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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8 | 특집 [문화 이슈]
‘고아’들의 시네마 천국을 꿈꾸며
강지이 감독(2013-07-30 17:43:52)

예전에 고창군민회관에서 무료로 상영된 <타이타닉>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온 남녀노소 주민들로 극장 안은 대만원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어도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도 여기저기서 Q&A를 주고 받으셨다. “쟈가 지금 먹는 게 뭐여?”, “쟈는 쟈한티 왜 그러는 거여?”, “뭔 말이여, 저게?” 등등. <시네마 천국>에 나온 시네마 파라디소 극장 안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이 생동감 넘치는 극장 안 분위기가 더 흥미로웠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왕성한 대화들은 점점 잦아들었다. 어느덧, 극장 안에는 영화에 몰입된 관객들의 숨소리만 남았다. 난 너무 신기해서 관객들을 훑어보았다. 그 순간, 영화에 포옥 빠져버린 관객들의 모습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봤다면, 분명 나처럼 울컥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이 감독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결국 감독들은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웃고, 울고, 함께 교감하기 위해서 영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영관이란 곳은 영화 제작의 마지막 관문이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문인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이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명왕성>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을 때부터 험난한 여정을 걷고 있다. 사회 각계 각층의 노력으로 다행히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이 수정되었지만, 그 다음 단계인 상영관 잡기는더 힘들었다. 상영관이 있어도 관객들이 잘 오지 않는 시간에 교차 상영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제작사 대표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에 말문이 막힌다”는 심정을 전하고 있다. 어떤 영화는 최소 1주일 상영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어떤 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장기 상영되면서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자본이 영화를 검열하는 시대에 독립영화 감독들은 어떻게든 관객과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난 당연히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하 지프떼끄)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기대는 어긋났다. 7월 상영작에 이 영화는 없었다. 의아했다. <명왕성>은 <레인 보우>로 2010년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JJ-Star상을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한 번이라도 출품됐던 해외 감독들의 신작이 나오면 꼬박꼬박 챙겨서 영화제에 초청하던데, 국내 감독은 관심 밖이구나 싶었다. 알다시피 지프떼끄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운영하는 곳이고, 현재 7월 기획 상영전으로 ‘Again JIFF’를 열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지역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지프떼끄는, 전주에 있어서 아주 좋고, 참 다행이고, 격하게 아끼는 곳이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상영에서 밀려난 영화가 있을 때면 씁쓸해지곤 한다. 독립영화관을 표방하는 곳에서조차 상영되지 못하는 독립영화가 있다는 건 항상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남 일이 아니고, 내 영화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 거시기해진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관객결핍증’을 앓고 있고, 심정적으로 고아나 마찬가지다. 지프떼끄가 오 갈 데 없는 고아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고, 문을 넓게 열어줬으면 좋겠다. 관객과 만나고 싶은 영화인들에게 진정한 시네마 테크, 시네마 천국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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