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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특집 [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
공동신앙의 구심체, '돌의 문화'를 일구다
6.부안 : 다양함 깃든 민속문화
김회경 기자(2003-07-03 13:55:51)

"골 바깥은 모두 소금 굽고 고기 잡는 사람들 집이며 산중에는 기름진 밭이 많다. 주민들이 산에 오르면 나무를 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고기잡이와 소금 굽는 것을 업으로하여 땔나무와 조개 따위를 값을 주고 사지 않아도 풍족하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부안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호남평야의 남서부에 위치하면서 변산반도와 서해상의 섬들로 이루어진 부안은 산과 들, 갯살림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산과 들, 갯벌과 바다는 부안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풍속을 규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되어준다. 때문에 부안의 민속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문화형태들을 대면할 수 있다.

거센 풍랑을 잠재우고 풍어를 기원하던 옛 사람들의 바람은 '굿'이라는 전통적 푸닥거리의 형태로 전해져 왔으며, 마을에 닥친 재앙이나 시련을 극복할 공동 신앙의 구심체로서 '돌'을 활용했던 당산 등이 부안의 대표적 민속문화로 꼽힌다.

이들의 문화는 자연을 이기고 거부하기 보다는 그 힘에 순응하거나 의존하면서, 또는 자연조건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부안 전역에 걸쳐 가장 넓게 분포돼 있으면서 대중적인 민속문화의 흔적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당산'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부안읍을 중심으로 동문과 서문, 남문의 각 경계점에는 길고 튼튼한 석간이 세워져 있는데, 이 석간은 마을 들목을 지키면서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 역할을 맡아 왔다. 부안읍성의 세 성문안에는 지금까지도 당산입석이 훼손되지 않고 전해져 오는데, 주민들은 이 당산 석간이 병마와 잡귀, 역신은 물론 침략자까지 막아준다고 믿음으로써, 공동 신앙의 구심으로 삼아 왔다. 지금도 부안군민들은 격년제로 당산제를 모시며 이같은 풍속을 이어오고 있다. 당산제에서는 풍악을 울리며 신명나는 굿놀이가 진행되는데 이때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남녀 가 편을 이뤄 줄다리기를 벌인다.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 때문에 여자가 이 이기도록 지형과 인원수를 유리하게 배려하면서 승패를 떠나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유쾌하게 어우러진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에는 그 줄을 당산 석간주에 동여매 옷을 입혀 보호한다.

이밖에 당산의 형태는 석간주 뿐만 아니라, 돌솟대와 돌장승, 고인돌 등의 형태로 곳곳에서 목격되는데 이는 부안 특유의 '돌 문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랄 수 있다.

부안의 '돌 문화'는 해로를 통해 빈번하게 침략해 들어오던 왜구의 횡포를 막고, 갯마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정신적 지주로서 뿌리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섬 마을 사람들의 삶으로 눈을 돌려보면, 위도의 띠뱃놀이가 대표적인 민속문화로 전해진다. 이 띠벳놀이는 흔히 '띠뱃굿'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월 초사흘부터 보름까지 벌어지며 짚으로 엮어 만든 배를 만들어 그 안에 꼭두각시와 밥, 그리고 주민들의 소원을 담은 종이를 바다에 실려 보내면서 진행된다. 이 굿은 풍어를 기원하고 마을의 액운과 질병을 막는다는 의미로 치러지며, 띠배는 바닷 사람들이 용왕님께 바치는 일종의 공물이며 신앙의식인 셈이다.

'계화미'로 유명한 계화도 간척지에는 청년들에 의해 봉수제가 전해온다. 옛날 통신수단으로 사용되던 봉수대는 계화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 1995년 새롭게 복원돼 계화청년회에서 해마다 제를 올려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 봉수대는 남으로는 대항리 점방산에 있는 봉수대와 연결되고 북으로는 김제 진봉면 심포 길곶봉수대와 연락되는 중간 거점으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농경문화의 꽃이라 할 '들노래(농요)'는 아쉽게도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들노래의 탄생을 가능케한 두레 등의 공동체 문화가 농업의 기계화 등으로 점차 위축되면서 들노래도 자연스레 그 맥이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농삿일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여럿이 함께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던 들노래는 부안지역의 경우 말린 벼를 져 나르는 '등짐노래'나 김매기때 불려진 '김매기 노래' 등이 대부분이다. 흥겨움을 북돋는 가락에서부터 구슬픈 가락에 이르기까지 감정 상태에 따라 노래의 쓰임도 매우 다양했다.

영농의 과학화·기계화 등에 떠밀려 농촌의 공동체 문화가 차츰 흔적을 잃고 있는 현실은 부안지역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옛날 마을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공동의 문화를 일구었던 풍속은 이제는 책자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흘러간 옛 기억으로 잊혀져 가고 있다.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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