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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 | 특집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무주 3
관리자(2012-03-07 16:04:47)

산골 오지에도 인물은 나고 자랐네


유희중 객원기자


사방이 산이요 그를 가로지르는 것이 물이라지만 자연을 벗 삼아 살던 사람들의 창작 욕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옛날 산골 오지에서도 인물은 나고 자랐으며 세월이 흘러 무주 문화계의 거목으로 뿌리내렸다. 비평문학의 효시 김환태와 기행을 일삼던 조선시대의 화가 최북은 여전히 무주문화계에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던져주고 있으며 이들을 기념할 김환태문학관과 최북미술관이 그러한 무주의 이야기판을 더욱 넓힐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오지에서 만나는 산수화 한 점 최북미술관


조선시대의 화가 최북의 작품이 마침내 무주에 터를 잡고 4월 또는 5월 경 무주 군민들의 품에 안긴다. 지난 2004년부터건립이 추진된 최북미술관은 총 16억 7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무주전통공예테마파크에 있다. 무주군은 3월경운영위원회를 꾸려 학예사 선발, 프로그램 구성, 전시기획, 운영주체 등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며 조선 중기 유명 화가의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무주 미술계에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적상면에 위치한 서창갤러리에서는 최북 작품 영인본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무주예체문화관에 최북전시관을 운영하며 미술관 개관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더불어 최북과 관련된 사료나 도서 등을 구하는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북은 조선 중기의 화가다. 1720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나 출생연도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최북은 특히 기이한 행동과 술버릇으로 유명했다. 금강산을 구경하다 감흥에 젖어 물에 뛰어든 것이나 벼슬아치에게 그림을 주지 않겠다며 자신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일화 등을 볼 때 그의 기행은 오늘날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표훈사도(表訓寺圖)’,‘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등이 있으며 주로 그렸던 산수화를 비롯해 인물이나 화초, 초충도 등 총 100여점의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술관에서 그의 진품을 만나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진품 확보에 실패한 무주군은 일단 전시관 작품을 모두 영인본으로 채운다는 방침이다.최북의 작품은 뿔뿔이 흩어져 국립광주박물관(한강조어도(漢江釣魚圖)), 국립중앙박물관(추경산수도 (秋景山水圖)), 개인(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 등이 소장하고 있다.


무주에서 나고 자란 눌인의 가르침, 김환태 문학관


최북미술관과 함께 문을 열게 될 김환태문학관도 같은 장소에 위치해 있다. 매년 김환태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는 눌인문학제전위원회와 유족들, 김환태 평론문학상 수상자 및 다수의무주 문학인들이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문학관에는 그의 유품과 유작 등을 전시하게 될 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수장고 등의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김환태는 1909년 무주군 읍내리에서 태어나 무주 보통학교,전주고등보통학교,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7년에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동경의 도시샤대학 예과에 입학해 1931년 수료하고, 1934년 구주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들어와서 교편을 잡으며 1934년 3월 조선일보에 최초의 번역문‘예술과 과학과 미’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1936년에는 구인회의 후기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주로 인상주의 비평을 내세우고, 문학의 독립성과 순수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당시 비평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주에서는 이러한 눌인의 업적을 기리고 비평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눌인 탄생 100주년이 되던 2009년부터 매년‘김환태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눌인문학제전위원회가 주최하고 무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작품 낭송과 김환태평론문학상 시상식, 묘소 참배, 문학비 탐방, 각종 강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김환태평론문학상은 문학사상사가 1989년6월 제정한 상으로 나름의 전통을 자랑하며 작년에는 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가 22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부 기획과 효율적 운영은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눌인문학관과 최북미술관이 들어설 전통공예테마파크를 직접 찾아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수차례에 걸쳐 개관 기사가 났음에도 현장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며 변변한 홍보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개관 날짜를 맞추려면 당연히 내부 공사와 함께 관련 소프트웨어 구축 계획이 실행되고 있어야하지만 지금 모습이라면 당장 4월 개관을 장담하기 힘들다. 문학관과 미술관 두 곳이 한 번에 오픈하는데 아직까지 세부 소프트웨어는커녕 운영 주체나 방식조차 논의되지 않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에서 조차 운영위원회를 3월에나 구성한다고 하니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살아있어야 할 미술관과 문학관이 자칫 특색 없이 무미건조한 단순 전시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최북미술관의 경우 최북이 실제 무주 출신인지 등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갈 길이 더 바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북미술관과 눌인문학관은 군단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주의 훌륭한 문화 자산이 될 것이다. 기왕에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이루어진다면 문화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호흡할 수있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것들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에 대한 재발견, 기존 인물에 대한 재해석과 같은 시도는 더욱 평가받을만한 일이다. 아울러 미술과 문학이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콘텐츠를 군민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고자 하는 무주군의 노력만큼은 인정해야할 것이다. 문학과 미술, 음악 등 이제 무주는 어지간한 시단위보다 훌륭한 문화 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풍성한 무주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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