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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 | 특집 [저널의눈]
전북도립국악원 사태, 승자없는 감정싸움?
이세영 편집팀장 (2015-02-04 17:08:22)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윤석중) 관현악단 단장 신규채용과 관련한 전북도립국악원과 유장영 전 단장 간의 문제가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소제기와 취하, 합의, 합의 조건 불이행 등을 거치며 양자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지난 23일 단장 공모를 통해 새 단장이 내정됐지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의 불신이 자칫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어 문화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예술단장 임기에 대한 엇갈린 해석

사건은 지난해 1229일 유 전 단장이 전주지방법원에 근로의 권리 침해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유 전 단장은 이날 나의입장을 통해 사전 동의나 협의 없이 1223일 오후 5시 반, 관현악단장 공모 공지문을 띄운 지 15분 후에 사무국 직원을 통해 신임 단장 공모사실을 전화로 알려왔다며 이전 단장들의 퇴임 예, 그리고 법적으로 합당한 조치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어 최소한 이 정도는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으로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단장을 뽑는 공지문을 내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것. 유 전 단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시행규칙에 따라 제 정년은 60세로 20187월까지 관현악단장으로 근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단장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근거는 전라북도립국악원 운영조례 시행규칙이다. 2011년 전부개정된 시행규칙 제72항은 예술3단장(관현악단, 창극단, 무용단) 및 교육학예실장, 공연기획실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11년 시행규칙이 전부개정되며 새롭게 신설된 것으로 20039월 부임한 유 전단장은 이 규칙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유 전 단장은 같은 시행규칙의 부칙 제2조에 따라 이 규칙 시행 전에 계약된 예술3단장의 정년은 종전 상임직원 및 강사의 자격 기준상의 연령기준을 적용 60세로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북도립국악원은 유 전 단장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전북도립국악원 측은 국악원 조례 어디에도 예술단장의 임기에 대한 정년보장내용이 없다예술3단장은 보직이 변경되더라도 정년을 상임단원으로써 60세까지 정년과 직급이 보장되는 것이지 예술3단장으로써 직책과 직무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전 단장은 일반상임직원은 뽑은 후 직책을 정하지만 단장은 처음부터 단장직으로 뽑는다당시 증거가 공고문, 인사기록, 근로계약서에 남아있다고 반박한다.

팽팽히 맞서던 양측은 18일 합의를 도출한다. 유 전 단장은 소를 취하했다. 유 전 단장은 그 이유에 대해 하루 전인 17일 단장공고안을 내리고 합의하자고 했으나 이미 새 단장에 대한 접수가 됐으니 어렵다며 유 단장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다고 국악원 측에서 이야기를 했다국악원의 혼란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북도립국악원의 요청에 따라 8일 소를 취하했다고 했다.

 

예술감독 약속했다” VS “상징적 자리 주겠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 과정에서 예술감독이라는 자리가 언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내외적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술감독이 전북도립국악원에 존재하지 않는 직책이라는 것. 고양곤 전북도립국악원 노조지부장도 합당한 임무를 부여하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조례규칙에 없는 직책을 만든다면 노조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여기에 양측의 합의 내용이 이면합의라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며 양측은 다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유 전 단장은 약속이행을, 전북도립국악원은 내부 반발을 이유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지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도 엇갈렸다.

유 전 단장은 임기의 장기화 문제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원장과의 불화가 새로운 단장을 뽑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장과는 취임 초부터 부딪혔다공연내용이나 프로그램은 전문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원장이 수정을 하게 해서 다툼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예술인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도립국악원 측은 유 전 단장 개인을 겨냥한 보복성 인사나 개인의 문제가 있어 새 단장을 뽑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임광선 전북도립국악원 사무국장은 원장의 개입에 대해서 예술인이 한다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콘셉트와 기본적인 방향, 도정의 방향에 맞춰 국악원이 가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임 사무국장은 또 “20141월 업무계획상에 3단장에 대한 공모제 추진이 명시돼 있다이 일이 생기기 전부터 계획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했다. 오래된 화두였던 도립국악원의 실·단장 임기제가 지난해 9월 노사협상을 통해 진행된 것도 이러한 과정이었다는 것. 지난 9월 도립국악원은 단원 근무성과 평가 강화, 원장직 및 실·단장직 개방형 공모제 전면시행, 교수실과 학예연구실의 통합, 단원충원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에 노사양측이 합의했고 그에 따라 12월 단장의 신규채용을 했다고 도립국악원은 설명했다. 임 사무국장은 도립국악원 활성화 용역을 했고, 도립국악원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단장의 임기 장기화로 인해 음악의 발전이 없고 도립국악원이 변화해야 한다는 평가에 따라 공모제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술감독제안에 대한 입장도 사뭇 달랐다. 예술단장 제안에 대해 유 전 단장은 자신이 예술감독을 요청한 것처럼 알려진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명예회복이 중요하니 단장에 준하는 직책을 달라고 했다국악원에서 예술감독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되면 반발이 있을 것인데 어찌할 것인가 물으니 후속조치는 국악원에서 할 것이라고 사무국장이 말해줘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18일 오후 국악원에서 예술단장을 주겠다는 문서에 사인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도립국악원은 예술단장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자리와 직책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임 사무국장은 합의문서 서명에 대해서는 대화과정 중에 신뢰의 표시를 한 것인데 그것을 공개할 사항은 아니다신뢰회복을 위해 발표를 나중에 하자고 했는데 그 내용을 게시판에 올리고 섣불리 과정을 공개하니 모두가 염려스럽고 혼란스러워 한다고 불편함 심기를 내보였다.

유 전 단장은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조례와 규칙을 개정하면서 노사협의에 대한 내용을 실단장회의 등에서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상의도 없었고, 공고를 내고난 후에야 자신에게 단장 공모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잘못된 절차라는 것이다. 그는 사전에 자진사퇴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사전통보가 없이 공고를 내는 것은 원장의 직원남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립국악원은 예술단장 공모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전 절차를 이야기했고, 충분히 논의했다고 일축했다.

또 유 전 단장은 약속이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도립국악원의 입장을 고려해 소를 취하하고 합의를 했는데 이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국악원내의 반발을 이유로 국악원이 약속을 깼다약속을 못 지키는 것에 대해 국악원장이 인간적인 호소나, 충분한 이유를 설명했더라면 받아들였을 것인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 매우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립국악원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임 사무국장은 자문·고문 등 유 전 단장의 기량을 충분히 활용할 직책과 직위를 놓고 고민중이다정년을 보장하고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립국악원,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유 전 단장은 국악원이 진정성을 보이고 투명하고 솔직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갔어야 했다직책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니 언론과 문화계, 도가 나서서 아름답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립국악원측도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내부 논의를 거쳐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해 해결 가능성이 없어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유 전 단장이 법적 대응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법조계의 해석도 서로 엇갈리고 있어 법적 대응이 이뤄질 경우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도내 한 중견 변호사는 예술3단장의 정년을 60세로 한다는 것이지, 단장이라는 직책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는 것은 아니다조례 규칙에 단장의 임기가 적시되지 않은 것도 유 단장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변호사는 단장을 따로 뽑았다는 것은 단장이라는 직책으로 선임한 것이기 때문에 단장의 직책을 버리고 정년을 유지시킨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단장의 임기가 조례규칙에 없었다 할지라도 전임의 관례상 그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고 유 단장의 손을 들어줬다.

유 전 단장과 도립국악원의 다툼을 바라보는 도내 문화계의 시각도 엇갈렸다. 한 인사는 예술단장의 종신 임기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 아니냐유 전 단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일을 원만하게 해결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고 다른 문화계 관계자도 도립국악원이 오랜만에 쇄신의 깃발을 세우고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 전 단장이 그 길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국악계 관계자는 예술단 단장이 자신의 색깔을 내기에는 2년은 너무 짧다단장의 임기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조례를 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고 다른 문화계 관계자는 “3년이 짧진 않지만, 다른 예술단장처럼 임기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했어야 했다국악원이 일을 성급하게 처리해서 외부입김설 등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계 인사들은 우려와 기대를 함께 내보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이 내부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도립국악원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 특히 단장뿐만 아니라 원장, 단원 모집에 대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악발전 기여와 시민을 위한 예술단으로 거듭나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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