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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 | 특집
[기획특집] 주5일수업제, 청소년은 어떻게 노는가
관리자(2012-05-14 10:55:07)


 아직은 낯설기만한 우리 아이들의 토요일 유희중 객원기자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전라북도에서도 고등학교 9곳, 중학교 1곳 등 10개 학교를 제외한 752개 학교가 주5일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시행 목적은 화려하다. ‘자기주도 학습력 향상’,‘창의적인 미래 인재 양성’,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교육기능 강화’등 장밋빛 미래들이 수도 없이 열거된다.시행 초기 실제 교육 현장만 놓고 보면 주5일 수업제는 교사와 학부모,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일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상당한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음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시행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벌써 제도의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그 성패를 떠나앞으로 주5일 수업제의 정착을 위해 청소년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또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에 대해 짚어봤다. 주5일 수업, 달라진 토요일 토요일 오후, 전주시 태평동에 소재한 한 청소년 문화의 집. 조용했던 동네가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주5일 수업 전면 시행으로 토요일이 자유로워진 학생들이 이곳 문화의 집에 모였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의 밴드 공연 연습이 한창이고, 화려한 힙합댄스 경연도 벌어지고 있다.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며 새로 배울 마술에 대한토론을 벌이는 마술 동아리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하기까지 하다.전주 ㅅ고등학교에 다니는 탁민지(17) 양은 주말을 활용해 전주의 한 뷔페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예전에는 일요일 하루만 일했지만 이제이틀간일할수있어수입도늘었다.“ 토요일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아르바이트는물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서 쓴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해방감입니다.”완주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재만(52) 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자녀들과 함께 부안으로 1박 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주5일 수업 덕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녀들이 모두 토요일에등교하지않기때문이다.“ 예전같으면꿈도못꿀일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와함께 시간을 보내니 무척 좋습니다.”김제시 신풍동에 살고 있는 이성일(41) 씨는 테니스 마니아다. 하지만 요즘에는 주말 이틀 중 딱일요일 하루만 취미생활을 즐긴다. 대신 토요일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과 함께 주말 농장등각종체험활동에나선다.“ 시골체험을얼마나 좋아할까 싶었지만 아이들이 상상이상으로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던 것들을 그동안 하지못했으니 한편으로는 정말 안타깝더군요.”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주말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농촌 등 체험 현장은 가족들과 아이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박물관이나 청소년 관련 시설들은 밀려드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이미 각종 스포츠, 레저 용품 관련 매출이 깜짝 증가하고 있다. 책가방 없는 날에서 주5일 수업까지 주5일 수업제는 학교·가정·지역사회의 교육 기능을 강화해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육성하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지난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그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후 2001년에서 2005년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2006년 월 2회 주5일 수업이 진행되었고,2009년 교육과정 개정을 거쳐 마침내올해 전면적으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사실 주5일 수업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40여 년 전, 1972년에 시행되었던‘자유 학습의 날’은 당시의 정서와 교육 환경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학습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고 학습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1주일에 하루씩 취미나 스포츠 활동, 현장학습을 실시했던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90년대에도 이어졌다. 1995년에는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책가방 없는 날’을 시행하기도 했다. 한달에 1~2회 토요일에는 책가방 없이 등교해 유적지나 박물관 등을 견학하는 이른바 체험학습이 시도되었던 것이다.이처럼 주5일 수업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이미 시대의 흐름과 같은 것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중·고교원과 학부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전면 주5일 수업 실시에 대한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응답자의 81.2%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으며, 시행 시기도‘2012년부터’라고응답한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 시행 방법과 시기를 놓고 많은 논란과 갈등이있었음에도 제도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어느 정도 이미 형성 되었던 것이다 토요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 이 같은 분위기는 주5일 수업 실시 이후 현장에서도 곧바로 나타나고 있었다.일단 토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주 청소년문화의집 김성철 사무국장은“문화의 집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응이아주 좋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의 문의가 쇄도해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현재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해 이들의 수요에맞추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며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전라북도에 소재한 각급 청소년 문화의집 상황은 작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동아리를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할때 인원수를 걱정해야 했었지만 지금은따로 선발해야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다.실제로 전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개설한청소년운영위원회 동아리는 작년까지10명 정도가 활동했으나 올해는 자체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원만 20명이 넘는다. 더구나 최근 대학 입시 전형에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 내역을 반영하는‘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가 시행되면서그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전라북도교육청에서도 다양한 관련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초·중·고교 447곳에서 토요 프로그램을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학교가 운영하는프로그램 수만 1,868개에 이른다. 각 학교는‘토요 돌봄 교실’, ‘토요 방과 후학교’등 제도의 취지에 맞는 문화·체육·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일부 중·고교에서는 교과 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스포츠·레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01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토요 스포츠데이’는 전문 강사들로부터 스포츠스태킹,축구, 농구, 티볼 등을 배울 수 있는 체육 관련 프로그램이다.박물관에서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현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토요박물관 나들이’가 시행중이며‘학예사 직업체험’, ‘전주를 통해 보는 우리 역사’등 창의적 체험활동프로그램 등이 추가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도 110개의 도내 지역아동센터가 토요일 운영에 들어갔고, 지역의 청소년 관련 시설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은‘북적’, 전체 효과는‘글쎄’ 하지만 주5일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각종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면상으로 실제 현장에서만 보면 주5일 수업제는 대단히 성공한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문제를 확대해서 보면 아직도 여러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행 초기 전라북도는 제도의 정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주5일 수업제 추진상황 점검 결과에 따르면 도내에서 진행하는 지역사회 연계 토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269,784명 중 2,433명으로 참여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753개 학교 중 618개 학교가 운영 중인 학교 토요프로그램 참여 현황도 마찬가지다. 전체 학생 수중 총 50,790명이 참여해 18.8%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각각 16개 시·도 가운데 11번째와 13번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주5일 수업제 시행 관련 정부의 발표가 학교 현장에서도 전혀 예상치못했던 작년 6월 전격 이루어지면서 일선 기관과 학교의 준비 상태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기관과 사회간 긴밀한 연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가 미비한 데다 제도 자체에 대한각 주체들의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각급 기관 간 의사소통과 정보 수집능력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예를 들어 교육청에서 시·군에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 현황 등에 대한 문의를하게 되면 정상적 시스템 하에서는 지자체가 해당 정보를 교육청으로 피드백하고 이를 다시 학교 현장에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부터 지자체, 학교까지 이 같은 일련의 정보 유통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자료조차 제대로 준비가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체계로 인해 각 주체 간 유기적 관계의형성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결국교육청과 지자체, 시설들이 따로따로 움직이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청소년들이 지고 있는 셈이다.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간의 온도차도극복해야할 과제다. 교사와 학생들은 토요일을‘쉬는 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학부모들은 그날에도 자녀가 공부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는사교육 문제로 불거진다. 지난 3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주5일제 수업 후 사교육이 늘었다’고 응답한 교사가 총 37.6%에 달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대부분의 고3 수험생들이 토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는 누구나 충분히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전체 학생의 10%에 달하는 저소득층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간과해서는 안 될문제다. 주5일 근무가 철저히 이뤄지고있는 대기업 등에 다니는 일부 부모를제외한 영세 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들은 당장 토요일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수 있는‘공식적인 기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튄 경우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5일제 수업이후 피아노 교습소나 미술학원 등 예체능계 학원의 학생 수가 줄어드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주의 한 미술학원은 지난 3월에 7명의 학생들이 그만두기도 했다. 복지 아닌 문화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이처럼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주5일 수업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교육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각 지자체와 사회단체 등의 역할이 매우중요하다. 즉, 관련 시설이나 시·군, 교육 기관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다양한 토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에는 주5일 수업제 시행과 관련된 단체의 소통과협력,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의 효율적연계를 위한‘토요청소년문화네트워크’가 출범했다. 대표를 맡은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정우식 원장은“토요청소년문화네트워크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앞으로 뜻이 같다면 가능한 많은 개인과단체의 협력을 통해 청소년들의 활동을돕겠다.”고 밝혔다. 토요청소년문화네트워크는 지역의 각종 문화·예술·체육관련 단체나 시설 등의 참여를 유도해올 연말까지 2,000여 단체와 개인 간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청소년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대한질적 향상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청소년들의 욕구가더욱 다양하고 세분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 틈새와 간격을 메워줄 양질의콘텐츠와 인력을 확보해야하는 것이다.이제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을 맞이해 청소년들의 여가 활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에도 변화를 줘야할 때다. 그동안 이들 문제를 복지의 개념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문화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청소년 문화 정책은 행정과 교육을 막론하고 저소득층이나 차상위 계층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특정 계층이 아닌 전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다. 시설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수요에대처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복지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모든 제도가 그렇듯 시행 초기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관건은 제도의 취지를 얼마나 잘 살리고 운영의묘를 발휘하는 것인가에 달려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면 이듬해 밥상의 감칠맛은 기대할 수 없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할 때다. 그러한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 문화의 꽃을 피우기위해 올해는 중요한 전기이자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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