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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 | 특집 [종이 위 작은 기적]
가족의 기록, 삶의 힘이 되다
2대째 가족신문을 만들어오는 박 제순 씨 가족
김이정(2016-03-15 10:59:38)





스케치북이나 전지에 삐뚤빼뚤한 글씨와 앨범에서 오려낸 사진으로 채운 가족신문.
아마 초등학교 혹은 국민학교 시절 가족신문을 만들어본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족신문은 글자 그대로 가족에 대한 주제로 만든 신문을 뜻한다. 신문에 들어갈 내용은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우리 가족을 소개하는 내용이 될 수 도 있고,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사건, 사고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소재로 신문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도 약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족신문을 만들어 온 가족이 있다. 홀수달 1일 자에 400부씩 발행되는 우리지역 최장수 가족신문 '우리둥지'의 편집인이자 발행인 박제순 씨를 만나봤다.


가족 모두가 신문 위에서 '대동단결'
'우리둥지'는 A3용지 두 장으로 총 4면이 격월간 발행되고 있다. 박제순 씨 가족과 부모 형제, 친인척의 소식 등 그의 가족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둥지의 소식은 고향인 남원에 대한 소식, 생활상식, 수필, 일기 등 사소한 이야기들로 신문을 채워진다. 지난해 5월에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로고도 변경을 했고, 신문의 내용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둥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내용도, 편집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지금처럼 워드프로세서나 프린터기가 없었던 80년대 후반에는 등사기로 가족신문을 찍어냈다. 제순 씨의 아버지가 종이에 일일이 원고를 옮겨 적고나면, 그림을 오려붙이는 일 등은 제순 씨 형제들의 몫이었다. 그렇게 가족들이 고생 아닌 고생 끝에 가족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는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서였다.


"아버님이 장남이셔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어요. 다 흩어져 살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잘 모이지도 못 하고, 가족끼리 서로 연락할 매개체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셨는데, 마침 지역신문 지사장을 맡고 있으셨던 아버지가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가족신문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그때 당시 가족신문을 만드는 게 유행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해서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그 때부터 '우리둥지'의 역사가 시작됐죠."
이런 신문을 꾸준히 만들 기회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제순 씨 가족에게만큼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 지에 대해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거라 그만 두기가 쉽지 않아요.


초등학생이었던 형제들이 가족들과 만들기 시작한 신문은 어른이 돼서도 계속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은 여느 집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지만 가족신문 우리둥지에서는
모두 '소중한' 사람이 된다.


이젠 그만둘 수도 없고요. 처음에는 아버지가 중심이 되어서 대부분을 제작하시고, 저희 형제들은 매달 의무적으로 아버지에 의해 일기, 독후감 등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마감에 시달리는 작가가 된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어렸을 적 에 발송 작업을 할 때는 600여부 가까이 되는 종이를 접고, 우표 붙이고 하는 과정에서 서로 누가 더 빨리 하나 내기도 하고 그랬죠."
중간에 변화를 꾀한 적도 있었다. 오프라인으로만 받아보는 신문을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받아보는 '손 맛'이 덜했다. 온라인으로 만든 페이지에 스팸성 게시글이 너무 많이 올라오다 보니 본래의 의미가 흐려졌다. 그제서야 조금은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직접 가족신문을 접어서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보내는 일이 덜 수고스럽게 느껴졌다. 도리어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며 가족신문을 만드는 데 임하게 됐다.
"종이신문을 받아보는 사람 입장에서 사소하게 그냥 넘기지 않으세요. 종이를 만지는 기쁨이 있잖아요. 소중하게 받아보는 것도 있고. 제일 기쁠 때는 평소에 연락이 뜸했던 친척 분들께서 신문 소식을 보고, 연락을 주실 때 가장 기뻐요. 그러면서 가족신문 제작에 보탬이 되라고 우표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그럴 땐 정말 많이 도움도 되고 기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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