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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 | 특집 [저널의 눈]
비교음악, 우리음악을 돋보이게 했다
제13회 전주세계소리축제
이세영 편집팀장(2014-11-04 09:12:54)

 ‘대마디 대장단’.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펼쳐졌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 이번 소리축제는 열세번째 자리. 판소리 본연의 예술성과 멋을 주목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던 올해 축제는 ‘비교음악제’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판소리의 확장과 실험에 대해서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로 이원화된 축제 장소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특히 개막공연작  ‘淸-Alive’(청-얼라이브)에 대한 평가는 판소리에 현대적 색을 입힌 실험성이 좋다는 의견과 판소리의 특성조차 살리지 못한 실패한 실험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청-얼라이브’는 김수연 명창의 ‘심청가’를 그대로 채록해 가사로 쓰고 음악과 영상, 의상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판소리의 원형은 살리되 시각적 효과와 감각은 동시대를 사는 관객에게 맞춘다는 의도였지만,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도입부의 영상이나 입체적 무대 등 인상적인 장면이 적지 않았지만 관객들의 호평은 10여명의 고수들이 매기고 받는 북놀이 장면에 집중됐다. 소리축제 조직위는 판소리를 원작으로 뮤지컬, 콘서트, 영화를 결합한 새로운 판소리 공연을 통해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밀도있게 구성하는데 미흡했던 점이나 완성도가 떨어진 춤과 극적 요소, (연출자의 의도였다 하더라도) 배역이 계속 바뀌는데서 오는 혼란스러움, 과도한 오마주 등은 실험 작업의 성과를 반감시켰다는 의견이 높았다. 

(관련기사 : 문화시평 -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품, ‘淸 얼라이브’ 다시 보기)


동시공연, 비교음악에 대한 해설 곁들여야 

이번 소리축제는 동시공연을 통해 한국음악과 해외음악의 원형과 전통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비교음악제로써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일부에서는 비교음악 형태의 공연에서 소리축제의 실험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교음악제로서의 성격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소리축제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대목이다. 

‘동시공연을 통해 비교음악제의 성격 강화’는 올해 소리축제가 지향했던 중요한 목표였다. 동시공연은 지난해 처음 진행돼 관심을 모았던 형식이다. 올해는 한 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을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에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모아졌다.

올해 동시공연의 형식은 두개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향교에서 펼쳐진 ‘동시공연’과 기획공연인 한국-폴란드 프로젝트 ‘쇼팽&아리랑’이 그것이다.

‘쇼팽&아리랑’은 폴란드의 전통악기로 연주된 아리랑과 우리악기로 연주된 쇼팽이 만나는 자리였다. 음악감독 마리아 포미아노브스카 등의 폴란드 음악가와 이항윤(대금), 위은영(거문고) 등 도내 역량있는 한국음악가들이 모여 연주한  ‘한국적 쇼팽과 폴란드적 아리랑’은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선보이기 충분했다.

‘동시공연’은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전주향교에서 펼쳐졌다. 첫날인 9일에는 폴란드 고음악과 한국 무악을 함께 듣는 마리아 포미아노브스카 오케스트라&정영만 명인의 통영시나위, 둘째날은 생황과 세계 최초의 관악기 두둑의 연주를 들으며 동·서아시아의 관악기를 비교하는 곽량과 오성&아라익 바티키안과 듀오 사빌, 마지막날은 정가와 이란 특유의 남성 보컬이 지닌 음색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문현의 정가의 밤&시알크 앙상블의 연주가 이어졌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았다. 동서양의 음악을 비교해 들어야 하는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었던 것. 특히 ‘동시공연’의 경우 생소한 나라의 악기와 음악에 대한 설명이나, 맥락적 해설없이 두 개의 공연을 이어 붙인 것은 ‘무성의한 공연’이라고 지적한다. 음악과 악기를 설명하고 음악을 들을 때의 주안점이 적힌 리플릿이나 두 공연 사이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짧은 토크콘서트 등을 넣는 등 해설이 곁들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교 공연장을 찾은 한 관객은 “운치 있는 향교에서 우리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외국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두 개의 공연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졌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옥마을 관광객은 축제의 관객이 아니다

올해 소리축제의 추진방향 중 하나는 야외공연의 내실화를 통한 축제성 강화와 관객개발이었다. 한옥마을 야외무대와 한국소리의전당 놀이마당무대를 강화하고 수준을 높여 관객을 모으겠다는 소리축제 조직위의 전략. 

한옥마을의 경우 풍남문 광장에서 경기전으로 무대를 옮기고 무대의 크기를 키웠다. 메인무대를 통해 보다 좋은 질의 무대장치와 음악으로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축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의 프린지공연도 양적팽창보다는 질적 수준향상에 무게를 뒀다. 야외무대의 공연은 서양음악과 동양음악을 엇갈려 편성해 소리축제가 내세운 비교음악제의 콘셉트와 맞춘 것도 특징이다. 한국소리의전당 놀이마당에서 공연을 보던 시민은 “계단에 앉아 한가롭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 소리축제의 매력”이라며 “우리음악뿐만 아니라 처음 듣는 나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은 메인 무대인 경기전뿐만 아니라 프린지 공연이 펼쳐지는 은행로, 대조로 쉼터, 소리문화관 등에 관광객이 몰렸다. 하지만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탓에 공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조직위가 밝힌 ‘소리축제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한옥마을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한옥마을의 관광객을 이용해 쉽게 외형적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가 들린다. 김남규 전주시시의원은 포화상태의 한옥마을을 이용하는 것보다 “한옥마을에서 축제를 없애고 다른 장소로 변경해야 한다”며 “덕진공원도 한옥마을 못지않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교, 전통문화연수원, 전통문화관 등 한옥 무대의 장점을 살리는 전통공연은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한옥마을을 떠나 한옥의 정취를 살릴 수 있는 공연장소를 찾는 것이 내년 소리축제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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