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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특집 [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
4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향토사학의 열정
6.부안 : 부안향토문화대학 김형주 학장, 부안군 농민회
(2003-07-03 13:59:59)

향토사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실사를 통해 부안의 정체성을 세워가고 있는 김형주씨.

부안 토박이이면서 부안여고 교장을 지낸 김형주 씨는 현재 부안향토문화대학의 학장으로 활동중이다. 70이라는 고희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 학장은 부안의 마을 이름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고 이를 알려나가는데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부안 곳곳을 발로 뛰며 옛 전통이 살아숨쉬는 곳이라면 어디든 빼놓지 않고 찾아다녔고, 마을마다 전해오는 구전민요나 들노래를 직접 녹취하고 기록화하는 작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작업은 30대부터 시작된 깊은 향토애의 발로이기도 하다.

향토문화대학 역시 그의 이런 노력을 부안군민들에게 풀어놓으려는 또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부안의 지역언론인 '부안저널'을 통해 4백34개에 달하는 마을 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93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고, 2001년에는 이를 단행본으로 엮어 발행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우선은 민속에 대한 그의 관심이 바탕이 됐지만, 한가지 중요한 점은 그의 작업이 후학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이름이 집대성돼 있는 자료나 책자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근거없는 자료들만 무성한 현실을 보면서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작업이 후학들을 위한 밑거름이 될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보람을 느낍니다."

5년전부터는 향토문화대학을 건립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향토사와 민속문화에 대한 강의를 맡고 있다. 강의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답사를 다니면서 진행된다.

"생각보다 노인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관 차원의 지원이나 관심이 적어 서운한 부분도 있죠. 젊은이들의 관심과 관의 지원이 함께 진행될때 세대를 이어가며 부안문화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남아 있는 숙제들이 많다고 봐야죠."

그러나 부안저널에 연재된 글을 보고 간혹 서울이나 전주 등 외지에서 격려나 문의가 들어올때면 이런 시름도 잠시 잊게 된다고 말한다.

"저의 작업은 지역민을 일깨워주고 부안 문화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통문화가 오롯이 살아 숨쉬는 고장이라는 자부심, 그것을 일깨우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30대부터 시작해 40년을 이어온 그의 쉽지않은 작업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부안문화의 든든한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살아나는 우리 문화
부안군 농민회

지난달 5일 부안읍 시가지에서는 농민들과 농기계로 가득찼다. 농가부채해결과 농축산물 가격 보장을 위한 2차 농민총궐기 대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궐기 대회지만 부안군 농민회는 요즘 이 투쟁사업이 아니어도 너무 많은 사업들이 한창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해 농민회에서는 대중성있는 농민운동의 고민의 결실들을 본 한해이기도 했다. 과거 한해 농사를 기원하며 투쟁을 벌이던 영농발대식이 부안 곳곳의 면단위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물꼬를 튼 곳은 상서면. 상서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진원 사무국장의 발상이었다.

"농민운동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띄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하게 폭을 넓혀 사라져가는 우리문화도 되살려보는 일도 좋을 것 같았죠. 식자층이나 일부 대학생들이 사라지는 문화들을 재연해 내고는 있지만 농민들이 있는 현장에서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이러한 생각에 과거의 '용신제'를 지내보기로 했다. 한해 농사에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물'. 풍년을 기약하던 용신제를 위해 민속학자에게 고증도 받아보고, 부안출신의 아는 작가에게 용단기 제작을 부탁했다. 이렇게 물꼬가 트인 용신제가 이제는 상서면을 비롯한 몇몇 면단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농민회에서는 신년 하례식 겸 열리는 정월대보름에도 특별한 행사들이 벌어진다.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모여 장승깎기 교육, 우리 옛문화의 소중함에 대한 강좌를 듣기도 하고, 아이들은 직접 연을 만들어 날려보기도 한다.

이렇게 농사짓는 일과 우리 문화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안다는 것을, 공동체문화의 소중함을 알게 된 이들은 상여소리 배우기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예전의 것 그대로 하기는 힘들어도 마을마다 상을 치를 때 소리를 내어줄 정도로는, 떠나는 자리에서도 서로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배워보겠다는 다짐이다.

젊은 손이 귀하기는 부안군 농민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은 오늘도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모여 얼마전 입장을 반대입장을 밝힌 새만금 사업과 농민회 홈페이지 개설에 대해, 또한 올해는 어떤 작물들이 조금이라도 덜 손해를 볼 것인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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