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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 | 특집 [저널의 눈]
초코파이와 전주, 그리고 한옥마을
'초코파이'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편집기획팀(2015-08-17 15:09:23)

 

 

'초코파이'는 영문을 알 길이 없으나, 전주 사람들은 궁금했다.
한옥마을과 전주 시내를 관통하는 같은 모양의 쇼핑백 행렬, 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늘어선 긴 줄,
크지 않은 한옥마을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초코파이를 판매하는 빵집들이.
관광과 먹거리에도 유행이 있기 마련이니, 당연히 그렇다고 보기에는 '초코파이'의 인기는
3년이라는 꽤나 긴 시간 동안 지속되고 있었고, '풍년제과', 'PNB풍년제과'라는
앞 글자만 다른 '우리 전주의 풍년제과'가 다른 모양새로 여기저기 들어서는 것도 너무 궁금하다.

 

# 이야기 하나.'전주 초코파이'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전주 초코파이', 이 초코파이 하나를 맛보고 싶어 전주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한 대기업의 '초코파이 정(情)'과 이름만 같을 뿐, 맛도 크기도 전혀 다르다. 단단한 초콜릿 빵 2장 사이에 크림과 딸기잼을 바르고 겉에는 초콜릿을 입히고, 견과류를 더했다. 우리밀로 만들었다는 것과 '수제'라는 것도 다르다. 이른바 '전주 초코파이'는 전주의 토종 브랜드인 풍년제과와 PNB풍년제과에서 하루에 4,000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고, 서울 소재 유명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하루에서 길게는 한두 달 정도로 짧은 기간만 운영하는 상점)로 입점한 빵집 들 중에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짝퉁'이 생겨날 정도이다.
이 우연찮은 인기의 발상지는 'SNS'였다. 주로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하는 코레일의 한 여행상품을 이용한 젊은 층이 전주 한옥마을 여행을 하다 먹게 된 SNS의 리뷰가 초코파이 열풍을 낳았다. 이후 SNS의 특성상 인증샷과 다양한 리뷰들이 지속되고, TV 맛 프로그램은 물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초코파이 '먹방'과 '지역 토종 베이커리' 성공사례로 이목이 모이는 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때마침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서울의 중학생 최승현 군은 "너무 달아요, 그런데 전주 갔다 왔다는 인증이죠"라고 말하고, 프랑스에 살며 고향을 찾은 김은하 씨는 "귀국 하기 전에 서울에 갈 건데, 지인들한테 선물용도로 샀어요. 전주 특산품은 아니지만, 사다줄 것이 마땅치 않아요"라며 양 손 무겁게 초코파이 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든다.

 

# 이야기 둘.'풍년제과'와'PNB'
'전주 초코파이'에 더 붙는 이름들이 있다면, '수제', '우리밀', '원조'이다. 30대 이상의 전주 사람들에게 '풍년제과'는 익숙하다. 제과점의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지금처럼 이런저런 제과점들이 없을 당시였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풍년제과'가 있고, 'PNB'가 붙은 'PNB풍년제과'가 생겨났다. 같은 곳인지 다른 곳인지 궁금했다. 50년 전통과 원조를 강조하는 입간판과 현수막도 전주 사람들 눈에는 낯설었다. 본래 풍년제과는 전주에서 고(故) 강정문 씨가 1951년에 문을 연 제과점이다. 창업주인 강 씨가 일본 기술을 전수받아 땅콩, 생강, 김 센베이를 개발했다. 현재도 1920년 방식 그대로 생산하고 있다는 게 'PNB풍년제과'의 설명이다. 초코파이의 경우 오래전부터 만들어오긴 했지만, 대표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판매량에 따라 매장에 진열이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었던 베이커리 군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따로 작업장을 둘 만큼 최고의 효자상품이 되었다. 이 'PNB풍년제과'는 '풍년제과'라는 본래의 이름을 쓰지 못하고, 'PNB'를 붙여 창업주의 딸인 강현희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풍년제과'는 지금의 (주)강동오케익이 인수해서 그 명성을 이었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어려워진 '풍년제과' 브랜드를 인수, 본래 풍년제과의 대표 상품과 함께 국내산 밀로만 만든 건강한 빵을 내세우며 도내 풍년제과 지점을 확장해오고 있다. 초코파이 인기가 거세지자, '원조' 논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치자면 초코파이의 원조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동양제과의 '정(情)'으로 통하는 그것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양제과의 한 직원이 미국 출장길에 맛보고 개발하게 된, 1917년 미국에서 출시된 '문(moom) 파이'이니 말이다.

 

# 이야기 셋. 초코파이 그리고 한옥마을
사실 '초코파이' 문제는 아무 것이거나,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닐 수 있다. 전주의 '명물' 쯤으로 본다면 일부분 지역경제를 윤활하게 하는 효과도 지닌 효자인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거나 관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 다뤄지는 '전주 초코파이'에 대한 여러 글들은 초코파이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에 더해 생각을 안긴다. 이를 문화사회적으로 바라본 원도연 교수는 '초코파이'를 도시문화 정석의 관점으로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고 이야기한다. "초코파이는 죄가 없지만", 한옥마을이나 전주 안에서의 '초코파이 열풍'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초코파이 '문제'는 지역 스토리 상품과 '관광'과 '문화'의 공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상품의 문제로 확산되며, 우리의 고민은 다시 '한옥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SNS 등 매체와 초코파이의 관계를 거론한 성재민 씨는 "대중의 검증과 확산"을 통해 만들어진 트랜드를 들어, 문화상품 혹은 관광상품의 성장에 대한 한 축을 보여준다. 찬반으로 입장이 나뉜 광고홍보전문가 윤목 대표와 김세희 전북일보 기자의 글은 초코파이에 대한 우리 모두의 대동소이한 생각을 다시 한번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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