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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특집 [특집]
공간의 변화, 그리고 재생
2015 전북문화 Back up
문동환(2015-12-15 09:30:09)

 

 

 

압축적 근대화와 고도성장기의 터널을 지나온 한국사회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재개발 재건축은 그 중 하나다. 재개발 재건축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에만 봉사하기 위한 고약한 이념이었다. 고약한 이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신기루만 좇다 보니 빈 공간이 양산되며 방치되기 일쑤였고, 작은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도시와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가치지향적이고 문화적이며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도시재생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고, 유휴공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여기에 기존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작지만 알찬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시키려는 지자체의 노력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공간을 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 사람들 눈으로 확인될 때, 그 반응은 대부분 기대 이상이면서 기존의 고정된 시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랜 동안 폐쇄되어 있던 신리터널이 다른 것도 아닌 갤러리로 부활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기존 시립도서관을 리모델링해서 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정읍시의 사례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행정 영역에서는 논의조차 되기 힘들었던 방식이었다. 도내 130개의 작은도서관이나 올해 약 4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여덟 개 시·군의 작은영화관도 이제는 그 효용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신,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들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는 개선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담겨 있다. 먼저, 도시(심)재생에서 주민의 참여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참여는 주민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끊임없이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사례들은 길어야 몇 년간의 사업기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십 년 동안 사업이 지속되면서 긴 호흡을 이어가는 서구나 일본의 사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또한 공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도심재생은 유사한 사례의 반복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정 공간이 갤러리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는 사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만 해도 50억원이 투입되는 팔복문화예술공간 조성사업과 완주군의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33억원 규모의 아트 앤 크래프트(arts & crafts)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두 사업은 소재지가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어떤 것으로 탈바꿈시키든 재생의 요체는 공간 자체의 물리적 속성이나 외형, 쓰임새 이런 문제들이 아니라 공간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리뉴얼(renewal)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재생이 아니라 재활용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재생과 유휴공간의 활용, 작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 등은 분명 우리의 일상공간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변화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이 공유하는 지속가능성이 그저 선언적인 지향점이 아니라 구현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구현해야만 하는 가치라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기대 이상, 한 달 만에 1400명 관람" (박 성 은 정읍시립미술관 학예사)
정읍시립미술관은 정읍시립도서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올해 10월 24일 개관했다. 미술관 박성은 학예사는 "새롭게 개장한 정읍사문화공원에 소재하고 있는데 정읍사예술회관이나 정읍시 청소년수련관 등이 바로 인접해 있어서 시설 운영 차원에서 밀집이나 연계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읍시민들을 비롯한 미술관 이용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개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1,400명 가량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평일에는 2~300명, 주말에는 5~600명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은 3개인데 학예사가 한 명이라서 힘든 점은 있지만 앞으로 예산확충과 전문인력 확대가 과제로 남아있지만 성공적인 시립미술관 운영사례로 거듭나기 위한 운영에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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