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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 특집 [창간27주년 특집 2]
함께 참여하니 문화가 더 즐겁다
전북의 건강한 문화생태계
이세영 김이정 기자(2014-12-02 10:48:31)

건강한 생태계는 최하위 식물부터 최상위 포식자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습니다. 문화도 생태계의 그것처럼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이뤄야 합니다. 다양한 문화의 현장에서 가르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순환되는 구조가 필요할 것입니다.


창간 27주년을 맞은 전북문화저널이 건강한 전북의 문화생태계를 가꾸어 가는 현장을 2회에 걸쳐 찾아갑니다. 지난 호에 이어 건강한 문화의 장이 열리는 전주 지프떼끄, 전주 시민놀이터, 문화 카페와 함께 이 지역 인디 밴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거리공연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버스커즈펙토리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지역의 문화를 생태계의 보고 ‘습지’로 만들려는 노력이 녹아 있는 현장에서, 야생화처럼 제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생적 문화 현장에서 우리가 뿌리 내리고 사는 이 지역 문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영화에 다양성의 날개를 달다

전주 지프떼끄

영화관은 손쉽게 여가를 즐기고 문화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전주에는 영화관이 ‘즐거움’을 주는 문화공간을 넘어 건강한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복합문화시설의 기능을 하는 곳이 있다. 다양성 영화를 매개로 건전한 문화의 소비, 교육, 생산이 함께 이뤄지는 전주 JIFF THEQUE(지프떼끄)가 그곳.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 시민이라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익숙하지만 전주 지프떼끄는 일반시민부터 영화 마니아, 영화 전공자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아우른다. 지프떼끄에는 독립영화상영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영화영상 콘텐츠 전시회가 열리는 ‘기획전시실’, 미디어아트를 통해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체험관’, 전주국제영화제의 역대 상영작 및 독립영화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자료열람실’이 갖춰져 있어 다양한 영화관련 콘텐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그 이상의 영화를 생각한다

지프떼끄 4층에 마련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는 국내 및 해외의 우수한 독립영화는 물론 예술영화와 고전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전북 유일의 독립예술영화상영관답게 호기심 가득한 중학생부터 친구들과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중년의 여성, 영화관람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까지 남녀불문 연령불문 이 곳을 찾는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단관극장으로 94석을 갖춘 작은 영화관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즐비한 전주에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특성을 살려낸 영화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하루 3편, 1년에 10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곳은 이름대로 ‘독립영화’가 중심이다. 독립영화라는 단어가 어색했던 때부터 꾸준히 독립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를 상영하며 전주에 독립영화의 뿌리를 굳건하게 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이제 예매가 아니고서는 영화관람이 쉽지 않은 인기있는 영화관이 됐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객석점유율이 그 증거다. 2012년 13%였던 객석점유율은 지난해 15%, 올해 20%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예술영화전용관 평균 좌석점유율을 상회하는 것이고, 수도권의 좌석점유율과 맞먹는 수치다. 전주시민들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영화관을 찾을 수 있게 했던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은 이곳에서 영화를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문화와 소통한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한 관객은 “독립영화는 상업영화가 주지 못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독립영화관을 자주 찾는다”며 “올 때 마다 내 옆에 앉는 사람들이 조금씩 느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질 높은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매달 매주 화요일 <힐링무비데이>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영화를 선별해 상영한다. <힐링무비데이>는 ‘용서와 화해’, ‘어른이 된다는 것’, ‘이웃의 풍경’ 등 일상에서 생각하게 되는 소소한 이야기를 매달 주제로 삼아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젠 자연스럽게 ‘화요일엔 무료상영회’라는 공식이 생겨 찾는 관객들도 늘었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영화감독과 배우들도 관객들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매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신작 독립영화의 감독과 배우를 만나는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는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으로 영화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도 GV를 통해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감독과 손님을 모시려고 노력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하다

영화를 통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도 전주 지프떼끄가 하는 일 중 하나다. 2012년 시작한 <마수걸이 인문학 콘서트>는 이승우 작가, 철학자 강신주, 김조광수 감독, 조정래 작가, 번역가 정영목, 이훈규 감독 등 명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영화를 통해 치유의 시간을 갖는 <힐링씨네토크>는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 매달 영화도 보고 영화치료전문가로부터 이야기도 듣는 전주 지프떼끄만의 프로그램이다. <마수걸이 인문학 콘서트>와 <힐링시네마 IN 전주>는 다양한 시민들이 전주 지프떼끄를 찾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번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전주 지프떼끄에서는 스크린이 아니어도 영화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자료열람실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아카이빙 작품과 독립, 예술영화를 DVD로 감상하고 영화 관련 도서 및 전주국제영화제관련 도서를 볼 수 있다. 영화정보 검색을 위한 인터넷 검색용 PC도 제공돼 영화 자료 검색에 용이한 공간이다. 

1층에 마련된 영상체험관과 기획전시실은 전주 지프떼끄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또 다른 장소다. 영상체험관은 영화의 원리를 미디어아트를 통해 체험할 수 있고 기획전시실은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곳. 영화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기획전시실의 대관일정도 꽉 차 있다는 것이 전주 지프떼끄의 설명이다. 문병용 운영팀장은 “다른 예술영화전용관보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을 하고 있고 좋은 영화를 선정하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며 “<마수걸이 인문학 콘서트>나 영화를 통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등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멀티플렉스영화관이 아닌, 지프떼끄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영화관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전주 지프떼끄. 정해진 예산과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인 문화공간

전주 시민놀이터

학교, 아파트, 공원에는 으레 있는 놀이터에서의 추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놀이터는 놀이의 공간이자 학습의 공간이 되어주곤 했다. 그러나 놀이터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놀며 배울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놀이터와 같은 공간을 성인들이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전주시민놀이터는 어린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재현할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정태현)이 운영하는 전주 시민놀이터는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나 떠들고 함께 배우며 다양한 문화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더불어 자생적인 문화예술동회회들의 모임과 연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전주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한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겐‘단비’같은 공간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전주시민놀이터를 이용하는 팀들의 스케줄이 빼곡히 들어찬 시간표가 눈에 띈다. 스터디, 밴드 연주 등 모임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주시민놀이터가 세간에 알려지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활동하는 동아리나 문화모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이런 상황은 시민놀이터 이용현황을 통해 드러난다. 참여형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주 시민놀이터는 올해 10월까지 단체를 포함해 258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으며, 2013년 3월말 개관이후 1년 만에 1만6천여명의 놀이터가 돼주었다. 

더구나 각종 회의와 연습할 장소를 찾지 못했던 생활문화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매달 2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놀이터는 만원이다. 음악 관련 동호회의 이용이 활발하지만 무용, 연극, 영화, 문학, 건축, 사진,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시민놀이터에서 만난 한 시민은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들이 우선 모이고 나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였다”며 “전주 시민놀이터는 늦은 밤까지 모임이나 연습을 할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전주시민놀이터는 이야기 놀이터와 소리 놀이터, 창작 놀이터로 구분된다. 마음껏 이야기하고 떠들 수 있는 1층 ‘떠듬공간’과 세미나 공간인 ‘회의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공간과 함께 무인 카페, 사물함, 도서 등이 구비돼 있어 회의는 물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창구역할도 한다. 2층의 소리놀이터는 공연예술 장르의 동호회 연습공간으로, 3층인 창작 놀이터는 무용, 미술, 사진 등의 다목적 연습장과 창작연습장으로 활용된다.

전주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전주시민놀이터는 연중 3일(1월1일, 설, 추석 당일)을 빼곤 언제나 열려 있다. 새로운 여가, 문화 활동을 위한 생활예술거점 공간으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것도 시민놀이터의 특징. 


참여형 회원제로 자치성 높여

사용목적은 상관없지만 신청자가 많아 예약은 필수다. 개인 5000원, 단체는 1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회원에 가입해야 사용이 가능하며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시민놀이터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원칙으로 운영되는 참여형 회원제는 재능기부나 사회공헌, 후원을 하는 회원들에게 50% 할인 혜택을 줌으로써 회원이 전주시민놀이터의 주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전주시민놀이터가 회원들에게 회원커뮤니티 행사나 생활문화예술 행사에 참여의무를 지우는 것도 회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

시민놀이터의 이러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공간 만들기 노력은 회원들의 나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서를 비롯한 각종 물품과 재능기부 등 200회가 넘는 나눔 활동에 시민들이 참여해 그저 이용만하는 공간이 아닌, 시민이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주시민놀이터를 총괄하고 있는 김시종 팀장은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공간을 운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에 따라 자칫하면 모래성을 쌓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전주시민놀이터는 생활예술거점 공간이지만,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시민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자치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와 이용자가 구분되지 않는 공간. 전주시민놀이터는 자치형 문화공간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말뿐인 ‘주인의식’이 아닌, 나눔과 소통을 바탕에 두고 놀고, 배우는 ‘어른들의 놀이터’돼 지역의 건강한 생활문화예술을 만들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길 바란다. 


일상에서 만나는 보물 같은 공연장

문화공간을 겸하는 카페들

차 한 잔을 마시며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보는 것,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다. 잠깐의 짬을 내 만난 친구와 함께 앉은 자리에서 공연을 만나는 것은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이다. 카페공연은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기침소리를 내도 민망스럽지 않은 허물없는 친구와 같은 친근함이 있다. 

특색 있는 카페공연들을 여는 지역의 카페들이 늘면서 일상 속에서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공연과 문화행사를 진행해 온 전주 공간봄, 빈센트 반고흐, 딥인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주의 하쿠나마타타, 로이, go집, 군산 나는섬 등 은 ‘문턱 낮은 공연’을 여는 카페들이다.


다양한 장르, 부담없는 공연

일찍이 전주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대학병원 앞에 위치한 자코(JACO)에서는 수준 높은 재즈 공연을 부담 없이 만나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업종이 변경된 상태다. 금암동에서 고사동으로 이사 다니며, 지역 고교생 밴드부터 인디밴드, 락밴드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클럽 레드제플린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공간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여기, 한옥마을에 위치한 ‘공간 봄’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공연을 만나게 하고 한옥마을에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카페공연을 열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정기적인 공연을 열어 카페공연 문화를 이끌었던 ‘공간 봄’의 공연은 전주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목요상설공연>이라는 브랜드로 정착돼 정기적으로 공연정보를 받아보는 마니아들이 1천 여 명에 이르고 있다. 

‘공간 봄’은 인디밴드, 국악, 클래식, 재즈,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을 초청해 유쾌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2013년 ‘공간 봄’에서 시도했던 현대무용단 사포의  카페춤 ‘사포, 말을 걸다’는 ‘생활 속 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간 봄’ 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을 펼쳐 관객들이 일상에서 공연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했다. 공연 장르의 다양성만큼 관객들의 취향이나 연령층도 다양하다는 것이 ‘공간 봄’ 공연의 특징이다. 

‘공간 봄’처럼 정기적인 공연을 하지는 않지만 공연을 여는 카페들이 늘고 있어 카페공연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됐다. 전주 딥인투와 라디오스타는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들이 자주 무대를 만들었던 공간. 딥인투는 ‘메이드인 전주’ 공연을 매 해 열고 있으며 라디오스타는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공연을 한다. 전문 음악가에서 학생까지 실력만 갖춰지면 연주가 가능한 전주 카페 로이, 군산의 인디공연이 주로 열리는 카페 나는섬도 우연찮게 멋진 연주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전주의 카페 로이, go집, 포디움, 더 베란다, 오스 스퀘어 등에서 자주 공연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가 꽃피는 공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 거리감 없는 문화향유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는 곳이 있다면 다양한 문화적 소재를 통해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는 카페들도 많다. ‘음악다방’로 다양한 연령층의 마니아가 있었던 전주 ‘빈센트 반 고흐’가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하는 대표적인 카페다. 

입구에 써진 ‘빈센트 반 고흐(1979.3.30.~)’이라는 문구가 36년의 세월을 말해주지만, 여전히 20~30대의 젊은이들이 찾는 카페다. 90년대, 혼자 사색하고, 조용히 책을 읽으려는 사람의 발걸음이 잦았던 카페라면, 이제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를 찾는다. ‘빈센트 반 고흐’는 지난 2010년부터 음악카페를 문화카페로 성장시키기 위해 현재 ‘解(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방에’, ‘영화제’ 등의 이름으로 강연, 공연, 영화행사를 지역 청년들과 함께 기획해 열고 있다. 어쿠스틱 인디밴드 공연을 비롯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빈센트 영화제를 통해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며 독특한 문화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사라질 뻔했던 ‘빈센트 반 고흐’를 지켜낸 서보성 대표는 “이 카페에 자주 드나들던 손님이었는데,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직접 운영하게 됐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산의 ‘키노’ 역시 자유로운 문화공간이자 쉼터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토론이 주를 이루는 모임은 지금까지 쭉 이뤄졌다. 많이 모이는 날은 25여명, 적게 모이는 날은 10여명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동안 같은 문화 공감대를 나눌 공간과 사람들에 목말랐던 지역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가 진행한 ‘독일 영화 강의’, 김정식 씨의 작은 콘서트, 안도현 시인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도 열려 키노 카페 대표인 신귀백 씨의 말마따나 ‘찌대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공연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 맞춘 파티와 디제잉 등 특별한 행사들을 곁들이는 카페들도 늘고 있다. 군산 ‘요다지’는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카페 공연은 기본,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벼룩시장과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파티, 공예와 자수 클래스 등 즐길 거리에 배울 거리가 함께 더해졌다. 할로윈파티, 싱글파티, 보드게임대회 등이 열리는 전주 ‘하쿠나마타타’, 조명과 클러빙, 디제잉 장비를 갖추고 클럽파티를 하는 전주 ‘바인스타’가 대표적이다. 또 ‘매드에스프레소’, ‘토브’처럼 공연도 하며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강좌를 여는 곳도 있다.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우아하게 앉아 있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고,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 그리고 그 공간에서 일상은 문화가 된다. 문턱이 낮아진 공연장으로 변모하는 카페는 도시의 오아시스가 아닐까. 


음악가들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버스커즈팩토리

지역에서도 거리의 악사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자그만 공터나 어느 길모퉁이에서 펼쳐지는 자그마한 공연은 도시의 삭막함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풍경이다. 그 풍경들이 많아질수록 연주자도 관객도 도시의 건강함을 만들어가는 요소들은 많아질 테다.

하지만 음악가들이 거리공연을 할 토대가 부족한 지역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팀을 만들고, 연습을 하고, 장비를 빌려 무대를 만드는 일이 오롯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거리공연문화를 조성하려는 당찬 젊은이가 있다. 버스커즈팩토리(대표 이준희)는 거리공연과 카페공연을 원하는 음악가들에게 팀 결성부터 연습실지원, 장소섭외, 장비지원을 하는, 음악가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거리공연을 지원하고 싶은 생각으로 출발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버스커즈팩토리는 현재 학생, 직장인, 전문 음악가 등 4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성향과 실력에 맞는 공연을 150여회 열었다. 전북대, 객사, 한옥마을, 덕진공원, 혁신도시 등에서 거리공연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고, 카페나 작은 문화시설에서의 공연에서 매일 공연을 하다시피 했다.

버스커즈팩토리를 만든 사람은 전북대학교 학생인 이준희 대표. 그 또한 동아리에서 음악을 하다 보니 거리공연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다. “거리공연은 여건이 따라줘야 해요. 팀도 있어야 하고 연습실이나 음향장비가 필요한데 어려움이 많았죠. 무대공연을 하게 되면 300여만 원이 드는데 그걸 학생들이 하기에는 무리였어요. 거리공연을 지원해주는 회사나 지자체를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창업 꿈이었던 터라 창업도 좋을 듯싶었다. 그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로 창업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버스커즈팩토리로 실현됐다. 버스커즈팩토리는 팀, 연습실, 공연장소, 장비를 지원해 음악가들이 거리공연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가능한 회원들은 세 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전문 음악가들은 오디션을 통해 거리공연을 하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거리공연이 공연자들의 홍보 기회가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나둘 참여를 희망하는 연주자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은 갈수록 많아져 이젠 아마추어에서 프로까지 400명이 넘는 회원이 버스커즈팩토리에 참여하고 있다. “오디션은 뮤지션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일 뿐이에요. 회원으로 신청하는 모든 음악가들을 회원으로 받되 그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섭외해주고 있어 음악가들도 만족하고 있어요.”


공연자들의 정성과 노력 인정해 줘야 

회원 중에는 당장 무대에 설 수 없는 아마추어들도 적지 않다. “수준이 되지 않는 사람을 무대에 세울 수는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연습을 지원하는 것도 버스커즈팩토리가 하는 일이다. 공연이 가능한 실력이 되면 작은 무대부터 실력에 따라 무대를 바꾼다. 

그렇다보니 가장 어려운 점이 연습실 지원이었다. 공간을 확보에 드는 돈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찾아낸 묘안이 실용음악학원과 연습실 대관 업체였다. 이 대표는 업체를 찾아가 “이곳에서 연습하다보면 다른 시간대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생길 것입니다. 학원, 연습실 업체에도 충분한 홍보가 될 것입니다.”하고 설득했다. 전주시내에 있는 문화의집도 그가 찾은 연습실이다. 9개의 문화의집에 요청을 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대표는 “부족하나마 연습실이 마련돼서 회원들에게 미안함이 조금 줄었다”며 “이제는 버스커즈팩토리만의 독립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계획을 밝힌다. 

버스커즈팩토리의 취지와 하는 일이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보니, 수익은 오로지 공연기획과 장비 임대가 전부다. 그나마 기획공연으로 생기는 수입은 생계형과 취미형으로 회원을 나눠 10%와 30%의 수수료를 제외하곤 공연자의 몫으로 돌린다. 거리공연에서 모인 수입도 전액 공연자에게 분배한다. 노력한 예술가로서의 정성과 노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모아준 수입은 적든 많든 그대로 아티스트들에게 나눠 줬어요. 재미있는 게, 이렇게 공연하게 해줘서 고맙다, 이 돈으로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다시 돌려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아무리 생계형이라도, 공연을 하는 즐거움이 컸던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 대표는 그 돈을 의미 없이 쓸 수는 없었다. 그들의 노력으로 번 돈을 더 의미있게 쓰고 싶었다. 거리공연문화 조성이나 문화소외지역 공연을 하겠다는 회사 취지에 맞게 문화소외지역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선물하기로 했다. 매 달 거리공연으로 모아진 수익을 참여한 음악가들의 이름으로 전주의 지역아동센터에 보내기 시작했다. 공연자들의 반응도, 지역아동센터의 반응도 모두 좋았다. 앞으로도 거리공연에서 모아지는 수익은 전북의 문화소외지역을 위해 쓸 생각이다. 


지속가능한 회사가되기 위한 고민

버스커즈팩토리가 거리공연을 하는 목적에는 음악가들의 홍보도 있다. 지역 카페나 문화시설들에서는 지역의 공연자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연자를 알리고 이어주는 역할을 버스커즈팩토리가 한다. 직접 이 대표가 카페를 찾아다니며 회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공연이 필요한 곳에 알맞은 음악가들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페에서 버스커즈팩토리로 연락을 하거나 거리공연에서 직접 공연자를 섭외하기도 한다. “연락이 오면 아티스트 입장에서 한 번 걸러서 연결해줘요. 카페에서는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하는데,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런 공연을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버스커즈팩토리는 지역의 인디 벤드들을 소개하는 앱을 개발 중이다. 전주에서 활동 중인 인디들을 소개하는 내용과 영상이 실릴 예정이다.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아서 무대에 서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이 지역에 많아요. 앱에 그런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지역의 인디 벤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어요.” 버스커즈팩토리가 앱을 개발하는 이유다.

요즘 이 대표의 머릿속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영상팀을 만들어 공연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고정수입을 위한 플렛폼을 만드는 것이 최대의 과제다. 

음악가들이 지역에서 음악을 하며 살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지역의 공연 현실을 보면서 음악가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떠나는 그들이라고 좋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음악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향을 떠난다고 했다. 지역 음악가들의 현실을 보며 그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거리공연, 카페공연이 자주 열릴수록 관객들의 티켓파워가 올라가고 지방의 공연콘텐츠도 늘어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서울로 굳이 떠나지 않아도 지역에서 음악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게 되겠죠. 우리가 하는 일은 비록 거리공연이지만 공연자와 관객을 이어주고, 관객들이 음악가들의 공연을 보러 가게 할 수 있는 탄탄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거리공연이 없는 겨울, 버스커즈팩토리는 숨고르기를 시도한다. 이제까지 일을 벌이고 키웠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질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숨고르기가 끝나는 새 봄, 버스커즈팩토리가 지역의 공연문화에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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