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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 | 특집 [저널의 눈]
“페북에 올려야 돼”,리뷰가 낳고 낳은 인기
성재민(2015-08-17 15:13:03)

 

 

“전주가면 초코파이 한 상자만 부탁해”
전주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전주 여행 계획을 세운 이들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흔한(?) 부탁이다. 그동안 전주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는 한옥마을, 아이템은 비빔밥이었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대세는 초코파이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매주 주말이면 초코파이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선 관광객들을 보는 일이 너무나 당연해졌으며 거리에서 초코파이를 담은 비슷한 종이봉투를 든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초코파이는 이제 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품이자 아이콘이다.


전주의 대표 상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
<00특공대>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코파이를 판매하는 전주의 한 제과점이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대전 성심당, 야채빵으로 유명한 군산 이성당과 함께 ‘전국 XX대 빵집’으로 소개된 것은. 그 날 한 번의 방송이 초코파이를 전주의 대표상품으로, 그 제품을 판매하는 오래된 제과점을 전국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방송 다음날부터 해당 매장에서 사람들이 초코파이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줄은 점점 길어졌다.
해당 방송이 영화 <트루맛쇼>에서처럼 광고비를 사용한 홍보콘텐츠인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하루 아침에 이곳 제과점이 스타가 되었다는 사실은 오랜시간 전주 토박이로서 살아온 내게 꽤 충격적이었다. 1990년대에 전주에서 꽤 잘되었던 이 제과점은 2000년대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세가 위축, 세간에서는 ‘여기 망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각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지역 대표 브랜드로 초코파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길거리 음식에 자리를 내준 한옥마을의 경우보다는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기 한층 수월한 것이긴 하다. 초코파이의 자리는 사실 누군가가 차지해야할 것이긴 했다.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대표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한다. 특산품이거나 먹거리가 보통이다. 그래도 ‘먹는 게 남는것’이라고 먹거리가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옥마을에는 대표 기념품, 혹은 구입할만한 아이템이 없었다. 인사동에도 있는 문어꼬치가, 뻥튀기 아이스크림이 지역의 대표 상품일리는 없었다. 기념할 수 있고, 선물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먹는 것이라면 더 좋았다. 초코파이는 거기에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전주지역의 오래된 제과점이라는 콘셉트도 매력적이었다. 비어있던 ‘관광객을 위한 지역 대표 아이템’자리는 그렇게 초코파이의 차지가 되었다.

 

“SNS를 하다보니 먹고 싶어졌다”
방송을 통해 한 번 화제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게 만들 수는 없다. 그 인기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입소문과 제품 자체의 우수성, 트렌드 등이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하다. 초코파이가 화제가 된 후 많은 사람들이 구매했고, 그 맛이 꽤 만족스러웠나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이 맛본 초코파이에 대한 여러 형태의 리뷰들이(영상, 사진, 텍스트 등) 공유되었고 이는 곧 대중의 호기심 증폭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초기의 호기심이 첫 번째 단계의 리뷰를 낳고, 그 리뷰가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2차, 3차 리뷰를 이끌어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품에 대한 리뷰가 누적될수록, 그것이 부정적인 이슈가 아니라면 리뷰의 단계가 깊어질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중요한 심리적 요소 중 하나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자기 만족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여유롭고, 우수하고, 윤택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상의 콘텐츠 비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종종 언론을 통해 “SNS 속 친구의 모습을 보고 질투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거나 “현실은 불행하지만 SNS 속에서는 최대한 행복한 것처럼 과장해서 올린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참여가능한 공간을 통해 무언가에 대한 경험을 (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확장시키고 있다.

 

대중은 검증한다, 그리고 확산한다
제품에 대한 리뷰, 특히 먹거리에 대한 리뷰는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에 초코파이에 대해서도 그 맛이나 품질이 이렇다 저렇다 할 처지가 아니다. 다만 초코파이가 ‘전주에 들러서 꼭 하나쯤 사가야 할 제품’의 자리가 비어있던 곳을 운과 때가 맞아 차지하게 되었으며 소셜미디어는 제품에 대한 리뷰를 확산시키면서 이것을 맛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증가시켰으며 제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크게 높였다. 타지에 살지만 초코파이 맛을 잊지 못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부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제품의 매력이 적지만은 않은 듯 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은 호기심의 대상을 검증한다. 그것이 좋다면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그것이 나쁘다면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킨다. 온라인에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대중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확장하는 공간, 소셜미디어는 ‘대중의 검증과 확산’이라는 메커니즘으로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초코파이는 대중 의 검증에서 살아남았고 (일부 비판자들도 있지만) 그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며 전주라는 브랜드와 스스로를 동일시 해나가고 있다. 지역에서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한다면 아마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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