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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 | 특집 [오래된 가게]
꼭 들러야만 알 수 있는 '고르는 재미'
(2016-01-15 10:43:28)

 

 

 

물론 여전히 우리는 직접 확인하고, 궁리하며 많은 물건을 고른다. 제 아무리 온라인 쇼핑이 효율적이라 해도 고르는 재미와 눈으로 봐야 하는 직성이 적용돼야 하는 목록들은 있는 법. 다만 아예 그것들을 행하는 공간과 장소가 점점 줄어들 뿐이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 바쁘거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거나에 따른 사라짐이다. 
텔레비전 밑에 자리를 차지하던 비디오 플레이어가 사라지자 동네마다 있던 비디오 대여점도  없어졌다. DVD도 번거로운 짐이 되기 시작하면서 '파일 다운로드'가 우리의 영화 관람법이 되었다. 더 이상 '베스트셀러'는 나오지 않는다는 출판계의 흉흉한 소문과 함께 신학기면 새 책 대신 헌 책을 구입하고 몰래 남겨먹던 저마다의 '마진'도 사라져 갔다. 하지만 공간은 남았다. 비디오 테잎 가게와 50년 된 헌책방, 여전히 쓰임을 생각하는 주인들은 오늘도 가게 문을 열었다. 드문드문해진 단골과 동네 사람들 때문이다.  

 

영화의 추억을 대여하다
전주 <제광 비디오>

가게 안에 사람이 없다면, 그저 미처 간판을 떼지 못한 곳 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입구에 잔뜩 눈을 대고 둘러본다면 여전히 '대여'가 가능한 비디오 테잎 전문점이다. 가게 입구에는 당당히 테잎 수거함도 찌그러진 입을 다물고 건재하다.
전주 고사동의 <제광 비디오>. 비디오 플레이어가 사라지고, DVD와 컴퓨터 파일로 영화를 감상하는 마당에 이 곳이 할 일은 무엇일까.
<제광 비디오>는 송제년, 윤현숙 씨 부부가 지난 1996년 전주시 고사동에 문을 연 곳이다. 가게 문을 연지 고작 몇 년이 지나고서는 급작스럽게 대여를 하는 손님들이 줄어들었지만, 테잎들을 처분하거나 가게 문을 닫지 않았다. 조금씩은 색이 바랜 비디오 테잎을 지금도 빌려 볼 수 있다. 거기에 DVD 대여도 가능하고, USB에 영화파일을 담아주기도 한다. 발길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거나 전주 영화의 거리를 거쳐 다다른 관광객들이 전부다. 말이 없는 주인 아저씨는 매일 문을 열고, 손님이 없는 시간이 더 많은 가게에서 오늘도 그림을 그리며 가게 남은 벽에 그림을 걸어본다.

50년 한 자리를 지킨 헌 책방

 

50년 그 자리 그대로

정읍 <서울서점>

<서울서점>은 정읍에 남아있는 마지막 헌책방이다. 그 많던 정읍시내의 헌책방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져간 지난 50년 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전히 서점에는 봄과 가을이면 참고서를 구하려는 학생들과 더는 필요 없어진 책들을 팔려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50년 동안 서점을 지켜온 주인은 지난 50년 동안 노병관(77) 씨다. 헌책을 팔아 자식들을 다 키웠고, 한 때는 그 자식들도 이곳에서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혼자 서울서점을 지키고 있다.
"여기 책이 몇 권이나 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요. 저기 안쪽으로 쭉 책이 있고, 창고에도 책이 있으니까. 지금도 누군가 필요할 수도 있는 책은 한 권이라도 구비해 놓으려고 하지. 누가 언제 찾을 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정말 웬만한 책이나 참고서 같은 경우는 없는 것이 없을 거에요. 손님한테, 책이 없다고 그냥 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매일 같은 자식들의 만류에도 그는 50년 세월이 고스란히 쌓인 이곳이 없는 생활을 생각할 수 없다. 언제 헌책을 찾으러 올지 모를 오랜 단골들과 학생들 때문에 주인은 오늘도 일찍 문을 열고 책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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