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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 특집 [특집]
책이 있었다
2015 전북문화 Back up
황경신(2015-12-15 09:34:53)

 

 

 

문학의 어제와 오늘의 공존하는 전북은 올해도 풍성했다. 시인들의 색다른 책과 수상 소식, 원로작가의 반가운 출간과 문학축제가 이어졌다. 한편 최형 시인과 이기반 시인의 타계는 지역문화계 전체의 큰 안타까움이다.


'잡글 아닌 잡글'의 시인들
전북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잡글 아닌 잡글'이 독자들을 만났다. 안도현 시인의 『잡문』은
절중, 244개의 글을 추려 엮은 책이다. 안도현 시인은 이 '잡글'들에 공감을 얹었다. 공감하는 세필을 선언한 시인의 반가운 글이다. 3년 동안 시인 안도현이 트위터에 올린 1만 여 개의 글 상, 그의 소소한 글들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듯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과 마음의 감동을 전했다. 강단을 접고 고향에 작업실을 마련한 박성우 시인도 '잡글'로 독자를 만났다. 『창문엽서』는 고향 정읍의 동네 마실을 다니며 사람살이와 함께 흐르는 자연과 계절, 사람들의 꾸밈없는 표정과 손길 등 시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정감어린 글들을 모았다.
시인 김용택은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책을 내놨다. 『어린이 인성사전』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글과 그림을 통해 인성 53가지를 풋풋하게 풀어놓는다. 어린이와 학교와 가까운 시인 답게 이번에도 그의 책은 온 가족이,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봐야 할 책이다. 시인은 출간을 기념해 '찾아가는 인성학교' 강연을 진행했으며, 오는 23일에는 마당과 함께 전주강연도 예정돼 있다.

 

'시대'와 '사람'을 품고 '지역'을 들이다
지금은 경남 악양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모악산 시인 박남준은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다. 시집 『중독자』를 출간했으며, 작가 선후배들이 선정하는 '아름다운 작가상' 등 기분 좋은 수상의 기쁨을 함께 맞았다. 이번 신작 시집에서도 시인 박남준 특유의 섬세한 서정은 변함이 없다는 평이다. 경남의 지역출판사에서 출간한 이번 시집은 시인은 물론 지역출판계와 작가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안겼다.
전봉준 작가, 동학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이광재는 다시 한번 '동학'을 이야기했다.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를 통해 다시 한번 동학농민혁명을 다뤘다. 전봉준 장군을 비롯해 김개남, 손화준, 흥선대원군 그리고 민초들을 등장시켜 역사적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는 평이다. 이 소설은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 구성과 문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세계와 인간을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돼있지 않아 20년 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지만 더 이상 망설이고 미적거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봉준 평전 등을 집필한 만큼 이제 그가 말한 사실들이 그에 의해 재구성된 셈이니 입체적 재현은 당연한 일이다.
재미있지만 왠지 우울한 이야기, 백가흠의 소설집 『사십사』는 책으로 담는 '응답하라, 1988'이라는 어느 독자의 평이 그럴싸하다. 2011년부터 발표해온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그의 탐문과 자기성찰이 담긴 아홉 편의 작품을 모았다. 88올림픽을 경험하고 외환위기를 견디며,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물질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세대, 사십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임실로 귀농한 시인 장현우의 두 번째 시집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도 반가운 출간이다. 4년 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 역시 모든 사물과 자연, 농사짓는 일 등 일상을 시의 소재로 삼았다. 산골 마을에서 농사를 배우며 쓴 시, 부대끼며 사는 동네 사람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서정 등 50여 편의 시를 엮었다.

 

일상을 돌보며 넘기는 책장
고하 최승범 시인이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들을 엮은 『향수어린 책』은 앎과 깨달음의 좌표로 삼을 만한 책이다. 시인을 문학의 길로 인도하고 지혜를 구할 때 손에 든 책, 채근담, 만학감상독본 등 45권의 책을 소개했다.
전북대 이종민 교수의 음악편지 세 번째 이야기 『흑백다방의 추억』은 듣기 좋은 음악, 공유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세 권의 책이 되었다. 우리 전통음악에서 감수성을 찾아내 소개한 것을 비롯해 클래식, 시노래 등 5장으로 구성되었다. 한 권으로 읽는 음악편지 못지 않게, 그가 수년을 건네 온 온라인 음악편지는 그의 바람처럼 음악을 통해 더 풍요로운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계속되는 인문학 열풍

인문학이 특정 지식인의 영역이 아닌 일반 대중의 영역으로 성큼 다가왔다. 대중 인문학 수요가 많아지면서 단연 이 자리를 메꾼 것은 '강좌'이다.
'인문학 아카데미',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 '퀵 인문학 사업' 등 이름도 다양한 강좌들이 1년 내내 이어졌다. 특히 올해의 경우 교육부의 '인문학대중화사업'은 각 지자체에 정책적으로 이를 활성화시켰다. 올해의 경우 교육부는 인문학 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67억원을 투입하고 대학 29곳,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문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시가 인문학도시를 표방하고 나섰으며, 자체 브랜드도 개발했다. 전주평생학습센터 등 전주시에서 올해 연 강좌 수만 600여 개에 달하며, 전라북도에 소재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길 위의 인문학' 강좌는 올해 88회가 진행됐다.
독서를 결합한 공공도서관의 인문학강좌는 특히 인기가 높았다. 무료로 진행하는 데다 노령화 비율이 높은 군 단위 공공도서관의 경우에는 그 열기가 더 뜨겁다. 시군 단위 공공도서관 강좌에 참가하는 연인원은 1천명을 훌쩍 넘은지 오래이다. 답사와 강좌가 결합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의 경우 공공도서관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도서관 280개관에서 총 6만 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단체들도 최근 몇 년 사이 단체의 활동과 특성에 맞는 특강 형식의 강좌를 진행하던 것을 '인문학' 강좌로 방향을 바꾸어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올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집 짓기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으며, 전문가 대중강연으로 유명한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강좌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인문학 강좌의 비중이 늘고 있다. 각 대학의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리더쉽 아카데미나 특강도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인문학 열풍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대중 인문학 시대'를 열었다. 대학원생이나 전문가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인문학 공부에 뛰어든 초창기를 넘어 현재 대중 인문학이 넓고 깊게 정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인문학 도서의 판매량이 증가하거나 대학의 인문학과에 대한 인기는 어떨까. '인문학 열풍'과 달리 이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다. 지역대학의 한 교수는 이를 공허하다고 말한다. "진짜 인문학을 도외시하는 일종의 취미"가 된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청중을 고려하지 않은 스타 강사 위주의 인문학 강좌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어쨌든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인문학 열풍이다. 원하는 강좌를 골라 언제든지 들을 수 있을 만큼 차고 넘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깨닫고 싶은 욕구와 달리 막막했던 인문학이 대중 속으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열풍과 명사에만 기댄 '인문학 강좌 공급'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작고 예술인 조명사업 활발
올해는 전북지역 출신의 작고 예술인의 조명사업도 활발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과 만정 김소희 명창은 기념비적인 시간을 맞이하면서 문화예술적 성과를 재평가하고 기록하는 등 조명사업이 본격화됐다.
전북 고창 출신의 국악계의 큰 별, 국창으로 불렸던 만정 김소희 명창(1917~1995)의 서거 20주년인 올해 김소희 명창에 대한 다양한 조명 중 돋보이는 것은 기록에 관한 것이다. 고창 판소리박물관에서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명한 도록을 발간했다. 구성된 도록은 김소희 명창의 딸인 박윤초 명창과 제자들이 소장하고 있는 많은 사진과 해설을 통해 김소희 명창의 삶을 조명했다. 김소희 명창의 문화재 인증서, 상패, 훈장 등을 통해 예술활동을 다루고, 복식과 공연소품, 제자들과 주고 받은 편지, 생활유품 등 삶과 예술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 칠보사에 모셔져 있던 김소희 명창의 위패를 고창 선운사 대응보전에 안치,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미당 서정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미당문학회가 창립, 미당문학회를 중심으로 서정주 시인의 모교인 동국대에서 기념 시잔치 및 세미나 등을 개최했다. 한국현대시인협회와 미당문학회는 "미당의 친일시 몇편과 정치 행보가 문제시 되어 사후 영욕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미당의 문학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예지 <미당문학> 창간호 발간을 비롯해 미당시 낭송회 개최 및 해외지부 결성, 미당시문학과 증축 및 생가터 보수, 서당과 외가 복원, 질마재 신화 스토리텔링 사업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월 열린 미당문학제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시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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