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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 | 특집 [저널초점]
민간 어학기관이 프랑스 문화원 분원으로 치장한 이유
장세길 기자(2003-07-04 11:18:47)

때론 현상이 본질을 혼돈케 한다.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한 채 곁가지만을 보고, ‘별 문제 없네???’라는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그냥 그렇게,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말로 ‘메스’를 대야할 곪은 자리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곪은 속을 보지 못하고 피부의 생채기만 본다면, 혹은 곪은 속을 알면서도 ‘좋게 좋게’ 해석하며 생채기에 ‘빨간약’만 바른다면, 그것은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5월 16일 개원한 ‘전주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의 유치(?)를 둘러싼 논쟁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개원이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건 아닌데…”라는 우려부터 “문화사대주의의 발상”이라는 혹독한 비판까지 일고 있다. 
어찌보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고, 새로운 문화공간이 하나 생겼다고 ‘좋게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또는 “불문학의 위기에서 나온 불문학 관계자들의 위기의식에서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제대로 된 문화공간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역성을 낼 수도 있다. 당연히 앞으로의 운영방식이 중요한 문제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개원의 문제는 단순히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프랑스 문화원을 유치했다”며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화상메시지에서 월드컵 유치와 맞먹는 ‘커다란 성과’라는 의미를 전한 국회의원을 보더라도, 1천만원이라는 예산을 지원한 전주시의 의지를 보더라도, 빈틈이 없을 만큼 개원식장에 꽉찬 지역의 각계 인사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이번 개원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결코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려되거나 지적되는 문제를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이곳이 전주시와 관계자들의 강변처럼 프랑스 문화원이냐? 또는 단순히 민간 어학기관이냐? 라는 개념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곳에서 프랑스 문화를 향유할 수 있으냐? 없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민간 어학기관이라도 프랑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프로그램을 강화시키는 것은 이곳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개원이 있기까지 전주시와 사회 각계 인사들이 보여준 전주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을 바라보는 ‘입장’에 있다. 
기업과 예술을 묶어주는 메세나 차원에서 이번 개원의 의의를 찾지만, 여타 활동에는 찾아보기 힘든 메세나 운동이 이곳에선 왜 이렇게 수월하게 진행됐을까? 새로운 문화패러다임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문화의 집’을 비롯해 지역대중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더없이 필요한 기존 문화공간의 경우 운영비가 부족해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보면 이번 개원은 지역문화예술인에겐 부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주시가 “문화사대주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조건은 받아들이는 쪽의 자세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힌 ‘문화사대주의’에 대한 반비판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유치’의 문제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민간어학기관이 적극적으로 유치돼야 할 단체인가 라는 질문에 명확한 해명도 뒤따라야 할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전주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의 개원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문제를 굳이 들추고자 함은 어떤 일이든 결과에 앞선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은 원칙위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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