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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 | 칼럼·시평 [문화칼럼]
관광사업활성화, 기업의 성장전략을 배워라
문윤걸(2017-06-30 15:22:34)

3년 전인 2014년 6월, 지역발전을 이끌 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자치선거가 있었다. 이 선거에서 눈여겨볼 만한 변화가 관찰되었다. 당선이 유력한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서 기업유치 공약이 사라졌거나 후순위로 밀려나고 관광산업 활성화가 앞 순위 공약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은 지역의 선결과제였으며 기업유치는 이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신념처럼 자리잡아 왔는 데도 말이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업유치 공약이 밀려난 것은 그동안 기업유치를 위해 들인 수고와 노력에도 성과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공약목표 달성 평가나 가성비 등을 고려할 때 지역발전을 견인할 방법으로 기업유치 대신 다른 사업을 제안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이 앞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생각이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해 왔던 것이다. 다만 그동안 후순위에 있었던 이 사업이 앞 순위로 옮겨온 것인데 이는 국내외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기업유치 공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공약목표를 달성하기 쉽고, 사업의 추진과정도 수월하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광사업 때문에 몸살을 앓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관광사업이 대표적인 공약사업이다 보니 빠른 시간에 정해진 목표에 근접하는 성과를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정해진 목표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는가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시군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많은 정책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바람에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촌의 마을들도 체험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또 축제나 행사가 끝나고 나면 관심은 축제 관람객이나 방문객이 몇 명인가에 쏠리고 있다.     
그 결과 전주 한옥마을은 1천만 관광객 시대에 들어섰고 전라북도는 1억명 관광객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이들로 인해 과연 지역발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정책목표는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이제 되돌아 볼 때이다. 
관광객이 지역에 몰려오기만 하면 그 다음은 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라는 믿음만으로는 지역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는 없다. 지역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어떻게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지역사회에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이미 지역에 몰려드는 관광객이 남기고 가는 것은 쓰레기 뿐이라는 볼멘 소리도 간간히 들리고, 지역발전은 커녕 지역 공동체에 큰 생채기만 남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직 우리 지역에서는 이러한 불만이 구체적인 태도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서 밤사이에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버린 일이나 멀리 유럽 최고의 관광지인 베네치아 주민들이 관광객의 유입을 막아서고 나선 일 등은 관광객의 유입 그 자체만으로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했는가는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궁극적인 목표로 다가가는 과정으로 지역에 찾아 온 관광객을 어떻게 지역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낼 것인지가 더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타당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 단체장이나 자치단체 만의 과제인가? 그렇지 않다.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데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은 지역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지역의 기업과 산업 종사자들이어야 한다.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소비자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이들을 어떻게 우리의 소비자로 만들 것인지는 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도 아니며 자치단체가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는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문화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기업의 성장은 새로운 소비자층을 찾아내는 부서와 소비자가 공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부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이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부서, 그리고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현장을 책임지는 부서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얻어진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서 지역성장을 도모한다면 기업 성장의 원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는 많은 관광객이 지역을 찾아오도록 유인하는 일과 함께 지역주민이 이들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도록 지원하는 일 까지를 정책의 범위에 포함하여야 하며, 지역기업이나 단체들은 새롭게 발굴된 수요자층을 연구하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의 개발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의 매체들은 지역에서 개발한 새로운 상품들이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도록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은 우리의 상품을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의 각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나서야 한다.
년 중 일억명의 관광객이 전라북도를 방문하는 데도 우리 지역의 경제적 환경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옥마을에 년 중 일천만 관광객이 방문하는 데 한옥마을의 문화시설들이 여전히 힘에 겨워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관광객을 넘쳐나도록 유치하는 일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이는 궁극적인 목표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일 뿐. 이들을 어떻게 우리 지역의 그리고 우리 단체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각 주체들의 능동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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