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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4 | 특집 [민선지방정부 3년의 문화정책을 돌아본다]
이름뿐인 위원회, 제자리 찾아야 한다
문화예술계 자문위원회
(2015-06-16 16:21:42)


 지역문화와 행정은 '따로 국밥'일 수 밖에 없는가. 양방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다 공식적인 교류의 창구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문화예술인들이 문화행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라북도는 문화예술계의 전문성 문제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위원회'를 구성, 설치해놓고 있다.

 문화예술과은 문화계, 문화재계, 예술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 계별로 '도문화예술진흥(기금심의)위원회'와 '문화재(전문)위원회', '미술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행정집행에 심의·자문을 받는다. 이들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이나 학계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위원회의 활동이나 운영에 대해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 중에서도 문예진흥위와 문화재위가 '지역문화계에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우선 이들 두 위원회의 활동의 면면을 알아보자.


전라북도 문화예술진흥(기금심의)위원회


 문화예술진흥위원회(문예진흥위)는 주로 도 문예진흥에 관한 기본 시책 및, 문예진흥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사항, 기타도 문예진흥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문예진흥기금을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도 문예진흥위원들이 겸하고 있다. 문예진흥위는 당연직으로 도지사와 행정부지사, 문화관광국장, 도교육청 중등교육국장이 참여하며,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9명의 인사가 위촉돼 2년간의 임기동안 활동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심의 과정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다, 심의위원이 명실상부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느냐 하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문예진흥위의 형식적 심의와 운영은 이번 문화예술발전중장기계획 시의회의에서도 확인했다. 진흥위가 제대로 활용돼 지역문화에 대한 장르별 지역현황에 관한 보고만 받았더라도 중장기 계획의 실효성이나 현실성 문제는 다소 완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예진흥위는 1년에 한 차례 정도 회의를 갖는 것만으로 임무를 다한다. 게다가 문예진흥이의 한 위원은 이번 중장기 진흥위의 한 위원은 이번 중장기 발전계획이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나열식으로 선정돼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같은 의사는 거의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며 위원회의 형식성을 지적했다. '문예진흥위는 행정관료들이 잡은 기안에 형식적 객관성이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또 의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발언에 그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문예진흥기금 위원회의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회의 한번으로 신청단체의 지원금을 결정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현재의 문예진흥기금 심의에 있어서는 기금의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전문자문기구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 전문위원회


 도문화재위원회는 도지사의 자문에 응하여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 심의하기 위하여 도문화재위원회(문화재위)와 문화재 전문위원회(전문회)를 설치했다. 전문위에서는 주로 현장조사, 문화재위는 조사 내용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세부 기능으로는 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지정과 해제,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의 지정과 해제,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의 인정과 해제,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중요한 수리 및 복구명령 등이다. 또 도지정문화재의 도외반출 허가,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자료의 환경보존을 위한 제한, 금지 또는 필요한 시설 설치, 제거, 이전 등의 명령을 하거나,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 자료의 매수, 도지정문화재 및 문화재 자료의 보호관리 또는 활용에 관한 전문적 또는 기술적 사항으로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기타 문화재관리에 관하여 도지사가 부의하는 사항을 조사 심의한다.

 문화재위의 위원은 관계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도지사가 위촉하며 위원회 정원은 15명 이내로 하고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으며 전문위원회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문위원회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전문위는 문화재위가 의뢰하는 전문사항의 자료수집, 조사, 연구와 계획을 입안, 문화재위 회의에 출석해서 발언할 수 있다.

 현재 구성돼 있는 문화재위와 전문위의 임기는 97년 6월 30일부터 99년 6월 29일로 각각 15명씩 위촉돼 있다.

전문위원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재 위원의 경우는 특히나 더 현장 경험이 요구된다. 현장조사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만 전문적인 문화재 심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라 할 지라도 현장경험이 전무한 위원의 경우는 적절한 심의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임기동안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재위원 가운데 신규로 위촉된 몇몇 위원들의 경우는 현장 경험이 부족한 위원들도 끼어 있어 문화재 관리에 차질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를 구성할 떄 30%의 위원은 여성으로 위촉하고 있는데 전문성만으로 위촉해야 할 위원들을 인위적 비율로 규정하는 자체가 모순아니냐고 반문했다.

 문화재 위원회는 보통 1년에 한 차례 열리며 주된 안건은 문화재 지정이다. 문화재 지정을 위한 회의만 하는 위원회인 셈이다. 문화재위원회가 지정만을 위한 위원회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문화재 정책이나 행정방향이 제대로 수립될리 만무하다. 문화재를 이용한 문화상품의 개발이나 문화재의 건전한 보호와 육성은 더더군다나 허울좋은 광고문구에 불과하다.


위원회를 공론의 장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관료들의 비전문성 때문이라도 위원회의 기능은 더욱 강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관의 정책에 지역문화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고 정책을 통해 문화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비상구의 역할을 맡고 있다. 도의 중요시책에 대한 공청회를 시간상의 제약 등으로 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현재 설치된 위원회만 십분 활용하더라도 회소한의 공론화 과정은 거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예술계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위원을 위촉, 위원회의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우선 첫 번째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촉과정이나 심의과정을 완전 공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위원들의 사명감도 남달라야 한다. 인맥이나 학맥, 혹은 지역차별 등의 이유로 편파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한 심의를 한다면 지역문화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의회 내무위원회 황병근 의원


의지는 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도 문화정책을 진단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세운다해도 의지와 예산편성의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도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96년 도의회 문화예술특별위원회로 활동했던 황병근(64·비례대표)의원, 전북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집중적인 도의 예산적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의지는 있느나 일관된 문화정책은 없었다'는 것이 황의원이 바라보는 민선정부에 대한 평가다.

 "문화로 먹고 살려면 이제까지 고집해왔던 산업논리를 버려야 한다"는 황의원은 문화를 상품화하고 세계화하겠다는 도의 정책에도 몇가지 유감이 있다. "우리 문화를 세계화 하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 그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이 것ㅇㄹ 살려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정책의 성과로 꼽히고 있는 중장기계획안의 수립에 대해서는 "현실성 없다"고 잘라 말한다. "중장기 계획 전시행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산물이며 현실에 비해 너무 화려한 '계획'일 뿐" 이라는 것이다. 황의원은 이같은 결과를 전문관료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문화예술과에서 몇 년씩 근무하다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생기면 인사이동을 하게되는 체계에서 제대로 된 문화정책이 나올리 만무하다"는 것이 황의원의 주장. 이를 위해선 "문화예술 관료의 '주특기제'를 도입해야 전문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6급이상의 공무원들은 전문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관(官)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관은 지원체제를 풀가동 시켜야 한다고 주문하는 그는 "민(民)이 전문적으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시스템이 개발돼야 비로소 문화의 발전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 주도로 기업이 참여하는 '메세나 운동'도 경제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곧바로 시작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손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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