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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 | 특집 [저널의 눈]
제대로 일 좀 하게 해주세요!
전북의 문화복지 인력
이세영 편집팀장(2015-01-05 09:38:26)

2012년 전북에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기획자’와 ‘문화복지 전문인력’이 생겼다.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기획자 제도는 전북에서,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문화복지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문화복지가 화두가 되면서 문화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사업시행의 배경이다. 

전북도가 문화복지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생겨난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기획자와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그러나 시행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자리를 찾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문화복지 현장에서, 그들이 말하는 ‘과제’를 저널의 눈이 들여다 봤다.


생문동 문화기획자, 

“재대로 된 기획일을 하고 싶다”


2012년 삶의 질 정책으로 생활문화예술동호회(이하 ‘생문동’) 활성화를 진행한 전북도는 그 역할을 ‘문화코디네이터’에게 맡겼다. 2013년 문화코디네이터는 ‘문화기획자’로 이름을 바꿔 14개 시군에 18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시군에 소속돼 동호회 등록관리, 지원프로그램개발, 문화소외자를 위한 프로그램 설계 및 행정업무를 맡았다. 전북도는 생문동 문화기획자를 양성하기 위해 문화예술 관련학과 졸업자와 관련업무 경력자를 선발해 워크샵과 현장연수 등 노력을 쏟았다.  


생문동 문화기획자가 일선 행정관청을 대신해 동호회 활성화를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전북도의 생문동은 활력을 찾았다. 성과는 돋보였다. 전북도의 생문동 활성화 지원사업은 시행 3년 만에 800여 개팀, 1만 4천여명의 동호회원이 활동하면서 지자체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로 중앙부처와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주목을 받게 됐다. 물론  그 중심에 생문동 문화기획자가 있었다.


생문동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무주의 경우, 주민들과 밀착된 사업을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 농촌의 상황에 맞게 농한기인 11월과 12월에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청소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동호회원을 모집해 발표회 등을 열었다. 무주 생문동 문화기획자 김영경씨는 “12회의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줘 보람을 느꼈다”며 “같은 주민으로서 지역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알기 때문에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수요를 파악해 동호회 활성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다른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군산시 생문동 연극분과는 전국연극제 자원봉사를 자처하며 주민들의 행사참여를 높였다. 시군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생문동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시군 생문동이 연합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전북도 생문동 페스티벌을 열었다. 전북 생문동의 역량과 관심은 그만큼 높아졌다. 전주시 생문동의 한 회원은 “진도북춤 비나리 등 배우기 힘든 것들을 생문동의 지원으로 배우게 됐다”며 “생문동 네트워크로 다른 동호회와 교류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회원들은 생문동의 활성화에는 문화기획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관과 민을 연결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그들이 원하는 생문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화기획자들이 ‘간사’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생문동 활성화에 참여했던 한 문화기획자는 “우리가 개최한 페스티벌에는 동호회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많다”며 “문화기획자들이 생문동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과의 접점을 만들고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뛴 성과”라고 말했다. 생문동 회원도 “동호회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일이나, 개선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간사역할을 하는 생문동 문화기획자를 찾아 간다”며 “이들이 없었다면 좀더 편하게 생문동 활동을 할 수도, 공연 준비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생문동 활성화를 이끌어가는 생문동 문화기획자는 도입 취지에 맞는 활동을 소화해내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시군별로 한두 명이 근무하는 생문동 문화기획자들이 적게는 1천여명에서 많게는 3천명이 넘는 인원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공연 준비, 활동지원, 개인 상담뿐만 아니라 행정업무까지도 생문동 문화기획자들의 일이다. 그렇다보니 정작 문화소외자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문화기획자들의 실질적 기획활동은 뒷전으로 밀쳐둘 수 밖에 없게 된다. 지역의 생문동 문화기획자는 “업무는 많고 보수는 낮은 것이 문화기획자들의 처지”라며 “문화기획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도 많아져야 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기획자들의 자율권도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올해부터 생문동 문화기획자 사업의 운영주체가 시군으로 이관되면서 사업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전북도는 생문동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에 예산을 편성한 상태지만 사업 추진 지침도 마련되지 않았고, 올해부터 ‘문화기획자’라는 직책도 사라지게 됐다. 전북도가 소극적으로 나서자 일부에서는 새 지사가 취임하며 생문동 사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전북도 담당자는 올해 이 사업은 시군정책에 맞게 자율적으로 이뤄진다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지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전문인력이 떠나는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사업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생문동 문화기획자보다 더 큰 파탄을 드러내고 있는 양상이다. 문체부의 시범사업으로 전북과 부산에서 3년째 시행되는 문화복지 인력 양성사업으로 선발된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현재 20명. 이들은 지역의 문화복지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문화이용권 등 문화복지사업 정보 제공 및 홍보, 문화복지 대상자 요구 파악 및 관련기관 네트워킹, 지자체 시민 예술가 문화시설 간 문화정책 매개 및 지역 내 문화자원 조사, 지역별 맞춤형 문화복지 프로그램 계발 및 운영 등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전북의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90%이상 문화이용권사업에 투입돼 문화누리카드 홍보에 주력했다. 이같은 상황은 같은 시범사업 지자체인 부산이 주민들의 문화 프로그램 기획 업무에 80% 이상 참여하고 나머지 20%만이 문화누리카드 이용권 사업에 동원된 것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문화복지 전문인력 이선희 씨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인지 현장뿐만 아니라 지원기관의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며 “문화복지 전문인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른 채 문화누리카드 이용권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렇게 업무가 한정되면서 문화복지 전문인력들의 불만이 커지고 전문인력들은 하나둘 현장을 떠나가고 있다. 문화복지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모여든 전문인력들이 떠나고 있는 것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시행 초기 3명중 2명이 석사학위를 소지하거나 문화예술단체에서 일한 경력자들이었다. 그러나 낮은 보수, 불안한 고용환경과 취지에 맞지 않는 인력운영으로 문화복지 전문인력의 재배치 율은 40%에 그쳤다. 10명중 6명이 문화복지 전문인력의 자리를 떠난 셈이다. 재 지원을 포기한 한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문화복지 전문인력에 지원한 사람들은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시민의 복지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1년도 안되는 단기 계약직으로 다음 사업이 시행될지 모르는 속에서 몇개월을 무직인 상태로 지내야 하는데, 아무리 사명감이 있다고 해도 이런 불안한 상황을 감내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복지 전문인력도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누구나 차별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사무실을 지키거나, 문화누리카드 홍보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홀대를 받기 십상이다. 문화복지 전문인력이 기관에 배치된 후 관련 업무나 역할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인턴수준의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화복지 전문인력들의 증언이다. 이들은 생문동 문화기획자가 공무원들과 업무 파트너로 일하며 성과를 내는 것에 비해 지자체들의 문화복지 전문인력에게는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군산시는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나 인터넷 연결조차도 해주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군산시 문화예술과에 근무한 문화복지 인력은 책상 하나만 지원 받아 개인 노트북에 전화기로 인터넷을 연결해 업무를 처리해야만 했다.


전북 지역 통합문화이용권 카드 발급율 100%, 사용율 1위를 달성한 문화누리사업단 김선태 단장도 문화복지 인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단장은 “시범사업 첫해를 지냈으면 본격 시행하던, 폐기를 하던 해야지 시범사업으로 3년을 끌고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예산편성도, 정확한 답도 주지 않는 정부나 도의 정책에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문화예술진흥법 안에 문화이용권 사업에 주로 연계가 돼 있고 전북의 경우 전문인력들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그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문화여가사 자격증 등 전문인력 제도가 하루 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인력, 관과 민의연결고리로  

적극 활용해야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생문동 문화기획자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문화복지 전문인력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문화복지 전문인력의 근무체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1년미만 단기채용으로 전문인력이 자리를 떠나고 업무의 연속 추진과 전문성, 숙련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고 생문동 문화기획자와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시민들의 이런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다. 

문화복지의 관점에서 동일한 목적을 가진 두 제도를 따로 진행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사서,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복지 인력들과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를 통합하거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등 컨트롤 타워를 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복지 전문가는 “문화적 삶의 질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감수성을 발현하고 누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며 “단편적인 제도와 관점보다는 경제, 문화, 환경 등 다면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복지제도를 문화의 틀에서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문동 문화기획자와 문화복지 전문인력이 지닌 ‘연결고리’로써의 역할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관과 민의 연결통로로써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통해 문화복지를 실현시키는 것이 그동안의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익산의 사례가 그 예다. 익산시 문화복지 전문인력은 순수하게 시민, 지역 예술가와 함께 익산시 중앙동 ‘거리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사업은 시민과 예술가, 그리고 익산시의 연결통로로 문화복지 전문인력이 역할을 다하며 지역의 문화적 욕구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도 이끌어냈다. 


생문동 문화기획자도 관과 민의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구성된 생문동 네트워크가 유명무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생문동 문화기획자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실정을 고려해 배치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보인다. 전주시 미술동호회 회원은 “생활문화동호회 사업의 지원이 끊겨서 문화기획자가 없어진다면, 동호회 활동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다리역할을 해주고 지원비나 프로그램, 축제를 기획해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게 되면 시와 관계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복지의 첨병, 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기획자와 문화복지 전문인력. 앞으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질 문화복지의 영역에서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삶의 질을 우선 과제로 삼고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자 했던 전북도의 노력이 빛바래지 않도록 제도의 개선과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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