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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 | 특집 [17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본질,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이정(2016-06-16 14:43:02)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시네마 여행'을 끝내고 지난 5월 7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여느 영화제 때보다 영화의 거리로 집중 효과를 거두면서 최다 매진 회차를 기록하고,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증대 뿐 아니라 광장 축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과 영화인들은 오롯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고, 축제를 절정을 찍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올 영화제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관객 수는 다소 줄었고 좌석 점유율은 높아졌으며 매진 회차는 늘었다. 5월7일 예매 분까지 반영된 관객 통계를 보면 총관객수는 약 7만1천명(2015년 7만5351명), 좌석 점유율은 약 79%(2015년 76.2%), 매진 회차는 219회(2015년 176회)를 기록했다. 매진 회차는 역대 최다 매진 회차인 지난 15회 때의 214회차를 경신했다. 영화제 결산 결과에 대해 이상용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영관의 좌석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상영 회차를 늘려 축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자는 취지가 적중했다"고 전했다. '집중'이라는 올해 영화제의 기조에 따라 상영관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로 전부 모은 것도 동선을 최소화해 관객 분산을 막는 데 유효했다. 한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폐막식과 폐막작 상영도 관객과 전주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야외상영의 경우는 안정적인 관람 환경 조성과 어떤 작품들로 프로그래밍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았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우천으로 야외상영이 두번 취소됐다. 기상 변화와 무관하게 상영이 될 수 있게끔 돼야 한다. <미국에서 온 모리스>(2016)처럼 낯선 해외 작품의 야외상영 반응도 좋았다. 개봉작인 <동주>(감독 이준익, 2015)가 2천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스타가 출연하는 개봉작이 아니더라도 야외상영으로 호응을 이끌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는 게 프로그래머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전용관 건립에 대해서는 "향후 영화제와 전주시가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전주 영화의 거리로 행사를 집약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불편, 주차문제, 소음항의 등 많은 마찰을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지역주민들의 배려와 이해로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고 조직위는 설명했다.


전주프로젝트마켓, 적극적인 마케팅 필요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올해 8회째 열린 전주프로젝트마켓(JPM)에서 160여 개 투자 및 제작, 배급사에서 총 400여 명의 영화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실제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피칭 행사는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높은 호응을 보였다.영화제 사무국은 행사가 끝난 뒤, 작품을 흥미롭게 본 영화산업 관계자의 미팅 요청이 쇄도했다고 전했지만, 이틀 동안 불과 20개의 투자, 제작, 배급사가 총 55회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이끌만한 콘텐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또한 전주프로젝트마켓과 연계해 '오픈 포럼'과 별도의 특강도 마련했으나, 주제가 영화제를 즐기려는 일반 관객들을 겨냥한 것과 다소 동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독립 예술영화전용관의 어려운 현실과 정책의 문제를 짚은 두 번의 '포럼'이나 영화 비즈니스와 직업과 관련된 특강의 취지는 좋아도 대중성 있는 주제로 흥미를 유발하는 아이템 선정이 아쉬웠다는 의견이다.


표현의 자유 사수 의지 드러내

이번 영화제에서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을 다룬 최승호 감독의 '자백'과 해직 언론인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극우 단체를 소재로 삼은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는 안팎의 우려와 달리 영화제 기간 가장 큰 화제와 논쟁, 관심을 받았다. 
경쟁부문에서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인 일리트 젝세르 감독의 이스라엘 영화 <샌드 스톰>이 국제경쟁 대상을 받았고, 작품상은 미국 테트 펜트 감독의 <쇼트 스테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카자흐스탄 에미르 베이가진 감독의 <상처받은 천사>가 각각 수상했다. 한국경쟁 대상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과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가 공동 수상했고, <델타 보이즈>는 CGV아트하우스의 창작지원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고희영 감독의 <물숨>도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함께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클 것이라고 생각된 작품들이 여럿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영화제 본연의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라며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영화제 관계자들 등의 강한 신뢰가 있었기에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사적 의의가 있는 영화들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만나는 프로그램 역시 올해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슬로건에 맞게 '전주'라는 지역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성과를 거뒀다"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남부시장에 확대돼 진행된 포스터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영화제의 성과라기보다는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관객을 위한 서비스 증대, 자리 잡은 '광장'의 축제

이번 영화제는 운영팀과 기술팀, 자막팀을 관객서비스팀이라는 하나의 체계로 묶어 영화 상영과 관련된 관객서비스를 일원화했다. 영화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상영관에서의 원스톱 서비스는 편의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상영관마다 매표소, 물품 보관소, PC, 핸드폰 충전기를 비치해 관객이 상영관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물품보관소의 경우 1000여명의 관객이 이용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야외상영작은 최대 3000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에서 상영됐다. 30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한 개막작 '본 투 비 블루'를 시작으로, 비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관객이 찾은 '미국에서 온 모리스' 등이 관객몰이를 하며 광장의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호우와 강풍으로 상영 취소된 5월 2일과 3일을 제외하고 총 7편 (개, 폐막작 포함)을 상영한 야외상영 평균 점유율은 70% 이상으로 11,000여명의 관객이 야외상영작을 메웠다. 강풍으로 상영이 취소된 두 편을 제외하고도 종잡을 수 없는 기상변화로 섹션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웠으나, 만약을 대비하여 우비 등을 준비해 관객이탈을 최대한 방지하는 노력도 돋보였다.


전용 상영관 등 안정적인 공간 확보해야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도시 '전주'에서 열린다는 점을 시작부터 강조했다. 슬로건 '전주, 봄의 영화도시'에서는 전주를 전면에 배치했고, 전주의 대표자음 지읒(ㅈ)을 형상화한 공식 메인 포스터에서도 도시 전주를 내세워 영화제의 지역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줄임말로 사용되던 'JIFF'의 사용을 최대한 지양했다. 지프 스퀘어, 지프 라운지 등 지프가 들어가는 행사공간의 명칭을 전주 스퀘어, 전주 라운지 등으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 행사공간의 디자인물, 출판물 등에서도 지프의 사용을 자제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논의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체적인 행사가 성공리에 마쳐졌지만 몇 가지 숙제도 남겼다. 개·폐막식이 치러진 야외상영장의 안정화 문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야외행사로 치러진 개·폐막식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담요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는 관객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지난해보다는 올해 고사동에 마련된 야외상영장이 접근성 등에서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공간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는 "앞으로 3년 정도는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용관 등의 문제도 고민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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