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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전주세계소리축제, 또 한번의 시도
2017전주세계소리축제
홍현종(2017-10-25 16:57:17)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자신 있게 내세운 개막공연은 "때깔 나는 소리(Color of Sori)"이다.

판소리 버전, '불후의 명곡'을 지향하는 이번 개막공연에는 11개의 옴니버스 팀이 한 자리에 모여 판소리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국악계 아이돌과 기성 소리꾼의 만남은 물론, 서양음악과 국악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무대를 통해 판소리와 가요, 판소리와 성악, 판소리와 월드뮤직 등 음악으로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특히 영상을 활용한 공연의 완성도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고인이 된 오정숙 명창과 제자 김소영 명창간의 대화 형식 공연은 훌륭했다. 영상이 단순한 배경 화면의 기능을 넘어,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 있었으며, 대중들이 원하는 판소리 공연의 변화상이 어떠할 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신선한 면이 부족하다는 의견 또한 있을 수 있으나, 판소리의 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이다.
전통 춤과 영상, 가요, 합창,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장르와 판소리가 하나 되는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중가수 변진섭과 한영애가 부른 심청가는 흥미로운 시도였으며, 국악인 개인이나 밴드가 아닌 소리축제만이 할 수 있는 도전과 아이디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과감하게 젊어진 출연진과 공연 구성은 젊은 관객을 국악 공연장에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국악 공연도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주었다. 새로운 국악 공연을 통해 예술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확보하고자 하였던 소리축제의 개막공연은 나름 신선하다고 평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도전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11개 팀 12개의 공연이 80여분의 시간 안에 표현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미처 마무리되지 못한 느낌의 짧은 곡들이 이어졌으며, 오롯이 감상하고 감동하기에는 맥이 끊어지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공연팀의 잦은 등퇴장은 공연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었으며, 불필요한 시간적 소모를 만들어냈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더욱이 전주KBS의 생방송과 함께 진행된 구성은 행사를 널리 알린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공개방송식 공연 진행이 갖는 어색하고 불편한 부분들을 여지없이 노출하고 말았다.
해외팀을 포함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연 무대에서 완성도를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촉박한 시간과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느껴야만 했다. 사전 섭외와 충분한 준비만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 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축제를 총괄하는 집행위원장이 개막식 연주와 진행에 참여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음악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다양한 음악과 함께 하며, 소리축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박재천 집행위원장에게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축제의 총괄 관리에 치중해 소리축제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여주길 집행위원장에게 부탁하는 것이 너무 무리한 부탁일지 의문이다.

2001년에 시작해 어느덧 16회째를 맞이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판소리와 국악의 다채로운 실험과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판소리의 대중화와 현대화는 물론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음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서 펼쳐지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작품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축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악으로 하나가 되는 축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 콘텐츠의 경연장이 되고, 축제를 통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올 봄 초연된 창극 '천명'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다시금 공연되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어떠한 작품을 기획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한 번의 시도를 통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새로운 시도를 넘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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