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1.1 | 특집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군산 1
관리자(2011-01-06 14:31:50)

지역문화 다시보기 - 군산 1 변화의 물결 속에서 희망을 보다 


“에두르고 휘몰아 멀이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 『탁류』중에서 

굴곡진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곳 군산은 항구도시다. 바다를 낀 대개의 도시가 그러하듯 군산역시 수없이 많은 굴곡을 지닌 곳이다.오래 전, 군산은 무역로와 조운의 주요 기항지이자 중요한군사기지였다. 그러나 개항 후 군산은 서양열강의 욕망이 가장 먼저 뿌린 내린 곳이자 일본 식민지 정책구현의 전진기지였다.그 시기 군산은 급격히 발전해 호남 최대의 도시로 성장했으며, 조선 제1의 쌀 수출항이 됐다. 당시 일본은 군산을 거점으로 호남에서 생산된 쌀을 수탈해갔다. 그때 세워진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군산세관 구청사, 동국사, 구 나가사키18은행 군산지점, 부잔교, 미곡창고 등과 같은 건물들은 아직까지도 군산 지역곳곳에 남아 있다.그러나 군산에 수탈의 역사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군산은 3.1 만세운동과 옥구농민항일항쟁, 임병창 장군 의병활동등 다양한 민족운동이 일어난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해방후인 1960~70년대에는 합판산업을 주도하면서 지역경제의호황기를 누리기도 했다.하지만 이후 새로운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산업이몰락하고, 국가정책으로 배제되며 낙후한 도시로 전락하고만다. 척박한 토양에 피어난 한줄기 희망 그동안 군산의 문화예술분야는 상당히 침체돼 있었다. 

군산시립예술단의 경우 교향악단과 합창단 두 단체만이 존재해다채로운 문화예술활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과 같은 마땅한 문화예술공간과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였다. 또한 해마다 개최되는 축제와 행사 역시 대부분 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끝나는 소모성 행사로 많은 논란을 낳고있다.그나마 다양한 민간문화예술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이 척박한군산의 문화예술에 한줄기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군산의 문화예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러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산시의 적극적인 행보다. 군산시는 지난해 4월 새만금 방조제 개통 이후새만금문화관광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이다.

‘군산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은 군산의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침체된 원도심 지역을 활성화하고, 새만금과 연계한 근대문화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추진되는 사업이다. 현재이 사업은 크게 근대건축물(옛 조선은행, 일본 제18은행, 대한통운창고, 미즈상사)을 활용해 예술창작공간을 조성하는‘예술창작벨트조성사업’과 군산내항을 중심으로 번영했던월명동 일대를 근대역사문화거리와 문화예술 창작공간 등으로 재조명하는‘근대역사경관조성사업’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군산 출생인 소설가 채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연극문화제와 콘텐츠 공모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시민도슨트 양성 프로그램도 준비해 군산시민이 직접 근대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고 안내할 수 있도록 마련할 예정이다.100년 전 새긴 군산의 아픈 상처가 새로운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군산시는 경유형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의 도약을 위해 다양한 관광기반시설과 콘텐츠 확충에도 전념하고있다. 이미 군산의 대표적인 휴식처인 은파관광지에 조경휴게소와 연꽃데크, 물빛다리, 공연무대 등을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월명공원에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금강호에 생태습지와 보행자도로,유스호스텔 신축 등을 추진해 관광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군산시는 군산문화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화재단의 건립을 통해 군산 문화예술의 체계적인 진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창작 문화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군산시 지곡동에 대형문화예술공간이 군산예술회관이 건립되고 있는 가운데 군산문화재단의설립까지 더해져 군산의 문화예술분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 필요 하지만 최근‘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에서부터‘고은 문학관건립’까지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시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지역의 역사와 특성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되는 작업들은 금방 소멸될 공산이 크다는 의견이다. 참여자치 군산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근영 씨는“전주의 경우 전라감영이있어 오래 전부터 도시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며“군산역시 도시연구를 기반한 도시사업이 진행돼야 체계적으로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군산의 문화예술분야 행정조직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개선돼야 하는데, 전주시는 1998년부터 문화예술행정전문가를 채용해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행정정책을개진했다”며“그러한 전문가가 행정과 민간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하며 시의 문화예술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군산시 역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행정전문가에대한 공모제와 평가시스템,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보다전문적인 행정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군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현재군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문화예술단체는 문화공동체감, 극단 사람세상, 진포문화예술원, 어린이국악관현악단 등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시의 지원과 관심은 지극히 미비한상태다.

진포문화예술원의 경우 20년이 넘도록 활동하며‘정월대보름 풍물한마당’, ‘청소년문화존사업’, ‘한여름밤의 문화공연’등과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군산의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은 녹록치 않다.지하에 위치한 공간 특성상 여름이면 비가 새고, 겨울이면추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극단 사람세상 역시 1997년에 창단해 10여 년이 넘도록 지역연극계를 지켜오고 있지만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극단 활동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수많은 단원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여러 차례다.최근에는 독립무대, 마중 등과 같은 연극단체가 생겨 지역연극의 뿌리를 더욱 두텁게 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이다.이밖에도 여러 민간문화예술단체들이 재정적, 공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진포문화예술원의 백양기 사무국장은“지역의 문화예술이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에서 주도하는 행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민간문화예술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며“물론민간문화예술단체의 자생력은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단체들이 열악한 지역환경 속에서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밑거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처럼 군산은 최근 가장 격동적인 변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시민들은 이를 통해 관광수입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와일자리창출, 그리고 도시재생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군산시가 추진하고있는‘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 ‘군산문화재단 건립’, ‘고은문학관 건립’, ‘군산예술회관 건립’등과 같은 사업은 단순한 도시사업이 아니다. 이는 앞으로 군산 문화예술의 중축이될 중요한 거점이다. 때문에 지역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신중한 사고가 수반되어야 한다.또한 군산이 앞으로 더욱 풍성한 문화예술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시와 지역문화예술인과의 교류와 소통이 꼭 필요할 터다.군산의 희망찬 발걸음이 지역문화에 싹을 틔우고 꽃피우길기대해본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