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8.8 | 칼럼·시평 [문화칼럼]
조선학교의 투쟁과 눈물,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김지운(2018-08-30 10:58:07)



지난 6월 22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부산, 서울, 일본에서 모인 120여 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2018 부산동포넷 문화제 '함께해요! 조선학교' 행사(주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 네트워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아직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의 조선학교를 알리고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제외되는 등 7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우리말, 우리 문화, 우리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생겨난 국어강습소가 그 전신이다. 한때 400여 개에 달하던 국어강습소(조선학교)는 1948년 미군정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후 1960년대 일본 정부로부터 학교법인 인가를 받아 학교교육법에 기초한 각종학교로 분류, 현재는 조선대학교를 포함 일본 전역에 60여 개의 초·중·고급학교가 운영 중이다.

한편, 일본은 2010년 4월 일본 민주당 정권이 외국인 학교를 포함, 전 일본의 고등학교에 고교무상화정책을 도입했다. 주 내용은 국·공립학교는 수업료 전액 면제,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연 12만 엔을 지급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일본은 2010년 9월 연평도 해전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심사를 중지했고, 이후 2013년 2월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과의 밀접한 관계와 학교 운영의 적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제도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선고급학교 10개교 중 히로시마, 오사카, 도쿄, 아이치, 후쿠오카의 조선학원과 학생들은 고교무상화 배제 취소소송과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5년간의 재판결과 히로시마, 도쿄, 아이치 1심 패소, 오사카 1심 승소, 후쿠오카는 내년 4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28일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세관에 기념품과 선물을 모조리 빼앗기는 일이 발생했다. 학생들이 빼앗긴 물품은 주로 화장품, 필통, 비누 등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소중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들로 북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로부터 받은 선물, 그리고 부모님과 일본에 있는 친구들, 후배들에게 선물할 기념품들이었다.

아이들의 가방을 마구잡이로 검사하며 물품을 압수해 간 비인권적인 행위에 학생들과 학부모, 재일동포들이 크게 항의했지만 세관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며 철저히 무시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조국 방문, 일본세관의 압수수색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주로 교원들의 물품만을 조사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학생들의 물품 압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유례가 없는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 또 '재팬패싱'을 염려한 아베정권도 적극적으로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와중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재일동포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여전히 조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학력 불인정, 교육보조금 삭감, 유치원교육 무상화 배제 등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의 차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후쿠오카 조선학원의 고교무상화 소송을 이끌고 있는 김민관 변호사(재일동포 3세)는 "한국의 동포들은 재일동포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니까 조선학교와 고교무상화 투쟁에 대해서는 더 모를 수밖에 없다"라며 "왜 조선학교가 일본에 있는가? 조선학교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가? 아이들이 다니는 조선학교가 해방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본정부의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한국의 동포들과 정부에서도 이제는 깊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호소했다.


1945년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우리말, 우리글을 잊지 않기 위해 일본 전역에 세워진 국어강습소(조선학교의 전신), 1948년 미군정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 에 맞서 싸운 '4,24 한신교육투쟁' 70주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차별과 한국정부의 외면 속에서도 재일동포사회의 큰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는 조선학교의 투쟁과 외침과 눈물에 이제는 우리가 응답해야 될 때이다.


"저는 오사카가, 일본이, 그리고 세계가 편견이나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당연한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이 될 것을 바랍니다. 저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갈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조선학교에서 배우겠습니다. 나는 오사카에서, 일본에서 조선학교를 다니는 재일동포 자녀들이 본명으로 당당하게 살며,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일원이라 할지라도 당당히 살며, 여러 사람들이 서로 도우면서 사는 그런 훌륭한 사회가 오기를 염원하면서, 저는 그것을 위한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강하나,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3년)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