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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 | 특집 [기획]
천년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이 눈뜨다
지역문화 다시보기 - 장수 1
황재근 기자(2012-02-06 13:57:34)

장수는 전북의 지붕이라 불리는 ·· 중에서도 평균고도가 해발 430m 가장 높은 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70%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남덕유산, 깃대봉, 백운산, 성수산, 팔공산 해발 1000m 넘는 산들이 동서로 늘어서 군의 경계를 짓고 있다. 장수(長水)라는 지명은 산이 높고 물이 길다는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지명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장수는 물과도 연관이 깊은 고장이다. 장수의 수분령을 경계로 금강과 섬진강의 수계가 나눠진다.‘ 긴물이라는 이름은 장수에서 발원해 흘러가는 강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유추하기도 한다. 군명 아니라 읍면의 지명에서도 (), (), () 물과 관련된 이름들이 자주 등장한다. 평야를 흐르는 큰물은 없지만 곳곳에 산지의 계곡에서 이어진 수계가 발달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여전히 훼손되지 않고 장수 땅을 적시는 물골들은 장수의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산고수장이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뜻하는 것도 장수라는 지명에 중의적인 뜻을 더한다. 예로부터 장수의 3절로 꼽혀온 주논개, 순의리 백씨, 충복 정경손을 비롯한‘235 인물들은 장수사람들에게절의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3절은 모두 양반이 아니라 당대에 천시 받던 신분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은 더욱 커진다.



척박한 여건에도 자부심은 높아라


여느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장수문화예술의 주소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애초에 외지고 척박한 산지였던 탓에 화려한 문화자원이 전하지도 않을뿐더러, 나날이 감소하는 인구로 앞날은 더욱 걱정스럽다. 하지만 나고 자란 땅의 문화를 사랑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는 여느 고장에 못지않다. 2002 문을 장안전통문화예술촌 역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벼루와 전통염색, 서예와 도예, 서각을 하는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는 전통문화예술촌은 지역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도깨비축제 개최와 각종 전통문화체험 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 벼루장인이자 초대 예술촌장을 맡았던 고태봉 씨는“98년처음 군에서 제안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군이 직접 폐교 부지를 매입해 문화예술인들이 입주시킨다는 발상은 시군에서 하기 힘들었던 생각이라며처음의 욕심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만, 꾸준히 체험객들이 찾아주고 있다 소개했다. 장수의 유일한 문화예술단체인 장수문인협회는 지난 1991 창립된 장수문학회를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교직에 있으면서 시인으로 활동했던 고두영 회장이 주축이 지역내에 문학에 관심 있는이들을 모아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30여명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문학지 발간, 시화전 개최,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일장 개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기석 장수문인협회장은지역 내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다보니 신규회원 모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장수로 부임하는 교사와 공무원들 중심으로 회원을 확보해 협회를 꾸려가고 있다 밝혔다. 밖에도 한학과 향토사를 중심으로 지역전통문화를 지키고자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것이 사실이다. 장수군의 문화예술관련 정책은 뚜렷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데다, 관광정책 역시 자연환경 자원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다. 꾸준히 향토역사문화를 연구해 고태봉 씨는장수만의 것을 알고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과와 한우, 논개 외에도 장수를 대표할 요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곱돌만 하더라도 그릇뿐 아니라 탑이나 석공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있고, 민간설화나 구전민요도 채록만 것이 아니라 전래동화집 등으로 묶어낸다면 상품화도 되고 많은 이들이게 전해질 잇을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장수 전통 깃절놀이 복원에 예산이 책정된 것은 다행한 이라고 덧붙였다. 장수 깃절놀이는 매년 음력 칠월 백중에 행했던 전통민속놀이로 현재는 실전돼 구전으로만 전하고 있는 상태. 전주의 기접놀이, 무주의 기절놀이, 진안의 깃놀이 충청·전라권에서 전하는 기와 관련된 민속에 속한다. 독특한 점은 대부분 정월 보름에 행해지는 반해 전주 기접놀이와 장수 깃절놀이는 7 중에 열린다는 점이다. 고태봉 씨는특히 장수는 지리적으로 고립돼있던 지역이라 우리민족 전통의 하늘숭배 사상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있다. 깃절놀이에서도 그런 의미를 담은 부분들을 찾아볼 수있다 설명했다.



대규모 가야유적 발굴, 문화관광자원화 기대


최근 장수를 떠들썩하게 했던 200 개에 이르는 대규모 가야고총군 발견은 장수 문화계뿐 아니라 지역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수지역 가야유적에 대한 지표조사를 이끈 군산대박물관의 곽장근교수는백제가 한성을 잃고 남하해 세력을 재정비하기까지인 5~6세기 상당한 기간 동안 전북 동부산간지대에 힘의 공백이 있었다. 장수의 유적은 시기 백제와 신라 사이에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성장한 가야소국이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밝혔다. 특히 120여기의 고총이 발견된 장계지역이 영남과의 중요한 교통로인 육십령과 인접해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가야문화권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전북 동부산간지역이 가야연구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83, 88올림픽고속도로 건설 남원 운봉에서 가야 고분군이 발견되면서 부터다. 가야의 세력권이 지리산과 노령산맥 서쪽으로도 미쳤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장수를 비롯한 전북 동부의 산간지역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장수에서는 지난 93 주민들의 제보를 통해 가야 고총의 존재가 발견됐다. 이후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익산-장수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뤄진 지표조사와 발굴을 통해 현재까지 200여기에 이르는 대규모 고총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장수 지역에 산재한 산성과 봉화 역시 시기의 가야세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장수군은 지난해 10,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백제와 가야 그리고 신라의 각축장 금강상류지역 주제로 학술대회를 갖고 8 가야문화권 14 시장·군수협의회를 개최했다. 자리에서는 가야문화유적지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비롯해 가야문화권 개발 특별법제정 추진, 가야문화권 종합 개발 계획 6 부문의 합의가 이뤄졌다.김병전 장수군 문화체육사업소장은볼거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장수군으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발견이라며가야고총군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이라고 밝혔다. 장수군은 이를 위해 먼저 도지정문화재 신청과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 중이다. 유적부지 매입과 기초용역을 위한 예산도 확보해둔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고령과 같은 고분 공원 등을 조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민간의 기대도 크다. 권승근 장수향토역사연구회장은그동안 묻혀있었던 가야유적이 발견되면서 장수의 역사와 문화유산도 보다 특성화된 연구와 활용이 가능해질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발굴과 역사문화자원으로의 활용을 위해서는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곽장근 교수는백제와 마한 못지않은 역사 자원이 도내에서 발견된 만큼 장수군 아니라도 차원의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말했다.



옛것과 새사람들이 만들어갈 내일


늘어나고 있는 귀농귀촌인구도 척박한 장수 문화토양에 단비가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과, 한우 상품성 있는 특산품을 갖춘 장수는 귀농귀촌인들이 선호하는 지역 하나다. 장수귀농귀촌인협의회는 4~500여명 가량의 귀농귀촌인이 장수에 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성근 장수귀농귀촌인협의회장은귀농귀촌인들을 중심으로 독서모임이나 밴드활동 소모임을 구성하고, 주민자치센터 강좌를 개설하는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다지역의 정서에 어울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도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들이 많다 소개했다. 천년을 넘어 빛을 유적과 새롭게 땅에 잡은 있는 사람들이 산고수장의 땅에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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