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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 | 칼럼·시평 [문화시평]
한지축제는 '한지'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전주한지문화축제의 퇴보와 발전
김영호(2018-03-15 10:51:14)



지금 이 시간 퇴보와 발전의 양 사이클 사이에서 우리 현대인들은 살아가고 있다.
퇴보는 지금의 상태보다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을 말하며, 발전은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단, 퇴보와 발전을 전주한지문화축제의 어제와 오늘로 비춰보자면 틀린 이야기일까.
전주한지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오며 전주 대표 축제 하나로 인정받았던 20년이 넘는 전통의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전주시의회로부터 집중적인 질타를 받으며 한때 예산 전액이 삭감되는 등 존폐 위기에 시달렸다.
축제는 지난 2016년 전북대 총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한때 상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등 중구난방의 운영 방식으로 최악의 행사로 평가 절하되기도 했다.
전주시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들어서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등을 다시금 교체하고 축제의 정체성을 되살린다는 전제하에 예산을 부활시키기로 하고 비상을 향한 담금질에 매진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비춰볼 때 전주한지문화축제의 어제와 오늘을 퇴보와 발전으로 일컫는다 해도 전혀 과장된 비유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전주한지문화축제는 개막 첫 날부터 전기 고장으로 패션쇼가 한 시간 이상 지체되는 우를 범하며 한국전통문화전당에 자리한 패션쇼 무대를 깜깜하게 방치했다. 이 때문에 교통난을 헤치고 행사장을 겨우 찾아온 시민들은 시간을 허비하며 딱딱한 좌석에서 적지 않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첫 단추를 잘못 꿰었던 탓인지 21회째를 맞아 지난해 개최된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전반적으로 미성숙한 대회 운영으로 내실을 다지지는 못하고 기대보다 실망만을 안기며 문을 닫았다는 혹평을 받게 됐다.
그래도 '전주한지, 온누리에 펼치다'란 주제로 전북 전주에서 개막한 피파 U-20 월드컵과 맞물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에 한지산업관을 조성하는 등 방문객 유치면에서는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거두며 체면치레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축제 조직위는 전당을 포함 경기전 등에 모두 10만 여명이 넘게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해, 이는 지난해(9만 여명) 보다 늘어난 수치를 나타냈다.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전주 출신 국악인 남상일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군산 출신 탤런트 김수미와 록밴드 국카스텐 등의 무대를 마련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축제의 일환으로 치러진 올해 대한민국 한지예술대전은 접수 마감 결과, 지난해 163개의 응모작에서 366개 작품이 출품돼 성과라면 성과였다.
한지 업체의 수출 지원을 돕고자 마련된 한지산업관은 전주세관이 참여해 부스를 함께 운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파 U-20 월드컵 개막 시기와 맞춰 무리하게 축제 시기를 앞당기다 보니, 개막 첫날부터 행사 지연과 대체로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 구성 등 타성에 젖은 운영으로 허점을 보였다.
행사 기간에 만난 한 부스 참가자는 "낮에 두세 명만 왔다 갈 뿐 구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구매자는 커녕 행인들만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더욱이 행사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자원봉사자들은 관람객들의 불만 표적도 됐다. 모두 15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일부는, 행사와 관련해 관람객이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간식을 먹고 있는 등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 관람객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전체적으로 잘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상황을 가감없이 전했다.
실망스러운 부분은 올해 어느 대회보다 풍성한 결실을 봤다는 대한민국 한지예술대전의 수상작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운영위와 심사위도 만족을 표한 이번 수상작들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과 4층에서 선보였는데, 장려상과 입·특선 등 일부 작품들은 복도 벽면에 내걸리는 등 허술한 상태였다.
전당 내 홍보관에 조성된 역대 수상작 전시도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행사 지연으로 온갖 비난을 산 전주한지패션대전과 한지패션쇼도 매회 구성이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지적이 나와 구태의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축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에는 조직위까지 해체되면서 올해 축제가 불투명했던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새로운 카드로 한국전통문화전당 오태수 원장을 내세웠다.
전주시는 지난해까지 기존의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이 축제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남에 따라 공석이 된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장으로 오태수 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왔던 전주시가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 5월에 개최될 '제22회 전주한지문화축제'에 앞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고 혁신적으로 집행부에 참여할 위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떠오르는 과제가 됐다.
이전부터 전주한지문화축제가 정립한 비전은 전주 한지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천년 한지의 문화와 전통 승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차별화된 놀이체험 프로그램 개발,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만한 프로그램 구현, 참여단체, 지역 기관을 막론하고 행사의 광역화 시도, 야간 볼거리 제공을 통한 관광객 유치로 발생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추구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로써, 관광 도시의 매력 향상과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고 활동할 수 있는 축제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지산업화를 위한 한지 새로운 수요 창출 및 한지 업체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 전문성 있는 집행위원장의 역할론도 그래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위원장이 모든 걸 총괄할 수 없기에 이를 대신해서 마치 손과 발이 되어야 하는 자리가 집행위원장의 역할이다.
그리고 집행위원장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축제에서 한지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부대 행사로 초청되는 가수나 연예인이 행사에 빛을 낼 수 있겠지만 빚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한지축제에서 한지 관련 업체나 기관들이 소외되면 안 된다. 축제는 한 때가 될 수 있지만 연중 지속적인 전주한지 브랜드화를 향한 뒷받침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지상품개발과 판로 개척 및 산업화로 확대하기 위한 가시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게 축제 조직위 차원에서 적극 나서줘야 한다.
백지장도 혼자 드는 것보다 같이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새 구상이 완비되고 새 조직이 충분한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말할 때, 올해 24회째가 되는 대한민국한지예술대전의 세계화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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