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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특집 [기획특집]
영화제의 정체성 혼란, 그것은 ‘기우’
영화의 전주, 전주의 영화인 ④
이세영 편집팀장, 임주아 기자(2013-06-05 10:10:45)

1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3일 9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새로운 집행부의 첫 영화제였던 만큼 감시의 눈이 매서웠던 영화제는 ‘성공적 축제’에 방점을 찍었다. 전주국제영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숏!숏!숏!’의 인기는 물론이고 개막작 <폭스파이어>를 비롯해 월드시네마스케이프, 카프카 특별전, 인도영화 특별전의 영화들도 매진 행렬에 동참하며 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영화제의 내홍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여전히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했다. 좌석점유율은 지난해(80%)와 비슷한 79%. 3일간 내린 비를 감안하면 ‘전주국제영화제표’ 영화를 찾는 마니아들의 수는 변함이 없다.또 투자사 관계자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전주프로젝트프로모션(JPP)나 감독, 배우뿐만 아니라 철학자,요리사 등이 영화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프로그램의 다양화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직접 지적한 국제경쟁 부문의 프로그램은 부실함이나 거리 이벤트의 예산 축소, 지역 영화인들에 대한 홀대에 대한 불만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일부 심사위원 국제경쟁 ‘함량미달’ 제기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숏!숏!숏! 2013’과 ‘디지털삼인삼색’은 영화제의 특색을 보여주며 약진을 이어갔다. 특히 ‘숏!숏!숏! 2013’의 주말 예매분이 31초만에 매진되며 전주영화제가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는 화제작도 많았다. 특히 <천안함프로젝트>와 개막작 <폭스파이어>는 전회 매진되며 프로그래머 교체에 성공했음을 보여주었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천안함프로젝트>의 상영 논란에 대해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질문을 하는 영화라며 영화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가해 내년에는 어떤 영화가 상영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제의 메인섹션인 국제경쟁부분은 기대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폐막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이 밝힌 심사평은 ‘불만족’. 국제경쟁 심사위원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작가정신이 있는 작품을 찾기 매우 어려웠다, 딱히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없었으며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고 류승완 감독도 “열정적으로 지지할만한 영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단편경쟁에 출품한 감독들과 지역 감독들의 볼멘 목소리도 들렸다. 실험영화 <상>을 들고 전주를 찾은 오민욱 감독은 “영화보다 낯선 섹션에서 작년보다 흥미로운 작품이 덜한 것 같다”며 “두샨 마카베에프 감독의 영화처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실험적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지역 감독들은 ‘로컬시네마’ 폐지로 지역 영화의 설 자리가 줄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코리아 스케이프라는 보편성 안에 넣어 상영해야만 지역영화가 소외되지 않는다”며 “로컬리티를 강조할 필요없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좋은 영화가 있다면 코리아스케이프 앞자리에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역할”이라고 밝히고 김영진 프로그래머도 “여론이 ‘정말 늘려야 된다, 정말 만행이다’ 이렇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응들은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14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만의 정체성을 구축했고 이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무겁다는 의견, 혹은 작가주의에 지나치게 빠진 듯 한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도 들어왔다”며 대중적 지향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폐막기자회견에 참석한 류승완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은 나뉘어져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전주영화제는 앞으로 더욱 논쟁적인 영화를 만나야 한다”며 김영진 프로그래머의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 공감을 나타냈다. 영화제를 바라보는 이러한 온도차로 내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실험성,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에 대해 어떻게 합의해낼지 관심을 모은다.

사랑해요, 전주표 영화… 실험적 영화상영 이어가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영작 190편, 월드 프리미어 45편 등 235편을 13개관에서 319회 상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2편이 줄어들었지만 상영회차는 22회 증가했다. 숫자로만 비교하면 관객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그러나 2004년 집행위원장 해임 파문을 겪은 부천영화제의 관객이 반으로 줄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점과 비교한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집행부 교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 인기섹션은 한국단편경쟁, 카프카 특별전,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국제경젱, 영화보다 낯선 순이었다. 전주를 찾는 영화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전주표 실험영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특히 영화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영화보다 낯선 섹션의 영화들도 80%이상의 점유율을 보여 영화제의 프로그램 구성의 안정화를 엿볼수 있었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설명이었다.하지만 전주영화제가 쿠바영화나 남미영화를 소개하며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관객은 “전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가 있기 때문에 전주를 매년 찾았다”며 “지난해와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게 뭔가’하는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운영의 미숙도 도마 위에 놓였다.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지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김영진 프로그래머조차 “예상했으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자막 사고들은 돌발 상황이었지만 우천에 대한 대비 등 운영의 정밀함에 대한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고 첫 영화제라 팀워크가 불안정했다”면서 “내년에는 영화 매뉴얼 등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조직적으로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목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의 부족도 지적됐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던 청소년 특별전은 무료임에도 빈자리가 많았고 관객 대부분이 청소년이었다. 해마다 지적되던 자원봉사자들의 문제도 여전했다. 영화제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문제는 영화제 전문자원봉사자들을 키울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전혜정 런던한국영화제 예술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젊어 지역이야기를 해주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영화제 몇 년동안 티켓만 발행하는 나이든 자원봉사자들이 해외 영화제에는 많다”며 경험을 쌓은 지역민들을 끌어들여 지역이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함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단편경쟁에 참여한 감독들은 상영료를 지불하지 않는 한국의 영화제 관행을 바꿀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며 “500원이라도 감독들에게 상영료를 챙겨준다면 다음 영화를 준비하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심사한 ‘피칭’ 성공… JPM의 확대 필요
5회째를 맞은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은 영화의 기획단계에서 제작, 후반작업과 개봉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상 내역을 마련하며 집중도를 높이고자 했다. 협찬사를 찾지 못한 영화제 측은 시상금을 줄이는 대신 제작지원과 해외영화제 출품 지원 등 현물 지원을 늘려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했다. 또 전주프로젝트프로모션 피칭은 CJ, 쇼박스 등 국내 투자사 전문가를 위촉해 제작과 개봉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전주국제영화제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인더스트리 비디오 라이브러리’를 통해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을 중심으로 총 150편의 작품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준비한 작품 75편을 제공했다. 이는 지난해 33편을 선보인 것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것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밴쿠버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등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 경쟁부문 17편의 작품을 상영한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은 공식 상영관에서 상영했으며 ‘디지털 삼인삼색’ ‘숏!숏!숏!’을 편성해 적극적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또 인더스트리 컨퍼런스는 영화제작 투자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크라우드펀딩’을 주제로 삼아 시의성 있는 토론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올해 전주프로젝트마켓에 대해 영화제측은 전주프로젝트마켓이 영화산업과 함께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금 확인할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폐막 이후에도 온라인 스크리닝을 통해 해외 영화관계자에게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가능성을 열어줄 계획도 세웠다.하지만 영화제를 통해 직접적으로 투자나 배급 의사를 밝힌 사례가 집계되지는 않아 알맹이가 빠진 행사였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제가 국내외에 주목을 받으려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주프로젝트마켓이 아직까지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배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영화제가 배급을 위해 직접 뛰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제측은 “전주프로젝트마켓의 규모를 키울 계획”이지만 “예산의 문제 등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토크 클래스 좋은 반응… 지역민 볼거리는 부족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이벤트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였다. 23회의 이벤트를 진행하며 영화제를 찾은 다양한 게스트와 관객의 소통에 중점을 뒀고 변화는 성공을 거뒀다. 이번해에 부활한 ‘마스터 클래스’는 류승완 감독과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의 대화를 통해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영화의 감독뿐 아니라 인문학자, 철학자 등 다양한 게스트가 참여한 토크 클래스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특히 강신주 철학자와 함께한 영화, 카프카를 말하다 ‘성’은 무려 2시간 반에 달하는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프라운지와 극장에서 열린 지프 톡은 올해도 많은 관람객들의 참여하며 눈길을 사로잡는 행사가 됐다. 영화의 거리는 다양한 공연도 함께 했다. 야외공연장에는 비가 오는 중에도 관객들이 몰렸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 길거리 공연, 나눔 캠페인들이 열려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그럼에도 주말 낮시간 영화의 거리를 찾은 지역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영화가 아닌 축제를 즐기려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상시 이벤트를 통해 영화제에 묶어둘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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