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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 | 특집 [저널의 눈]
인형극 하러 '엄마가 간다'
황경신 편집기획팀장(2015-04-01 11:49:12)

인형극 하러 ‘엄마가 간다’
엄마들의 인형극단 <깔깔깔>

 

 

여자들은 그렇다. 혼자 보다는 둘만 아는 비밀을 만들고, 셋 이상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기공을 발휘하기도 한다. 맛깔스럽게 동화를 읽어내던 여덟 명의 엄마들이 모여 일을 냈다. 
완주군 봉동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복지관 동화구연 수업을 오가던 김송화, 오현주, 김은경, 한미향, 김경애, 김영애, 박신자, 김선아 주부가 활동하는 <깔깔깔> 인형극단.  <깔깔깔>은 더 실감나게 동화책 속의 이야기를 전하고, 문화혜택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마을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공연하러 가는 엄마들
“동화구연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엄마들이 만든 극단이에요. 자기계발을 위한 자격증반 수업을 듣던 엄마들이 기왕에 생긴 ‘재능’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펼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극단에 참여하고 있는 엄마들 모두는 완주 토박이가 아니다. 전주에서, 정읍에서 남편의 직장을 따라 완주로 생활터전을 옮겨왔다. 도시의 엄마들처럼 다양한 취미나 자기계발의 기회가 많지 않은데다, 기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애초에 동화구연 모임이 완주군의 동아리 활동으로 지원을 받은 일이어서, 그것을 다시 많은 사람들과 의미 있게 나눌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더해져 만들어진 인형극단이다.
동화구연을 시작으로 북 아트와 인형 만들기를 배운 엄마들의 재주가 모아져 만들어진 <깔깔깔>의 활동은 지난 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매주 화요일, 주 1회 공연과 모임을 갖고 있는 <깔깔깔>은 완주군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방문해서 공연을 한다.
극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송화 씨는 “저희 공연의 1순위는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입니다. 내 아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동화구연도 인형극도 시작한 것이어서 부족한 것이 많이 있지만 엄마들의 작은 재능기부라고 보시면 되요”라고 소개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단순한 친목이나 자기계발을 넘어서는 활동이 되다보니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반 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좀더 ‘그럴싸한’ 무대나 연습공간도 필요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집 안 일의 특성상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몇몇 엄마들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어 자리를 떠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임을 앞두고 집에서 인형극 연습을 할 때면 아이들이 상대역이 되어 거들어주기도 하고, 지역 안에서도 <깔깔깔> 인형극단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알음알음 어느새 입소문이 난 덕에 군 안의 복지시설 등에서도 공연의뢰를 해오고 있다. 이달만 해도 이미 공연 스케쥴이 빼곡하다.
한미향 씨는 “대부분 엄마들 모임이 친목이나 취미활동이 많기 마련인데, 아이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우선으로 해서인지 어려운 점이 많아요. 회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이 있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것이 또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예상대로 모임의 지속성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여덟 엄마들의 꼭 같은 생각이었다.
아기자기 손 인형의 몸짓을 보며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이 여덟 엄마들에게는 최고의 ‘VIP 관람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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