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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 특집 [전북의 이 곳]
한 박자 쉬어갈때 당신이 만나는 감동
문동환(2016-06-16 14:26:03)



엉키고 꼬인 일상, 훌쩍 떠나보자 때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떠나고픈 마음이 든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숲도 좋다. 어디든 나를 아는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 조용히 산책을 즐기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명상에 잠기거나,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채우거나, 정히 울적하다면 혼자 술 한 잔 기울여도 될 만한 곳. 일상에서 벗어나 상쾌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지역의 '추천 여행지'를 준비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기 전에 살포시 먼저 떠나보면 어떨까.




고창읍성 안 100배 즐기기

고창읍성은 성벽을 사이에 두고 고창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왜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어진 이 성곽은 5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성곽 안쪽에는 울창한 소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로 동헌, 객사 등의 유적이 복원되어 있는데,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동헌은 조선 시대 지방관아의 정무가 행해지던 중심 건물로 현감이 행정 업무를 보던 곳. 생활 처소인 내아와 구분해 보통 동쪽에 자리해 동헌이라 한다. 동헌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이 무성한 맹종 죽림 사적에 닿는다.
아무도 없는 대나무 밭에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대나무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인생의 모든 고민이 날아 가버리는 듯하다.




순창관광 1번지, 강천산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순창은 아주 독특한 단면을 지녔다. 동서남북 어디든 서로 통함이 없이 울퉁불퉁하다. 순창을 대표하는 산이 강천산이다. 순창의 거의 유일한 명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한 산이 가진 무게는 여느 산과는 확연히 다르다. 강천산은 입구까지 평범하던 풍광은 매표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절경으로 바뀐다. 구장군폭포까지 들어서는 산책로의 아름다움은 물론, 산책로 양쪽으로 신선대와 병풍바위, 투구봉, 송음암, 부처바위 등 기암들이 골짜기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절벽엔 40~120m 길이의 비현실적인 폭포들이 걸려 있다. 유서 깊은 고찰 강천사와 삼인대를 지나 왕자봉과 산성산으로 산행을 이어간다면 그 풍과의 감동은 격을 달리한다.



 

고원길에서 만나는 진안

진안고원길은 환상 없이 걷는 길이다. 지역민들을 위한 길이며 지역민들이 먼저 걷는 길이다. 풍광이 아무리 아름답고 현란해도 그곳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이 즐기지 않으면 길은 의미를 잃고 외면 받고 만다.
진안고원길은 일부러 발굴한 길이 아니다. 마을조사단이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태어난 삶의 길이다. 걷다 보면 길이 이어진 마을과 마을, 그 속에서 살았고 살아갈 사람들의 수수하고 소소한 사연들과 만날 수 있다. 사방이 처처한 산지라 바다나 갯벌과 같은 풍광은 아쉬울지 몰라도 '남한 유일의 고원'으로서 진안의 가치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보고 두 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안고원길은 진안땅 고개와 고샅을 잇는 총 200여km의 원점회기형 걷기길이다. 총 14개 구간으로 평균고도 300m의 100개 마을과 50여개의 고개를 지나면서 진안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진안고원길은 개발과 발전의 흔적이 덜하여 고원의 삶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문화여행길이고 마을조사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이야기가 살아 있는 생생한 인생길이다.




바람꽃 찾아서, 부안으로

산과 바다 중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부안을 선택해보자.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호남평야 서쪽 끝 해안에 외따로 솟은 변산반도를 품은 그곳으로 말이다.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는 해안가의 외변산과 내륙의 내변산으로 나뉘어 방문객에게 두 가지 경험을 선사한다. 외변산으로 향하면 변산마실길을 따라 수천 년간 층층이 쌓인 채석강 절벽과 일몰로 유명한 솔섬, 곰소 염전 등 천혜의 바다 절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마실길은 처음부터 사용하다 방치된 길을 되찾아 만들었고, 숲에서 간벌해 버려지는 나무를 가져와 푯말을 만들고 길을 보수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이러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걷기여행자들이 손꼽는 길이 되었다.
산세의 매력은 내변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고봉의 높이가 509미터에 불과해 완만해 보이지만, 겹겹이 쌓인 봉우리 안으로 내소사의 전나무 숲과 직소폭포 등 신비로운 비경이 펼쳐진다.





남원의 걷기 좋은 길

곳곳에 역사 유적이 자리하고, 충청도·전라도·경상도를 넉넉히 품은 지리산 자락이 걸쳐 있는 도시. 남원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걷기다. 여기에 고즈넉하게 걷기 좋은 멋진 길 몇 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 길은 춘향과 이몽룡이 첫눈에 반한 광한루원의 오작교. 잔잔한 호수 위 52미터 가량 뻗은 오래된 돌다리를 건너 광한루로 가는 길은 아름다우면서도 은근히 스릴 있는데, 그 이유는 오작교에 난간이 없기 때문. 설 연휴에는 무료로 개방한다. 두 번째는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인 노봉마을 서도역 앞의 옛 철길이다. 아담한 목조 대합실은 1932년 지은 모습 그대로 서 있다. 마지막 길은 지리산 뱀사골을 거쳐 반야봉까지 이르는 산행 코스. 기암절벽과 너럭바위, 작은 폭포와 계곡을 지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인 반야봉에 오르면 운해 너머 펼쳐지는 지리 10경으로 꼽는 환상적인 낙조가 고생을 단숨에 날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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