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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칼럼·시평 [문화칼럼]
탄핵은 시작일 뿐
서화숙(2017-04-28 09:51:24)

촛불혁명 134일만에 드디어 박근혜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게 됐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선언하면서 온갖 범죄의 중심에 있는 그를 힘겹게 검찰 수사선상에 세울 수 있었다.
진작에 법의 심판을 받았어야 할 사람이었다. 당선부터 의심스러웠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분명히 밝혀졌는데도 더 이상의 의혹은 파헤쳐지지 못했다. 잘못에 대한 추궁이 사라지자 박근혜 정권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범법자들로 각료와 비서진을 거의 채웠고 범법자들로 구성된 주변 사람들은 똘똘 뭉쳐서 그의 모든 행위를 감싸주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이 되었다. 부패와 무능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
그토록 끔찍한 일이 일어났지만 책임 추궁은 여전히 어려웠다. 어마어마한 참사에도 권력을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권력집단은 본격적인 범죄행각에 들어갔다. 재벌기업을 등쳐서 개인재단을 만들고 비판하는 이들을 관리하는 명단까지 만들었다. 어떤 기업에는 승계를, 어떤 기업에는 사면을, 어떤 기업에는 면세점 특혜를 미끼로 내걸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면면만 봐도 외교부 문화체육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세청 관세청이 직접 작업에 나섰다. 한마디로 정부 전체가 박근혜의 삥땅을 돕는 착복정부였다. 이 거대한 부패의 둑을 무너뜨린 것은 진실을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지치지 않는 요구였다. 그로부터 각성된 시민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촛불혁명은 가능했다.
너무나 많은 범죄들이 저질러 진 뒤였고 애꿎은 목숨들이 세상을 떠난 뒤여서 진작에 바로잡지 못한 안타까움은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공학을 계산하면서 박근혜를 품위 있게 다루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박근혜의 범죄행위에 동조한 여당 정치인들이나 진작부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해온 박근혜 팬클럽의 주장이야 워낙 한심한 인간들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게 보도하는 언론은 본분을 잊었다. 심지어는 야권에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 표를 위해 못할 게 없다는 말이다.
국격을 위해서 박근혜를 감싸라고 하는데 범법자를 공직에 둔 것이나 범죄를 파헤치지 못하는 것이 국격에 떨어지는 일이지 진상을 밝히고 처벌하는 것이 국격에 떨어지는 일이 아니다. '박근혜 퇴진'(Park Out)'을 보도한 그날로 한국의 위상은 세계여론 속에서 다시 존경을 회복했다는 점만 봐도 명백하다.
세계여론의 시각에서 보면 군부독재를 17년만에 시민항쟁으로 몰아낸 나라, 2차대전 후 식민지에서 벗어나서 가장 짧은 시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경이로운 나라가 뇌물총리와 뇌물장관, 성추행 대변인을 기용하는 수준의 정부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전세계적으로 부는 극우바람을 한국이 먼저 맞았지만 촛불혁명으로 한국이 먼저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감탄하는 분위기이다. 촛불혁명 후 네덜란드는 극우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와 '유사박근혜'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미국, 극우의 선봉이 되어 2차대전의 책임도 벗어나려는 일본 아베 총리에게도 극우행위를 단죄하는 바람이 닥치고 있다. 3.1운동 후 중국에서는 5.4혁명이 일어나고 인도에서는 반영 저항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졌다. 세계의 모범이 되는 역사를 다시 써나가는 촛불혁명 중에도 박근혜를 감싸돌던 이들은 이제 무엇이 국격을 높이는지 똑똑히 보았을 테니 더 이상의 헛소리는 그만하자.
국격을 보통 말로 하면 국가이미지이다. 만약 여기서 주춤하고 그토록 엄청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그래서 동조한 공범자들이 다시 활개를 치게 만든다면 세계의 조롱을 받을 게 뻔하다. 이미지 때문에 옳은 일을 주춤해서도 안될 일이지만 범죄의 엄중한 추궁만이 국격을 높인다.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또하나의 헛소리는 '사회통합'이다.
'사회통합'이라는 말은 원래는 사회의 갈등요인이 되는 문제점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2017년 한국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집단을 감싸주자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는 야당의 대선 후보의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 지사가 나서서 이 말의 오용을 확산시키고 있다. 박근혜와 그 잔존세력을 감싸는 것이 사회의 갈등을 치유한다는 듯이 말이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어디서 왔나. 잘못한 사람을 벌주지 않고 억울한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서 왔다. 국민이 국민의 권리를 지키라고 위임한 정부가 나서서 그런 짓을 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올바른 호소를 조롱하고 괴롭힌 이들에게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거나 주게끔 재벌을 압박했다. 곧바로 인양할 수도 있는 세월호를 박근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은 하지 않았다는 이 명백한 사실만 봐도 박근혜 범죄정부가 얼마나 억울한 사람을 괴롭히는데에 권력을 남용했는지 알 수 있다. 삼성병원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사실을 정부가 나서서 숨기는 바람에 피해를 확산시킨 것도 삼성에서 구린 돈을 받은 것과 관련이 있다. 부패는 무능과 반드시 연결되며 두 가지를 결합한 정부를 두는 한 온갖 참사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박근혜 4년 동안 온갖 사례로 입증이 됐다. 정의는 정의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도 죄 지은 사람을 벌주지 않는 것을 사회통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 닥쳐올 재앙에서 스스로는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인가. 메르스가 터지자 청와대부터 열감지기를 설치한 박근혜 무리처럼?
죄 지은 자들이 반성했다면 선처는 생각해볼 수 있다. 그들은 반성했는가? 아니다. 여전히 범죄사실을 부인하며 해방정국이라도 다시 온 것처럼 비판자들에게 '빨갱이'라는 꼬리표만 붙이면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하고 백색테러도 감행한다. 그들에게는 법도 도덕도 없다. 이들에게 법과 도덕이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것, 법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해야만 민주주의는 완성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이 이 사회의 갈등을 반쯤이나마 바로 잡는다. 박근혜의 범죄 추궁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세월호 조난이 왜 그런 대형참사가 되었는지, 해킹프로그램을 사들인 조직은 대선 개표 조작에 나섰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탄핵이 곧바로 선거국면으로 이어지면서 왜 박근혜를 파면했던가가 흐려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박근혜 무리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자꾸 하는 것도 범법자 집단의 표라도 얻으면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1919년 3.1운동 후 일제 지배가 더욱 교활해져서 지식인들이 대거 친일에 투항하고 1987년 6월항쟁이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를 당선시킨 것으로 이어진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매번 대중들이 힘들게 바로잡아 놓으면 권력자들이 권력을 놓고 싸우다가 망쳐 버리는 역사가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면 그 범인은 바로 범죄자를 감싸는 것이 사회통합이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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