탁기관이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했는지도 봐야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에 압박받으며 갈 길을 잃은 민간위탁제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성과 효율성을 담보하자는 민간위탁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민간위탁제도 자체에 대한 전주시의 근원적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