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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 | 특집 [연중기획]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자유, 그 행방을 찾아라
(2014-07-03 11:46:15)






청소년들의 사회부적응과, 비행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왜 그러한지에 대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적다. 16년전, 이미 우리는 ‘청소년헌장’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진다. 청소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누린다. 청소년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며 정의로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간다.가정, 학교, 사회 그리고 국가는 위의 정신에 따라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

청소년헌장은 청소년이 누려야할 권리와 책임을 적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실현되지 못하고 사문화된 듯하다. 여전히 청소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공부하는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머물러 있다. 우리는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7월호 연중기획에서는 청소년들과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는 어른들에게 이 지역 청소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들을 들었다. 그들이 짧은 글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의 과거가 있고, 청소년들의 미래가 있었다. 청소년다운 삶을 누리고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청소년 문화가 있는 내일이 오길 기대한다.



청소년들, 쉴 시간이 필요한 이유 

하정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시골 할머니집/누렁이는 잘 있을까?/보고 싶어도/학원 땜에 못간다/약수처 뒷산에/친구들이 만든 비밀기지가 있다는데/난 공부 때문에 못간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은 박혜선의 시 '나는 로봇이다'처럼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사람과 자연을 벗 삼아 뛰놀 수 있는 겨를이 없고, 스스로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중학 시절, 짝지는 조용필의 열렬한 팬이었다. 꿈속에서 그를 만나기도 하고 콘서트에 가기 위해 수업을 빼먹고 상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풍 때면 짝지의 '한오백년' '단발머리' '엄마야'는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온 산을 뒤흔들었다. 난 조용필의 실력을 인정하며 감탄하긴 했지만 짝지의 조용필 흠모와 모창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좋아하는 것을 그토록 향유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부럽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수나 연예인을 흠모하며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청소년들은 많다. 하지만 청소년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부모세대의 이해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청소년의 여가나 놀이문화는 학업에 밀려나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춤·연주·노래동아리 활동을 통해 청소년만의 끼를 발산하며 건전한 청소년문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소년문화존이다. 부산에 상설 청소년문화존 7곳과 찾아가는 청소년문화존 1곳이 있다는 걸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그곳을 한 번이라도 가보면 춤과 노래 문화가 청소년문화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기성세대는 건전한 청소년문화의 하나로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장려하지만 학업이 최우선인 탓에 독서든 춤이든 청소년문화로부터 멀어져 있다. 이처럼 학업과 청소년문화는 대립된 채 청소년문화의 현주소를 놓고 다양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년친화 여가문화 조성 연구와 관련해 2012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부산지역 청소년 1713명과 학부모 14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조사 결과 주5일 수업 이후 주말에 여가활동이 어려운 이유로 청소년들은 '공부로 시간이 부족해서' 33.4%, '여가시설 및 장소가 부족해서' 17.9% 순으로, 학부모들은 '정보가 부족해서' 21.2%, '여가시설 및 장소가 부족해서' 21.0% 순으로 꼽았다. 여가 활용 조건으로 청소년들은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가 81.1%로 가장 높게 나타난 데 비해, 학부모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가 80.8%였다. 청소년과 학부모 간에는 뚜렷한 시각 차이가 존재했다. 학업에 대부분 할애된 청소년의 시간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문화를 향유할 여유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가활동은 청소년의 창의적인 사고와 사회적 역량개발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청소년 시기에 일상화된 여가 향유는 인생 전체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친다. 학업과 여가를 대립 관계에 놓고 놀이나 여가문화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을 좀 더 쉬게 해주어야 한다. 쉬는 가운데 다양한 여가문화에 노출되고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럴 때 청소년다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생겨난다.

요즘 청소년의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 학교와 가정이 싫어서 떠나는 청소년들이 생겨난다. 청소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평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신뢰 등 내적인 힘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청소년문화는 중요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청소년문화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는 청소년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만의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여가시간과 시설, 더불어 정부의 청소년문화 예산이 필요하다. 또 청소년들이 말하듯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와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쉬며 여가를 즐기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게 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모세대는 청소년의여가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학업과 여가를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정부는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다변화 시대에 맞는 청소년 지도사

의정부시청소년수련관장 조경서 


청소년은 한 국가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말을 우리주변에서 많이 들어왔다. 그만큼 청소년들에게 거는 기대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내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저마다 갖고 다니며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실시간으로 자신의 사고에 따라 검색하고 행동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이야 말로 다변화시대에 적응하는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고 살아가는 삶의 주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욕구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청소년기본법 제13조 내지 제15조에 근거하여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위해 5년마다 수립되는 법정 국가기본계획은 새로운 사회 환경과 정책수요를 반영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실효성 있는 청소년정책을 정부에서는 2013년 현재 5차에 걸쳐 각 계 각층 청소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계획을 수립 하고, 사회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본계획에 청소년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가족구조 및 형태의 다변화, 청년 노동 시장의 위축 및 고용 불안정, 청소년의 정치․사회 참여확대 욕구가 증대되는 시점에서 다각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들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지역적 특성과 지자체별 재정여건 및 위․수탁 법인에 따라 청소년을 위한 운영프로그램 또는 지원정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최근 청소년문화는 스마트폰 및 SNS 등 신종 매체의 등장과 이용증가로 청소년관련 각종 언론보도를 접하다보면 유해 정보로 인한 청소년의 사회부적응 문제가 종종 회자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이 정서함양을 위한 건전하고 안전한 활동 공간과 교육프로그램 구축이 부족하여 일어나는 문제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학교의 주 5일 수업 시행이 당초 예상했던 청소년들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여가생활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현실은 학교 수업보다 학원 수업을 더 중시하는 경향으로 오히려 치열한 입시 경쟁구도로 내몰리고 있다. 또 청소년헌장에 나오는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진다’는 글귀가 무색할 만큼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들에 의해 조련되고 마치 부모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많아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건전한 여가생활은 물론 청소년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지도사도 다변화시대 흐름에 맞춰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청소년문화에 맞는 다양한 자격요건과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주변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조손가정, 이혼, 한 부모, 재혼 가정의 청소년과 학업중단, 가출, 인터넷 중독, 음주, 흡연, 폭력 및 자살 등 위기청소년을 다각적으로 접하는 현장에서는 상담과 예방은 물론 보호, 의료, 자립, 교육 및 복지 등 맞춤형 서비스가 청소년에게 적절하게 즉시 제공 되어야 한다. 

이제는 청소년지도사로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도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위기청소년들에게 적절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청소년지도사, 청소년관련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의 역할을 함께 어우르는 멀티 플레이어형 청소년지도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1세기 미래의 주역인 이 시대 청소년의 복지를 증진하고 수련활동과 정서함양 등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지원하기 위해 청소년지도사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꾸준히 개발하여야 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년들을 위해 땀 흘리는 모든 청소년  지도사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수업으로 채울 수 없는 경험, 동아리

박선영 전북사대부고 교사


학교 안에서 청소년 활동의 상징은 동아리다. 매년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만큼이나 대부분의 교사들도 올해는 무슨 동아리를 맡아야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 월 평균 4시간으로 적지 않은데다, 동아리별로 봉사활동, 외부 체험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5년째 큰 고민 없이 ‘유네스코’라는 동아리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학교에 부임한 첫해인 2009년 도입된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조한 점이었다. 이 중 한 영역이 바로 동아리 활동이었다. 이로 인해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이 권장되는 분위기였다. 또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에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과 능력이 입시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장선생님은 새내기 교사였던 내게 유네스코 동아리 창립을 권했다. 나 역시 학업에만 치우친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내 교과인 영어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 이렇게 시작된 동아리는 지금까지 학생들의 열정과 학교의 지원 속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유네스코’ 동아리라고 하면 흔히 문화재 보존, 유적지 탐방 등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활동범위는 그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청소년 세계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기’를 기조로 삼고 있으며,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세계화, 지역고유문화, 경제정의’ 7가지 주제 중 어떤 영역도 활동이 가능하다. 

그간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들은 다문화 가정 아동 대상 멘토링 및 캠프, 일본인 유학생과의 만남, 아프리카 청년 방문 및 문화교류 활동 등이다. 전주 지역 내의 박물관, 독립영화관, 미술관 등 각종 문화시설을 바쁘게 탐방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올해는 재래시장과협력해 사라져가는 전주 고유의 문화를 찾아보고 발굴해 홍보할 계획이다.

이처럼 바쁜 야외활동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마음도 씻은 듯 사라진다. 학생들을 보며 나는 ‘교육은 기다리는 일’리라는 말을 매년 실감하곤 한다. 3월에 활동 의견을 내놓으라면 ‘작년에 하던 거 하자’는 말뿐이던 아이들이, 2학기가 되면 외부 체험활동에 대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이런 변화는 여름방학에 이뤄지는 공동주간 캠페인 덕분이다. 공동주간 캠페인은 모든 학교 유네스코 동아리가 같은 날 동시에 지역별로 벌이는 캠페인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주제만 정해주면 학생들이 기획부터, 준비, 실행, 마무리까지 모두 스스로 한다. 여기에 교사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본인들이 주인이 되어 캠페인 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감과 열정을 얻는다. 그리고 방학이 끝난 후 2학기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학생 주도가 된다.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벌인 위안부 팔찌 구입운동, 바자회 후 수익금 월드비전에 전달하기, 외국인 유학생과이메일 주고받기 등이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이 모두 2학기에 아이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물론 어려웠던 점도 많다. 활동의 특성상 교외활동의 비중이 높고 연계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러 기관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항상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럼에도 동아리 활동은 이런 걱정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처음 부임 했을 때, 도시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공부하느라 지쳐 어떤 여가 생활도 소화를 못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업에 치이는 가운데 숨통을 틜 수 있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굴이 환해지던 학생들 때문에 같이 행복해졌던 일, 교내 행사 후뒷정리도 없이 가버려 혼자 정리하며 실망감을 느끼던 일, 체험활동 후 아이들에게서 기대도 안했던 열장이 넘는 수준 높은 보고서를 받았을 때의 대견함, 선후배간 친목도모를 하겠다며 허가동의서 및 지원금을 은근히 압박할 때 느꼈던 부담감 등. 모두가 수업만으로는 교사도 학생들도 느낄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이었다. 



비보잉을 통해 삶의 자신감을 얻다

문원진 비보이팀 소울헌터즈 대표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을 통해 비보이 댄스를 배웠고 소울헌터즈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출신의 많은 댄서들이 청소년 문화의 집을 통해 성장했다. 특히 지방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대회인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한 ‘라스트 포 원’ 선배들 이후 비보잉을 시작하는 친구들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 보두 크게 달라졌다. 전주 청소년 문화의 집은 비보이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고 관련한 행사와 기획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보이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전주의 비보이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보잉과 함께 성장했고, 비보잉을 배웠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남과 다른 특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자신감이 된다. 특히 무대에 올라 남의 시선을 받아야 하는 비보잉의 경험은 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여전히 비주류문화인 비보잉, 그리고 힙합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탈선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편견도 남아있다. 그러나 비보잉과 함께 청소년 시기를 보낸 나로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팀워크가 중요한 춤을 연습하고 공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존중과 예의범절이 몸에 배게 된다. 지금은 춤을 추지 않는 친구들도 그 시절을 돌이켜 ‘그때 춤을 추지 않았으면 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학업만이 청소년 시절의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활동으로 쌓여진 삶의 경험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미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학원을 통해, 학교의 방과 후 활동을 통해 비보잉을 접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교육현장에 계신 교사들도 학생들 스스로 몰입하고, 건전하게 땀을 흘릴 수 있는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내가 춤을 배울 때만 해도 비보잉은 단순한 춤의 일종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동작을 반복하고 익히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비보잉을 힙합이라는 큰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 춤이 생겨난 역사와 배경, 그리고 지향하는 정신을 함께 알아감으로써 비보잉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이다. 

새롭게 비보잉을 접하고 배우는 친구들에게 이런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오늘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배우고 멋을 부리는 춤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예술장르와 마찬가지로 배경이 되는 문화와 정신을 함께 배워야 한다. 또 이 문화가 한국에서, 그리고 전주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이어져왔는지를 공유한다면 단순히 이식된 외래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보잉을 배우는 친구들에게 이런 부분을 전달할 수 있도록, 비보잉을 가르치는 사람들 사이에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비단 비보잉 뿐 아니라 다른 청소년 문화의 부문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후배 비보이들, 그리고 자라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고 변화시켜나가기를 기원한다. 나도 이제 선배의 자리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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