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4 | 특집 [저널의 눈]
경연의 장을 놀이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
부활 40년 맞은 전주대사습놀이
이세영 편집팀장(2014-04-01 11:58:33)

마흔,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국내 최고 권위을 지닌 국악경연의 장이자, 전주의 중요한 문화콘텐츠 전주대사습놀이가 올해로 40회를 맞는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한 전주대사습에게 해는 의미가 크다. 

주최 측도 판소리 명창부 상금을 올려 권위를 높이는 다양한 4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대사습놀이가 나이에 맞는 권위를 회복하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축제와 경연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주대사습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주최측의 시도로 괄목할만한 변화의 모습도 있었지만 전주대사습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박하고 대사습을 가장 아끼고 지켜야할 도민들의 관심으로부터도 전주대사습이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행사를 배치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축제의 장으로 변신시키려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전주대사습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전주대사습 본연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가. 짚어보자면 전주대사습의 중심에는경연 있다. 청중이 심사위원이었던경연 본질을 찾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전문가들은 전주대사습의 권위를 높이고 함께 즐길 있는 경연장으로 만드는 길이 대사습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번호저널의 불혹을 맞은 전주대사습을 들여다보았다.



청중이 심사위원이었던 전주사습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1992 펴낸 전주대사습사에는 전주사습을 조선숙종 때의 마상궁술대회나 영조 때의 물놀이와 판소리 백일장 민속무예놀이를 종합한 것으로 본다. 보존회는국내최초 경창형식의 판소리 백일장으로 규정하고우리나라 국악의 정수인 판소리 체통과 가풍창극조 가도를 확립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지역의 노인들을 조사한 홍현식 교수는 그들의 증언을 통해 무예와 관계없는 판소리 감상의 민속행사라고 적는다. 지방관청 하급관리들의 놀이였던 전주사습은 경연의 성격이 아니고 서민 중심의 감상회로 청중들의 평가가 중요했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도 2011 한국학연구 37호에 발표한 논문에서전주대사습에서 청중에게 명창의 권위를 인정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평가가 되었기 때문에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놀이로 상승됐던 것으로 보인다 적었다.

20세기 중단된 전주사습은 1974 박영선 임종술 송광섭 등이 보존회를 결성하며 1975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라는 이름으로 판소리 농악 시조 궁도 네개 부문의 경연대회를 열었다. 전주사습이 풍남제와 함께 개최되며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때부터 전주대사습은 당대 최고의 명창을 배출하는 등용문이 됐다. 1 수상자인 오정숙을 시작으로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이일주, 최난수, 최승희, 조통달, 김일구 대사습이 배출한 명창들은 대사습의 위상을 확고하게 했다. 83년부터는 전주문화방송과 전주시가 공동주최하며 전국 생중계를 통해 대중적 성공도 거두게 된다.



비판의 중심에 섰던 전주대사습놀이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일하게 대통령상이 수여됐던 전주대사습놀이의 치열한 경쟁은 심사공정성이 제기되기 시작하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심사 공정성에 대한 가혹한 비판은 전주대사습놀이의 권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의 심사와 운영도 비판대에 올랐다. 유영대 교수는독선적 운영형태와 밀실담합의 요소가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보존회의 이사진이 실기인으로 교체되면서, 심사와 운영에 관하여 잡음이 심하게 일어났다 적기도 했다. 

전주대사습은 심사방식을 바꾸고 심사위원 회피제도를 도입하며 신뢰성과 투명성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2005년에는 대회 전부터장원 낙점설 인터넷을 나돌아 추최측과 출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고 심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으로 벌어진 전주대사습놀이의 귄위와 위상을 되찾기에는 불신의 골이 깊다고 지역문화인들은 지적한다.

전주대사습이 다함께 즐기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전주대사습은 출연자들이 점수로만 평가받고 시상으로 끝나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주대사습의 향유층이 고령화되고,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도 이러한 경연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주대사습은 2011 실내체육관을 벗어나 경기전 야외로 무대를 옮기고 2012 창작국악경연, 지난해 또랑광대 경연 등을 통해 대중적 지지층을 확보하고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연과 축제를 분리해 생각하는 전주대사습의 노력이 지지층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TV 방송중계, 득과


문화방송과과 공동주최, 그리고 본선 경연의 생방송은 전주대사습놀이의 전국적 명성과 권위를 높여준 계기였다. 8시간 동안의 전국 생방송이라는 문화방송의 노력으로 국악의 대중화와 전주대사습놀이의 대표성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도 많아 보인다.

전주대사습놀이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방송중계가 이제는 독이 되고 있는 아니냐는 지적은 곳곳에서 들린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방송편의에 맞춘 경연대회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교수는전주대사습놀이에는놀이 자유성이 있었다전주대사습이 방송프로그램이라는 틀에 갇혀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말했다. 전주대사습의 방송 프로그램화는 전주대사습을 추임새를 넣고, 때론 야유도 보낼 있는 시끌벅적한 경연의 장이 아니라, 엄숙하게 감상해야 하는 자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대사습놀이보존회도 방송 중계라는 달콤함에 빠져 안일하게 전주대사습놀이를 진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와서는 오히려 방송에 목매는, 방송 없이는 독자적인 생존마저 위협받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새로운 형식의 경연대회를 만들어 문화방송이 지켜온 역할과 성과를 이어받고 문화방송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최동현 교수는전주대사습놀이가 방송에 의지할 때는 지났으며 방송이 아니더라도 권위가 추락하지는 않을 이라고 말한다. 그간 문화방송의 노력으로 전주대사습놀이가 전국적 명성을 쌓았다면 이제는 대중과 맞닿을 있는 접점을 늘리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초기 전주사습의 모습으로 돌아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놀이 붙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것이다. “대중이 열광하고 함께 즐기는 전주대사습놀이가 된다면 오히려 방송은 앞다퉈 중계를 하게 이라는 최동현 교수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주사습의 명성을 되찾는


전주대사습놀이의 사습(私習) 스승없이 스스로 배워 익힘을 뜻한다. 홀로 배워 익힌 명창들이 대중 앞에서 기량을 뽐내는 , 이것이 사습놀이였다. 사습이 전주에서 열리니 전주사습이었고, 복원과정에서 전주대사습이 됐다. 전주사습에 대해 전주동헌과 전라감영의 하급관료들이 이름난 광대를 찾아 각지로 수소문하고 수십리 밖에 사는 광대라도 불원천리 초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광대들이 전주사습에 참가하는 자체만으로도 더없는 영광이자 소원이었다 하니 전주대사습의 권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만하다. 조선후기 귀명창이 즐비했던 전주에서 소리를 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기도 소리를 못하는 광대는 좌중들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으니 웬만한 명창은 전주사습에 명함을 내밀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주대사습놀이 경연은국악이라는 것이 세월의 공력을 무시할 없는데 참가자들이 젊어지면서 대회의 질도 동반하락하고 있는 같다 심사위원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전주사습이등용문 성격이 강했다 해도 지금과 같은 경연의 형태가 아니라 축제의 장에서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등용문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사습의 의미를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전주대사습은 국악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나서는 무대가 아니다거나현재의 경연을 중심으로 사습 본연의 장을 마련하는명창 대회등을 통해 대회의 질을 높여야한다”, “ 대회와의 변별력을 위해서 나이제한 등을 하자 주장은 이러한 맥락과 닿아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장르는 그대로 존중하되 전통을 되살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문화방송 최상일 피디도전주대사습놀이는 아무렇게나 창작하는 대회가 아니지만 창작의 산실이 되지 않으면 잊힐 것이다소리꾼들이 자기만의 더늠 대목을 발표하는 방법 전통 장르의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동안 스승을 따라 하기만 하던 국악계의 발전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승이 하던 것을 제자가 그대로 물려받으니 발전이 없다. 옛날 레퍼토리를 그대로 하니 변별력도 없고 부조리, 잡음도 많아지는 것이다.”



경연 본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전주대사습에는놀이 붙어있다. 놀이가 붙은 것은 조선후기 전주의 문화와 관계깊다. 전주는 판소리 전통이 뿌리 깊었고 소리를 알고, 듣고, 평가하고 열광하는 소리문화가 확고했다. 문화가 전주대사습을 놀이로 만들었고 자유로운 경연의 장이자, 등용문을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다. 광대들의 소리를 듣고 열광하고 야유할 있는 귀명창이 많았던 전주에 소리를 들으며 즐기던 놀이가 없었다면 그게 이상할 것이다.

때문에 전주대사습놀이가 대중들이 열광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경연의 장을 놀이터로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전주대사습에 볼거리는 많지만 정작 전국대회의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경연대회는 썰렁하게 치러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겨루는 놀이는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실수로 역전이 되기도 하는 드라마가 펼쳐져야 젊은 관객층을 끌어들이고, 전주대사습의 외연을 확장시킬 있다. 전주문화방송에서 제작한 광대전이 방편이 수도 있고 또랑광대가 본무대에 오르는 것도 생각해 있다. 

심사제도의 탈바꿈도 경연을 놀이로 만드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TV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최종 우승자를 시청자가 뽑기도 한다.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고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우승자를 가려냈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이미 청중이 우승자를 가리는 경연으로 조선시대 전주사습이 치러졌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청중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전주대사습을 자유분방한 놀이의 장으로 만들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전문가는전문심사위원과 청중이 1,2 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귀명창들의 참여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전주대사습을 축제화한다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대사습 경연을 축제화하고 귀명창들을 기르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적했다. 최동현 교수도전주대사습은 일부 단체나 전문인들의 것이 아니라 전주시민의 것이다원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야한다 말했다.

전주대사습놀이의 답은 이미 안에 있었다. 사습의 의미를 되새기고 거기에 전주의 색을 입혀 놀이로 만드는 . 이것이 전주대사습놀이가 가야할 길이다. 불혹을 맞이한 전주대사습이 미혹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사습의 역사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내일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