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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특집 [민선지방정부 3년의 문화정책을 돌아본다]
세계로 가는 문화정책, 고개숙인 예산
문화예술예산과 문예진흥기금, 얼마나 확충되었나?
장세길 기자(2015-06-16 14:19:27)


 문화발전은 일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토양이 구축되어 삶속에 뿌리내려야 하며, 문화예술을 어렵게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인의 끊임없는 창작활동과 지역만이 가지는 개성을 적극적으로 살려낼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 계획의 수립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의 전북문화는 어떤 조건에서 처해있을까. 예술의 고장으로 불리우는 우리 고장에는 4천여명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문화적 자부심도 높다. 하지만 몇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예술인은 경제적인 난관에 부딪혀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만한 제반 조건이 절대적으로 미비하다. 그래서 매년 제기되었던 것이 문화예술 예산에 대한 확충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는 어떤 활동도 펼칠 수 없으며, 문화적 자부심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족한 예산


 그러나 민선 지방정부 출범 이후에도 문화예술 예산의 부족은 여전했다.

 지난 3년간 전체 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민선 지방정부 출범이후 새롭게 책정된 96년에는 전체 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에서 2.2%로 0.4% 증가되기도 해 문화예술인들에게 기대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는 잠시뿐, 이후 전체 도 예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부문 예산만은 항상 제자리였다. 전라북도 전체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96년 11% 97년에는 13%가 증가했지만 문화예술예산은 도 전체예산의 증가율조차 따라가지 못했다. 96년의 경우 95년 206억원에서 225억원으로 9% 증가를 이루었지만 97년은 오히려 223억원으로 0.8% 감소했다.

 그런데 문제는 98년 올해가 더 심각하다. 올해 문화예산은 218억원. 도 전체예산이 1.2% 증가했지만 문화예술 예산은 오히려 5억원(2.3%)이 감소했다. 여기에 예술회관 건립비 등 105억원을 제외하면 113억원으로 전체 예싼의 1%도 되지 않는다.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대비해 정부는 문화부 예산을 16.5% 증각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예향을 자부하는 전라북도 문화예술 예산은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행사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96년에는 전년대비 33%의 증가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지워금의 증가율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급기야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게 된다.

 이런 예산변동 추이를 보면서 문화예술인들은 도 문화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96년 도 문화관광국 신설로 문화정책의 독자성을 수립하겠다는 의지와는 어긋나게 획기적인 예산확보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문화경쟁의 시대에서 승리하는 전라북도 문화예술을 만들겠다며 '세계화'를 외치는 도 문화정책은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문화예술예산은 오히려 바닥을 기고 있고 심지어는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문화예술이들의 평가는 간단하다.


변하지 않은 문예진흥기금


 문예진흥기금은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84년 기금을 확보하고, 30억을 넘어선 92년부터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들에게 분산·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원을 시작한지 6년이 지난 현재(97년 12월 31일) 총 적림급은 43억7천5백만원.

 문예진흥기금 변동추이에도 나타나듯이 민선정부 출범 초기(96년 초)에 비해 총 적립금이 소폭 증가했으며, 건당 지원액은 190여만원으로 50여만원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가분은 3년동안 전체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액의 누계일뿐 결코 전체 기금 총액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민선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원총액의 증가분과 그 이전인 93년과 94년의 증가분과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가 있다. 이것은 민선지방정부가 문예진흥기금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펼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도 관계공무원 스스로도 "기금 총액확보를 위한 노력은 없었다:고 한다. "올해의 경우 IMF 고금리에 의해 다른 해보다는 총 적립금이 더 증가했다"며 큰 성과나 얻은 것처럼 내세우는 담당부서의 입장만으로도 문예진흥기금을 바라보는 전라북도의 인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올 추경예산에 문예진흥기금 명목으로 도 출연금 5억, 시·군 출연금 5억을 합쳐 총 10억원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 아직 추경예산심의도 진행되지 않은데다 혹 6월에 있는 지자체 선거를 겨냥한 '선거용'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책수립이전에 예산확보부터


 결론적으로 3년 동안 문화예술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책정된 예산은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쓸 수 없을 정도이다. 건물하나를 짓는데도 몇백억이 소요되는 요즘, 200여억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문화정책은 한계가 있었다. 결국 문화복지를 실현하고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어떠한 정책도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전라북도 문화예술을 '세계화'하기 위한다면 정책수립이전에 그에 상응하는 예산확보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종상 영화제 2억지원에 할말 있다.

지역문화 사기꺾기(?)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의 1년 총배분액은 대략 3억5천만원. 이 돈은 이른바 '공식적으로' 지방정부가 도내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내놓는 유일한 지원금이다. 건당 평균 약 1백9십여만원. 이 문예진흥기금은 지난 92년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지역문화의 숨통이 되어왔으니 이젠 '마르지 않는 샘'쯤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마르지 않는 샘은 인색하기로 호가나있고 갈수록 '간에 기별도 않간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어쨌든 이 기금으로 도내 약 2000여개 단체가 1-2백만원씩 혜택을 받지만 그 돈으로 포스터 한 장 제대로 찍고나면 그만인 셈이다.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주고도 욕먹는다'는 이 문제의 진흥기금은 92년 배분이 시작된 이후 아직 한번도 적극적으로 증액된 바 없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분을 생각해보면 실질적으로 계속 출소운영되어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선정부 출범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무주에서 열린 35회 대종상 영화제에 전라북도는 선뜻 도비 2억원을 쾌척했다. 세계화시대에 그 정도야 못할 것도 없겠고, 세계화된 안목을 갖추기에는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역문화의 일꾼들로서야 할 말이 없지만 그 참담함과 상처는 꽤 깊이 남아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늘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의 세계화'를 힘써 주장해 온 전라북도 대종상 영화제와 지역문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명히 밝혀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종상영화제가 해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복마전이라는 소문은 어차피 알려진 사실이고, 여기에 무주의 시상식장은 HOT나 김건모 등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 무주의 지역주민들은 그 자리에 들어갈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지역문화의 진흥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화인들의 가족잔치에 불과했었다. 그 돈의 십분의 일만 지역문화에 투자되었다며 당시 화재로 공연장이 전소된 창작소극장을 완전히 복구하고도 남아 소극장 하나를 더 세울 수 있고, 100여개의 단체가 2백만원씩 문예진흥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된다. 여기에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지역문화의 사기를 올려주는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로 도의 정책적 지원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지원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관(官)의 지원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원도연 편집장


인터뷰 창작극회 곽병창 대표


예산집행의 '치적쌓기'와 '물량주의' 버려야

문화예술 예산과 문예진흥기금 평가


 "한마디로 변한 게 전형 없습니다." 지난 십여년동안 지역연극의 선봉장으로 활동해온 창작극회 곽병창 대표의 지역 문화행정에 대한 첫 번째 평가이다. 곽대표는 먼저 문예진흥기금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서류검토만으로 지원이 결정되는 형식적인 절차는 3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지원신청 단체난 공연 등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전북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창작활동이나 지원이 꼭 필요한 단체가 제외돼 아까운 돈이 쓸데없이 낭비되어 비효율적인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집을 내는 개인과 순회공연을 펼치는 연극단체간의 지원액수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고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적극적인 조사작업과 문화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지원은 "여기도 지원했고, 저기도 지원했다는 식의 면피용 행정과 지원건수만을 늘림으로 해서 결국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푼돈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공무원들의 치적쌓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치적쌓기'는 '물량주의'와 함께 문화예술예산 편성과 집행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허울좋은 정책만 난무할 뿐이지 토대가 되는 문화예술예산은 3년동안 증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며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의지가 있기가 한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나마 적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며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을 위한 대안은 분명하다는 것이 곽병창 대표의 말이다. "건물을 짓는 것과 실질적인 지원과는 무관합니다. 대규모 공연장만 짓게 되면 오히려 막대한 자본을 들인 대규모 중앙 공연이 무차별적으로 폭겨을 가해 지역예술활동이 뿌리채 뽑힐 우려가 있습니다. 중·소규모 공연장을 분산 개최하고 거기에서 남은 돈을 아껴 문예진흥기금 등을 조성하는게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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