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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특집 [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
사업 추진 한창이어도 소외감은 여전하다
6.부안 : 부안 현대문화의 과제와 현황
황경신 기자(2003-07-03 13:53:5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부안의 변산반도입니다'

겨울의 바닷바람이 매서운 부안의 초입부터 '제2회 변산반도 해넘이 축제'가 부안 군민들과 찾는 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현재 부안에서는 지난해부터 낙조의 장관을 내세운 해넘이 축제와 매년 여름이면 변산반도 해안을 뒤덮는 피서객들과 함께하는 변산반도 축제가 열리고 있다. 부안 출신의 문인과 학자들의 조명 ?은 이들은 이를 다행스러우면서도 부끄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1974년 매창시비를 세우고 그이전인 1961년부터는 매년 4월말에는 매창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매창문화제는 제사를 모시고 백일장, 사생대회 등의 기념행사를 치러오고 있다 .

신석정 시인의 기념사업도 지속적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신석정 시인의 제자들과 지역 문인들이 주축이 돼 꾸려진 '석정문학회'에서는 매년 『석정문학』을 발행, 올해 13집을 내었고, 시비와 기념비 건립, 석정의 고택 '청구원' 복원 사업도 완료됐다. 또한 매년 석정문학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반계제전위원회와 부안군이 함께 벌이는 반계제전 또한 옛 학자를 조명하는 주요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변산 우반동에 들어와 『반계수록』을 집필한 실학자 유형원의 문화사업은 지난해 1월부터 유적지 정비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문화유적 정비사업으로는 백제 부흥운동을 위해 백강싸움 유적지와 동학혁명군이 백산기포를 한 장소인 백산성의 경우 그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부안군은 백산성 정비사업에 대한 용역을 완료해 놓은 상황. 용역계획서에 따르면 오는 2003년까지 기념관 건립, 휴게공간 마련 등 백산성지를 부안역사의 본질과 역사적 의의 그리고 동학관련 역사적 사실 등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향토역사 인식의 교육장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백산성 정비사업의 주안점은 백산성지 유적과 유물을 발굴, 보존, 전시하는 전문적인 성격의 전시관(기념관)마련이다. 백산성지 및 동학과 관련된 제자료뿐만 아니라 부안의 역사와 향토사에 대한 자료 수집, 발굴, 조사, 정리보존, 전시기능을 통한 향토사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부안 보안면 유천리 도예촌 조성작업도 추진중에 있다. 이곳은 도요지 37기와 진서면 도요지 40기, 보안면 우동리의 3개소에 산재하고 있는 가마터가 총 81개소에 이르고 있음이 이미 조사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이곳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이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이다.

군에서는 전시관, 보호각(1999년 시공) 체험관, 판매소, 도자기 제작소 등을 설치해 도예촌을 조성, 소규모 민속마을과 지역특산물 판매센타를 조성하고 주변에 주말농원과 관광농원을 연계해 나갈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많은 기념사업이나 역사유적의 정비, 복원사업 등 문화관광사업은 활발히 전개되고 있긴 하지만 현재 부안군민이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제반시설이나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다할 문화공간은 현재 올해 개관한 도서관 한 곳이 전부다. 곧 개관하게 될 예술회관의 경우에는 착공 5년이 넘도록 진척이 부진해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애를 태웠고, 개관을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 운영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안 예총 또한 1995년 창립됐지만 지금의 활동은 창립 당시보다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창립 당시만해도 문인·음악·미술·국악·연예협회 등 모두 5개의 협회가 창립돼 활동을 벌였지만 현재는 문인협회와 미술협회, 음악협회만이 남아있다. 더욱이 미술협회와 음악협회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넘이 축제를 비롯해 군민의 날 행사, 변산 해변축제 등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관광객 유치에만 목적을 둔 이벤트성 행사일뿐 기획단계의 참여나 행사에서도 정작 주민들은 소외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갈만한 문화공간, 극장 한곳없는 이곳에서 그나마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것이 있다면 무료로 열리는 여러 강좌 프로그램들이다.

부안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운영, 사군자, 서예, 수채화 강좌 등 8개 강좌가 실시되고 있으며 여성회관에서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요리 등의 생활강좌를 해오고 있다. 또한 뜻있는 지역인들이 모여 만든 '부안시민문화모임'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다도강좌나 장터 운영을 비롯해 지역문화에 대한 강의 마련, 얼마전에는 영화상영을 위해 빔프로젝트를 구입해 영화상영을 준비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부안 주민들의 아쉬움은 몇백년의 세월을 간직한 지역의 문화유산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풍부한 문화적 자산이 많아도 이를 발할 통로가 마련되지 못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도 파괴돼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굵직한 기념사업, 정비사업 모두 관광사업으로의 연계 선상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안군의 문화사업과 축제의 현장에서 그동안 그것들을 지켜오며 자긍심으로 키워내고 있는 주민들의 참여가 배제되는 관주도의 정책집행은 부안군이 하루빨리 인식을 달리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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