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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 | 특집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완주 1
관리자(2011-03-04 18:27:42)

지역문화 다시보기 - 완주 1


다양성과 균형이 지역의 저력이다 - 황재근 기자 


완주에 대해 알려면 먼저 지도를 살펴봐야 한다. 완주는 전주를 고리처럼 둘러싸고 있다. 각 읍면끼리의 거리보다 전주와의 거리가 더 가까운 곳도 있다. 이로 인해 재미있는 현상이 생긴다. ‘완주’라는 정체성보다 각 읍면의 개성들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다.예를 들어 타 시군 사람들은 완주의 읍면을 가게 될 일이있다면“완주에 간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삼례나 봉동,소양이나 구이에 간다고 그 읍면의 이름을 직접 말한다. ‘완주군 삼례읍’또는‘완주군 소양면’이라는 행정 구역명은 우편물을 보낼 때나 쓴다. 완주군의 특산품이 뭐냐고 한다면바로 떠오르는 것이 마땅치 않지만 이서하면 배가, 고산 하면 곶감이 금세 떠오른다.이는 각 읍면의 주민들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주민들 스스로‘완주사람’이기에 앞서‘이서사람’,‘ 동상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한다. 이런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완주군청의 위치다. 현재 완주군청은 전주시에 있다. 전국에서청주시와 청원군만이 전주, 완주에 비견할 만한 사례다. 다른 군에는 대개 하나씩 밖에 없는 읍이 두 개나 있는데도‘여기가 완주의 중심’이라 할 만한 곳이 없다. 때문에 용진면으로 완주군청 이전이 결정될 때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상민 완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완주가“원심력이 강한고장”이라고 설명한다. “완주의 각 읍면은 각기 독립적인 완결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삼례만 완주에서 따로 떼어낸다 주민들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대개의 지자체는 고유한 중심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완주에는 그런 중심이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삼례가 교통의 요지로 가장 발전된 지역이었고, 봉동은 산업단지가 있고 인구가 많아 또 타당성이 있다. 용진면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근거가 있다. 역대군수들이 모두 군청을 옮기려 했지만 그때마다 각 읍면이부딪쳤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웠다.”이 사무국장은 이런 완주의 특성이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완주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장발달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각 읍면이 각기 개성이 뚜렷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군에서도 어느 한 읍면에서 큰 사업을 하기보다 각 읍면에 작은 사업들을 나눠배치한다. 참여와 분권이 어느 지자체보다 잘 이뤄질 수 있는 기반 이라고 본다. 


하지만 같은 여건을 반대쪽에서 본다면 구심점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분권적, 독립적인 완주의 읍면구조는 문화예술에도 영향을미쳤다. “농악을 예로 들면, 농악에는 좌도농악과 우도농악이 있다. 남원이 무슨 농악을 치느냐고 하면 좌도라고 답하면 된다. 김제 부안에서 어떤 농악을 치느냐고 묻는다면 우도농악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완주는 어떤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참 난감하다. 산악지역은 좌도 농악, 평야지역은 우도 농악을 치기 때문이다.”지형적으로 갈린 완주지역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문화적 다양성이 자라난 것이다. 이 사묵구장은“이런 완주의‘잡스러운’문화가 이후 완주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전주 의존,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 완주의 특성을 말할 때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바로전주와의 관계이다. 본래 전주와 하나의 역사·문화권이었던 완주는 행정구역이 분리된 이후에도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화와 교통, 통신의 발달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두 지역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었다. 전주와 인접한 완주 지역 주민들은 전주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있다. 때문에 오랜 기간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제기돼왔다.완주의 문화예술계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완주군 용진면에서 나고 자라 활동하고 있는 화가 소병학 씨는“완주의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은 많지 않다”고말한다. “완주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은 많다. 내가 활동하고 미술계만 해도 이름 있는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 전주에서 가깝고 쾌적하기 때문에 완주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 그분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전주다. 몸이 완주에 있다고 완주사람인 것은 아니다. 아마 그분들 중에서도 스스로 완주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많지않을 것이다.”완주에 구심이 될 만한 문화예술단체가 없다는 것도 이런현실을 대변한다. “완주보다 훨씬 작은 지역에도 문화예술인들의 조직이 있다. 하지만 완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대부분전주의 단체에 소속돼있다. 몇 년 전 완주지역의 독자적인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묶어보려 한 적이 있었다. 완주사람의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몇 명 없더라. 


그분들과 의기투합해 완주에서모임을 만들어보려 했는데 얼마 후 전주·완주 통합문제가터져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구심이 되는 문화예술단체가 없다는 것은 그들을 대표할창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병학 씨는“군에서 공공미술사업, 문화예술 교육 사업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성에 그치는 것이 아쉽다. 군의 문화예술사업에 지역의 인재들을 더 활용할 수 있다면 보다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작가들 역시 대중과 만날 통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되는 일이다. 하지만 대표창구가 없기 때문에 행정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서관과 박물관, 완주를 살찌운다 각 읍면의 분권과 균형이라는 완주군에 특징에 가장 잘 들어맞는 문화정책은 바로 도서관 사업이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민선5기 공약으로 전체읍면에 작은도서관 조성을 내걸었다. 지난 2008년 구이 모악 작은도서관이 문을 연 이후 지난 2월 11일 개관한 삼례 대명 누리꿈 작은도서관까지 6개의 작은도서관이 각 읍면에 자리 잡았다.군립도서관이 있는 고산면과 비봉초등학교에 학교마을도서관을 꾸린 비봉면, 문광부의 작은도서관 공모에 선정된 화산면까지 포함하면 모두 9개 읍면에 도서관이 조성되거나 조성 중이다.남은 4개 읍면에도 공모사업 응모 등을 통해 2012년까지도서관을 세운다는 게 완주군의 계획이다. 여기에 둔산종합도서관과 완주군 신청사에 들어설 군립중앙도서관 건립도 예정돼있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집중적인 투자다.서진순 완주군 도서관담당은“완주를 도서관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군의 계획”이라며“대출기록 상으로 현재 1만7천500명의 주민들이 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이용했다. 상관면 작은도서관에는 1천여명의 주민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인구 8만5천의 지자체에서 대단한 성과”라고 밝혔다.읍면에 들어선 도서관은 단순히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주민밀착형으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의 경우 문화소외지역의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공연, 전시, 강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작은도서관에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 당 하나씩 꾸려진 주부독서반은 자생적 동아리로 성장했다.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작은도서관은 조성에도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운영도 마찬가지. 1개의 작은도서관에 들어가는 1년 예산은 1억원이다.서진순 담당은“각 읍면마다 작은도서관의 성격도 조금씩다르다. 구이의 모악 작은도서관은 노령인구가 많이 이용하고 상관면의 경우 교사 등 전문가 출신 은퇴자가 많다. 이서는 저소득층이 많고 문화공간이 부족하다. 각각의 도서관은이런 특성에 맞게 도서를 구비하고 공연, 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물관 사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해 설립된 대한민국 술 박물관에는 5만여점의 관련 유물과 자료가 소장돼있다. 완주군은 옛 구이면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제공하고안성에서 개인박물관을 운영하던 박영국 씨를 완주에 유치했다. 박물관 건립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유물과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생각할 때 효율적인 박물관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완주군은 2013년까지 이 일대에 술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삼례의 빈 창고와 삼례역사 등 근대 건물들을 활용한 박물관 계획도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현재 부지를 매입은 끝났다. 용역을 맡긴 상태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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