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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 특집 [연중기획]
돌을 쌓는, 돌탑을 쌓는 그 마음을 묻는다
공간 3 - 기원의 장소 5
임주아 기자(2013-01-04 15:03:26)

이야기 하나, 돌을 돌아보라
돌밭에 사는 수석꾼들은 마음에 드는 돌멩이 하나를 찾는 일은 심마니의 산삼보기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한다. 온종일 돌밭을 헤매고도 작은 돌 하나 하지 못하는 날(수석꾼들은 돌을 찾아다니는 일을 ‘돌을 한다’고 표현한다)이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엄청나게 운수 좋은 날도 있어서 배낭 밑이 빠질 만큼 큰 수확이 있는 날이 있다. 일행 모두가 시샘할 만큼 빼어난 물건을 안고 돌아오는 길의 기쁨은 비할 데가 없이 크다. 그런데 묘한 것은 앞사람이 들었다가 놓은 것을 다음 사람이 꼭 집어보게 된다는 것이다. 남이 버렸으면 시원찮은 것이겠지 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들어서 이리저리 살피는 사람들의 마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심봤다’ 소리가 터진다는 것이다. 아홉 사람이 한쪽만 보고 지나간 것을 마지막 사람이 뒤집어보고는 경이로운 발견을 한다는 것. 돌은 손이 하고 눈이 찾는다.

이야기 둘, 정성이 첩첩이니
이십여 년 동안 돌탑을 쌓아온 할머니가 있었다. 두 자식을 잃은 깊은 슬픔에 마음 감당할 길 없던 할머니는 어느 날 꿈에서 돌탑을 쌓는 자신을 보고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그 길로 산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살며 돌탑을 쌓기 시작한 그녀는 이십칠 년 간 삼 천 개의 돌탑을 쌓기에 이른다. 할머니는 그 돌에 지인들의 생년월일을 써놓고 그들의 행운까지 빌어주곤 했다. 한달이면 이십여일을, 여름이면 거의 매일같이 돌탑 쌓는 일에 매달린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돌처럼 꿋꿋했다. 그녀는 몇 해 전 숨을 거두었지만 돌탑들은 몇 년 전부터 입소문으로 전해지며 유명세를 탔고 삼년 전부터는 아예 이곳을 노추산 돌탑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돌탑을 지나며 기도를 잊지 않았다. 누군가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돌은 탑이 될 수 없다.

이야기 셋, 잔돌 괴는 일
돌탑을 받치는 것/ 길상호 詩
반야사 앞 냇가에 돌탑을 세운다 / 세상 반듯하기만 한 돌은 없어서 / 쌓이면서 탑은 자꾸 중심을 잃는다 / 모난 부분은 움푹한 부분에 맞추고 / 큰 것과 작은 것 순서를 맞추면서 / 쓰러지지 않게 틀을 잡아보아도 / 돌과 돌 사이 어쩔 수 없는 틈이 / 순간순간 탑신의 불안을 흔든다 / 이제 인연 하나 더 쌓는 일보다 / 사람과 사람 사이 벌어진 틈마다 / 잔돌 괴는 일이 중요함을 안다 / 중심은 사소한 마음들이 받칠 때 / 흔들리지 않는 탑으로 서는 것, / 버리고만 싶던 내 몸도 살짝 / 저 빈 틈에 끼워 넣고 보면 / 단단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 층층이 쌓인 돌탑에 멀리 / 풍경소리가 날아와서 앉는다

이야기 넷, 돌탑의 기원
옛 조상들은 돌탑이 마을로 들어오는 액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믿었다. 마을 앞의 허한 방위를 막기 위해서나 특정한 모양의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쌓은 단순 비보물(裨補物)로 삼기도 했다. 주민들이 하나씩 정성껏 쌓아올린 돌탑은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주민공동체의 하나뿐인 작품이었다. 제사를 지낼 때에는 원뿔에 흰종이나 고깔을 씌우며 의인화하기도 하였고, 이 탑윗돌을 액운의 증표로 삼기도 했다. 돌탑에 물건을 매장하기도 하고, 음식을 넣기도 하는 등 돌탑에 마을의 평화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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