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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 | 특집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군산 5
관리자(2011-01-06 14:32:35)

지역문화 다시보기 - 군산 5 ‘근대시설 공사’와‘근대문화 공부’ 그 우선 순위의 행방 - 이근영 문화기획자


군산 근대문화유산지역에‘있는 것’과‘없는 것’ 

내항을 끼고 군산시 구도심에 들어서면 월명동, 신흥동지역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붉은 벽돌의 히로쓰 가옥(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을 만나면 시간은 본적도 없는100년 전으로 달아난다.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집으로 근세 일본 무가의 고급주택인 야키형식의 대규모 목조주택이고 건물 사이에는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다. 건축물 하나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찬찬히 구조물을 들여다보노라면‘누가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궁금함이 밀려온다.건축물은‘문화재’이고 일상은‘문화’라는 것에 생각이미치면 히로쓰 가옥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확연히 구별되어진다.군산 구도심(장미동, 영화동, 월명동, 신흥동 등)에는히로쓰 가옥처럼 개항시기부터 일제 강점기 사이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 170여 채와 근대식 도시계획의 흔적이 있다. 

현재는 불 꺼진 항구이지만 내항과 인접해 있어이 오래된 도시는 가히‘100년 전 테마파크’라고 불러도될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근사하게 포장하려해도 분명한 것은 군산에 근대정신과 근대문화를재해석한 문화적 활동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다. 군산시‘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 주요 시설은 2011~2013년 완공 근대문화중심도시를 꿈꾸는 군산시는 2011년 6월 개관예정인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거점으로 근대문화유산 관련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8년 문화부 공모에 선정된 이후 기본계획 수립, 설계, 부지매입을 마쳤으며 지난해12월 17일 기공식을 가졌고 올해부터 2013년 사이에 근대문화와 예술을 테마로 한 20여개 시설이 줄지어 완공될 예정이다. 박물관, 전시관, 소극장, 문화체험공간, 전수관 등그 기능도 매우 다양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문화예술 관련주목할 만한 활동이 많지 않았던 군산시를 품격 있게 브랜딩하기에 매우 기대되는 상황이 목전에 있다.그러나 문화시설 완공과 개관은 같은 것이 아니다. 개관은조직·인력, (운영·공간)프로그램, 재원 등이 다 마련되어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새로운 시설이 개관하면 방문객이오긴 하겠지만 개관효과는 3년을 넘기기 어렵다.

결국 인력,프로그램, 재원 등이 철저히 준비되어있지 않으면‘새것은곧 옛것’이 되고 만다. 아쉬운 것은 시설 공사 규모에 비해운영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지식과 지혜를 총동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그토록기다려온 새만금방조제 개통 이후 600만이 넘는 방문객이다녀갔다지만 방조제 때문에 살림살이 나아졌다는 사람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군산이 근대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숙제 ‘문화도시’는‘문화시민’이 만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때문에 군산이‘근대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근대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문화적 활동을 즐기는 문화시민’이 많아져야한다. 

지금부터라도 학계, 시민사회, 문화 활동가, 예술가,일반시민 등 다양한 문화주체들이 서로 경합하고 응원하며근대, 근대문화, 근대문화유산, 근대문화도시 등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문화시설 내에서의 활동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이유다. 행정의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없다. 전주한옥마을 내 문화시설 공사가 착공된 1998년, 전주시에서는 모두 8명의 민간전문가를 계장급 이상 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전문가 영입을 통해 관의 행정능력을 키우고 민간의 역량을 견인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다. 그 성과는 개관 10년 만에 방문객 300만 명 시대로돌아왔다.

다시 좁혀서 국가등록문화재인 구)히로쓰 가옥으로 가보자. 현재는 문화재청 지원으로 4년째 내부공사 중이고 개방만 하고 있는 상태이며 올해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히로쓰 가옥 방문객들은 어떤 운영프로그램을 기대하고있을까? 우리에게 익숙한 숙박체험, 민속놀이, 전통차 시음,공예품판매장, 전통예술공연, 전통술 제조시연 등 전통문화프로그램일까? 그런데 그것이 오래된 일본식 가옥에 어울릴까? 일본 전통문화와 전통예술은 잘 어울리겠지만 아무리 일본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한다고 해도 국가등록문화재 건축물을 일본 전통문화체험관처럼 운영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주민들이 동의하고 방문객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운영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과연‘근대문화도시’의‘근대문화프로그램’은 무엇일까?히로쓰 가옥 하나만 해도 숙제가 이렇게 무겁다. 그러나답은 공부를 착실히 해야 나온다.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는‘전통문화’에 대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는‘아시아문화’에 대해 치열하게 조사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실천하고 평가하고 개선하고 다시 실행하는 그 수많은 날들을 겹겹이 쌓아왔다. 그리고 이 과정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통이나 시련까지도‘경험’하는 것 자체가 문화주체들의‘능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알았기 때문이다. 또‘경험’을 위한‘기회’가독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고 견제하는 것도꼭 필요한 숙제다.이 숙제들을 간과하게 되면 군산은 예전부터그래왔던 것처럼‘낙후로 인해 일제 강점기의건축물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도시’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행정을 비롯하여 지역의다양한 문화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근대문화도시’는 구호에 불과한 것으로머지않아 소멸될 운명이 될 것이다. 

자, 어서마주앉아 숙제장을 펴자. ‘민간 역량의 다양성과 경합을 위한 조건’, ‘자생적으로 성장하기위한 플랫폼’등 구조적인 문제들부터 헤쳐 나가보자. 국내외 수많은 방문객들의 숙제 검사가 1년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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