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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 | 특집 [여름나기]
무대를 기다리며,
떠나지 않는 자의 여름
(2015-07-02 16:42:52)

메르스가 한껏 기를 꺾어놨지만, 우리의 일상이 한 없이 물러날 수는 없다.
멈추어 뒀던 것들을 다시 추스르며 일상의 힘과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또 견뎌내야 한다.
어느 한 곳 빼놓을 수 없지만, 지역 문화예술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몇 달 혹은 해를 더해 준비해온 작품들이 느닷없이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되니 그 당혹감은 가늠하기 힘들다. 다행히 하나 둘 준비한 무대와 작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무대 위 사람들과 관객들도 다시 준비를 한다.

 

지금은 계절과 무관하게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여름'은 여전히 그 절정이다.
그래 왔던 것처럼 혹은 남들처럼 올 여름에도 달력의 빼곡한 날들을 들여다보며 여름 휴가 여정을 담아본다.
하지만 떠나지 않는 자의 여름도 흐른다. 누군가의 휴가를 위해, 일상의 문화예술을 위해 떠나지 않거나 못하는 자들의 여름. 문화예술인들의 여름은 항상 그렇다. 누군가와 만날 무대를 준비하는 이들의 여름은 더욱 치열하다.
이번호 문화저널에서는 특별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의 여름소식을 만났다. 예상했던 바 이들은 '떠나지 않는 자의 여름'을 맞이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여름을 실은 한 편의 글을, 그림을, 연주를 들으며 다시금 일상의 행복을 쌓아가는 것일 테다.

 

'낮은' 시를 위한 금쪽같은 시간

복효근 (시인, 교사)

 

문학의 한 장르로 시가 있다. 그리고 동시가 있다. 같은 시로되 특별히 동시를 구분하는 것은 시를 향유하는 독자의 눈높이가 다름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눈높이의 차이라 함은 독자가 갖고 있는 삶과 세상에 대한 시각의 차이로, 어린이의 그것과 어른의 그것이 다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벗어나면 중학교부터 동시가 아닌 시를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이의 눈높이가 아닌 어른의 눈높이로 쓰인 시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기성 시인의 시 가운데 비교적 청소년 수준에 맞는 시가 더러 있기도 하지만 이미 동시라 이름붙일 수 있는 시는 아니다. 갑자기 시가 어려워진다. 동시와 시의 간격이 너무 크다. 그 간극 앞에서 아이들은 주춤하게 된다.
'청소년시'가 대두하게 된 지점이 여기가 아닌가 한다. 동시와 시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고 이어주며 청소년의 눈높이로 바라본 세계. 어른이 되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이 아니라 그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시기가 청소년시기라면 이 시기에 맞는 정서와 사유를 담은 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오래 전부터 청소년을 위한 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매년 십 수 차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 강의를 나간다. 그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시가 청소년의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소설의 경우엔 이미 확고한 자리를 잡아 청소년들에게 매우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방학은 금쪽같은 시간이다.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엔 우리 청소년이 향유할 수 있는 시를 써보고 싶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을 문학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다.

 

'이열치열'로 뽑아내는 소리 한 자락

왕기석 소리꾼.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온 나라가 메르스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있다. 그로인해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 서민들은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에 처해있고,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계와 공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도내에서만 메르스로 인해 약 70여건의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10여건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실의에 빠져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다. 이 기회에 우리 문화예술인들도 훌훌 털고 일어나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고, 가뜩이나 가뭄과 무더위로 짜증나는 이 마당에,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게 각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이 위기를 빨리 극복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무더위와 짜증을 오히려 열(熱)로 다스리기로 마음먹었다. 연습실에 틀어박혀 하루에 서너시간 씩 땀 흘리며 소리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가 광복70주년이 되는 해로 4년 전에 발표했던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를 8월 15일을 전후해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여름방학 특집 마당창극 공연도 8월에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인해 게을리 했던 소리공부를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소리로 관객들과 만날 일을 생각하며 무더위를 참아가며 소리공부에 매진하고자 한다.

 

하모니를 위한 연습 삼매경

유수영 지휘자

 

예술인들에게 계절의 오고감은 사실 작업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에는 '연습'이 이뤄지고, 나머지는 '무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름은 하반기 공연을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계절이다. 공연장을 채울 관객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간을 틈 타 부족한 기량과 새로운 무대를 위한 도약의 시간이 된다. 공연계의 특성상 가을은 가장 분주한 때이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식은 그 계절과 잘 어울려 더 많은 무대들이 열리고 또 열린다.
한 해에 70여 회의 연주를 위해 무대에 서는 나 역시 실력 향상을 위해 연수를 다녀오기도 하고, 예정된 공연을 위해 연습실에 모여 연습에 매진한다. 무대를 이끄는 지휘자이다 보니 사실 부담은 더욱 크다. 수 십명의 단원들과 함께 하다보니 우리의 여름은 더욱 뜨거울 수 밖에 없다. 다 함께 모여서는 하모니를 위해, 흩어지면 또 개개인의 기량 향상을 위해 어디선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클나무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물론 한국소리문화전당의 가족오케스트라 아마추어 단원들의 노고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나의 여름은 더위도 들어설 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돌파구는 서로를 격려하며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과 수다,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떠나지 못하는 여름을 격려하는 음악인들 축구 동호회 등이지만 무대를 위해 흘리는 뜨거운 여름의 땀방울을 우리는 모두 이해한다. 폭염과 궂은 장마를 날리는 우리의 휴가는 무대에서 들려오는 관객들의 우렁찬 박수와 감동의 마음이라는 것을.

 

낯선 곳의 그들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작

이주리 작가. 서양화

 

몇해 전부터 이어진 나의 <살다> 연작 작업은 나에게 고단함과 함께 기쁨을 함께 선사한 작품이다. 9m에 달하는 대작을 보이려는 욕심에 분주한 봄을 보냈다. 다행히 스스로도 과했던 욕심은 좋은 결실로 이어져 다시 분주한 계절의 문턱에 섰다.
나의 여름은 작업실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작가에게 작업의 공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많은 작가들이 작업실에 신경을 쓰는 이유이다. 나 또한 편의를 위해 임시로 마련한 시내 작업실 보다는 외진 시골의 작업실에서 주요한 작업들을 구상하고 시작한다. 사실 산 속에 있는 작업실의 여름은 더 고단하다. 실록이 무성한 계절,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풀밭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 여름 나는 나의 캔버스와 작업실을 둘러싼 자연의 캔버스 두 곳에 열과 성을 다한다. 괜한 엄마를 모시고 와 텃밭을 손보고, 유화물감을 재료로 쓰기에 그림이 완전히 마르는데 까지 여러 날이 필요하므로 마를 시간동안 캔버스를 펼쳐놓아 둘 공간을 만든다.
가을과 겨울 예정된 전주와 광주 전시 준비와 함께 해외 전시로 장기간 비워둘 작업실의 이것 저것을 돌보고 챙기며, 마음의 짐도 함께 챙겨둘 예정이다.
이번 여름은 상해, 대만 등 예정된 해외 레지던시와 해외 전시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위한 작업의 시간이다. 하지만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기회가 마냥 설레지 만은 않다.
'이주리'라는 작가에 대한 어떤 인식이나 정보도 없는 사람들에게 오롯이 작품으로만 소통하고 관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캔버스를 마주했던, 그때로 나는 다시 돌아간다.

 

'남들 좋은 일' 시키는 밴드의 여름
안태상(휴먼스 리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들이 여름은 '다음'을 위한 작업과 연습의 시간이 되지만, 밴드들에게 여름은 '성수기'이다. 음악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휴먼스의 경우에도 7, 8월에는 유독 공연이 많은 달이다. 남들 휴가에 기꺼이 더한 흥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휴먼스의 올 여름은 특별하다. 3집 앨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집에 수록될 곡들은 사실 이전에 만들어 놓은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발매를 목표로 이번 여름은 준비해놓은 곡들을 다시 다듬고 완성해가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이번 앨범에는 대구 동성로 축제 버스킹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집밥'이라는 곡과 그동안 틈틈이 만들어놓은 곡들을 정리해 넣을 예정이다. 음반작업은 혼자 할 때도 있지만, 휴먼스 멤버들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나 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 짧게 나마 다녀온 여름휴가를 올해는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
곡을 만드는 일은 사실 많이 예민한 작업이어서 '잘 안풀리때면' 자전거를 타며 전주 이곳저곳을 달리는 일이 나의 이번 여름이 될 것 같다. 곡으로 쓰기도 했던 전주천도 달려보고, 더 멀리 떠나는 곳이 있다면 모악산. 다른 산보다 유독 모악산을 좋아하는데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멋진 풍경 덕분에 많은 위안이 된다. 어느 때고 변함없이 자연이 안기는 선물이다.  
너나 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나지만, 휴먼스는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남들 좋은 일' 시키는 여름을 지낼 것 같다. '노는 데'에는 음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휴먼스의 음악과 멤버들의 활기는 어느 계절 보다도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악이 가슴 속 까지 시원하게 뻥 뚫리는 탄산음료와 같은 청량함을 선사하기 위해 휴먼스는 작업실로, 행사장으로 내달린다. 휴먼스의 여름이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위해!


본의 아니게 홈캉스족(home+vacance)

박수경 새만금상설공연추진단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남들 바쁠 때도 바쁘고 남들 놀 때는 더 바쁘다는 사실! 당연히 여름이라고 예외는 없다. 다들 피서 계획 세울 때 공연예술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겁게 보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무대는 계속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홈캉스족(home+vacance)이 되어 버린다.
뮤지컬 <춘향>과 <아리울 스토리> 출연진 및 제작진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 역시 홈캉스족으로서 나름의 여름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 공연장, 사무실에서 보내겠지만 그렇다고 일 년에 한번 오는 여름을 그렇게 무심히 보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살짝 들어봤다. 그들만의 바쁜 일상 속 피서법!
먼저, 심야극장에서 영화보기.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열대야를 탈출하는 것도 좋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영화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 공간과 시간이 가지는 오롯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 인근 휴양림이나 공원으로 피서가기. 하루쯤 쉬는 날이라면 멀리는 못가더라도 가까운 곳으로 나가 산림욕이나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이 있다거나 시원한 과일이 함께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시원한 생맥주는 덤이다. 다음은, 힐링을 위한 문화피서. 시원한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피서를 떠나는 방법이다. 문화계에서 일을 하지만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정작 문화생활을 못할 때가 많으므로 이런 틈을 활용해 마음껏 누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 것도 안하고 방콕하기.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집에서 뒹굴뒹굴 하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에너지를 보충하고 나면 뜨거운 이 여름, 잘 날 수 있을 거다.
틈틈이 즐기는 도심 속 피서! 그리 특별할건 없지만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정취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으니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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