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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12 | 칼럼·시평 [기획시리즈]
산유화가
심인택 우석대 교수(2003-09-26 13:19:56)

山有花兮 山有花야

저 꽃 피어

농사일 시작하여

저 꽃 지더락 필역(畢役)하세

얼럴럴 상사 뒤

어여뒤여 상사 뒤


山有花兮 山有花야

저 꽃 피어

번화함을 자랑마라

九十韶光 잠간 간다

얼럴럴 상사 뒤

어여뒤여 상사 뒤


농사 짓는 일이

바쁘건 만은

부모처자 구제하니

뉘 손을 기다릴고

얼럴럴 상사 뒤

어여뒤여 상사 뒤


扶蘇山이 높어 있고

九龍浦 깊어 있다

扶蘇山도 平地되고

九龍浦도 平原되니

세상일 뉘가 알고

얼럴럴 상사 뒤

어여뒤여 상사 뒤


위 노래는 부여 고적보존회가 펴낸 "백제의 사적과 부여의 명승지"에서 부여 지방에 전파된 백제의 노래 山有花를 적은 것이다. 이 노래는 모내기 또는 수확 때 농부들이 모두 부른다고 적고 있다.


산유화!


친근한 이름이며 어딘지 지금 곧 몸에 닿는 듯, 포근한 노래로 여겨지며 고대의 노래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름이다.


山有花歌는 두 가지 由來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백제의 遺歌로 증보문헌비고에, 또 하나는 嶺南樂府 등에 소개되고 있다. 山有花가 메나리로 불리우는 것에 대한 학설을 간단히 적어 보면 李在郁氏 說로 山有花○山遊花○뫼노리꽃○미나리꽃○메나리 즉 용어가 「메나리」로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으며 음악으로는 메나리조(調)로 어떠한 선율을 지칭하게 된다.


산유화가의 가사가 어느 정도 백제의 유음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있으며 산유화가는 현재 농요로 남도 일대에 전파되어 있고 특히 영남 善山 지방에서 많이 불리워 지고 있다. 이 노래가 백제시대의 민요라면 羅唐軍의 백제 정벌 때 병졸들의 입을 통하여 전파될 수도 있고, 그 후에 전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헌비고와 부여 고적보존회의 기록을 믿고 山有花의 原歌가 백제의 것이라면 山有花 노래는 백제의 멸망후 원산지에 서는 거의 亡失되고 새로 전파된 영남 지방에서는 오늘날까지 전해진 셈이며 山有花歌는 메나리조로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판소리에서도 메나리조라는 말을 쓰는 데 그 예를 든다면 강산제 보유자 정권 진씨는 심청가 중 "심봉사 황성 맹인 잔치에 가는 대목"의 「길소리」와 "심청 어미 出喪하는 대목" 「상여소리」몇 장단을 메나리조로 엮고 있다.


「(界面調) 어이가리 어이가리 皇城千里 어이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를 좀 받어주소, 다리 아파 못 가겠네. 뺑댁이네가 길소리를 맡는데 어디서 메나리조를 들었는지 메나리조를 멕이것다. <메나리조> 어리가리너 어이가리너 황성천리 어이가리너 날개 도친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아 이날 이 時로 가련마는, 앞 못보는 봉사家長 다리고 몇 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고 <界面調> 一色이다. 一色이여 우리 뺑댁이네가 一色이여」


<界面調>바루를 치고 인경을 치니 名집하님이 開門을 하네 그려 <메나리조> 어너 어너 어넘차 어가리 넘차 너화넘 <界面調> 그 때의 심봉사는 어린 아해를 강보에 싸서 귀덕 어미에게 맡겨두고


판소리 심청가에서 나오는 위 대목은 메나리조를 노래를 하기에 색다른 맛을 풍겨주며 "길소리" 즉 길을 걸으면서 노래하기에 알맞게 가락과 장단과 음정관계가 어떤 면에서는 산뜻하면서도 계면조의 정감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다.


결국 山有花歌는 메나리조로 엮어지면서 길소리로 이어지고 이 길소리는 樵夫歌로 또다시 이어지게 되는데 경상도 靑松지방의 민요사설을 살펴보면


「구야 구야 까마구야

지리산 갈가마구야

에이에 니새끼 검다고 한탄마라

거치(겉이)검지 속조칠랑 검을 소냐

올게 낳은 해 까마구야

작년에 낳은 묵은 까마구예이

두손으는 엄마품에 옇고

두발으는 아비품에 넣고

지리산을 날어가자」


위 노래는 경상도 지역에서 지리산을 등에 엎고 부른 노래일 것이고, 다음은 지리산 樵夫歌의 사설을 살펴보면


「에이-에이

남 날 적에 나도 났고

내 날 적에 남도 났는데

어찌 부귀 빈천이 같지 않고

항상 이놈은 에이

지게 목발 못 면하고

항상 남의 집만 살아지고」

에이-에에 에에에-에이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에이

고대 광실 높은 집에 에이

사모에 풍결 달고 에이

만석녹을 누리건만 에이

이 내 팔자 어이하여

항상 지게 못 면하고 오오

항상 남의 집만 살이지고 에이(下略)


지리산을 중심으로 퍼진 메나리조의 노래는 대개가 초동(나무꾼) 등 산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노래로 자신의 삶을 지게다리와 작대기를 이용하여 노래와 장단을 꾸며 먼 산길을 오르내리며 엮어진 듯 하다.


다음은 경상도 메나리라 하여 李在郁은 다음과 같은 사설을 소개하고 있다.


「어뒤후후야 시내심곡

가리갈 가마구야

잔 솔 밭을 넘어

굴근 솔 밭으로

넘어가는 구나

허허후후야」


가리갈가마구야 이후후

동모네야 벗님네야

어서가자 밧비가자

점심도 늦어가고

술도 느저 간다 이후후


山川草木은 절머가고

우리 부모는 늙어간다

空山落木 一墳土에

王候子弟도

한번가며 그만이라

허허 후후야

가리 갈가마야 이후후」


이와같이 메나리조의 노래는 노동요로 봐야 하며 경상도와 지리산에 인접한 지역에서의 메나리조의 노래는 전라도의 계면조 노래와 달리 음폭이 조금 높아 노동요로 하기에는 적합하다.


다음은 전라도 김제 지역의 노동연인데 메나리조로 엮어진 노래 사설을 보면



「사래 길고 오호호

장찬 논에

어느님 마주 심어줄 우후후후」


「절구 들어간다 절구 들어가

열이 열두폭 우궁아질로

절구 들어간다 어허허 히이 으으」


「딸아 딸아 막내 딸아

딸아 딸아 막내 딸아

남산 밑에 막내 딸아

시집 살이 어떻든고」


위 몇 가지 노래 사설의 예로 보아 山有花는 백제 지역에서 발생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즉 평야지역에서 노래로 불리워질 때에는 남도 음악의 특이한 계면조의 음감으로 엮어져 점점 동쪽으로 이동하여 그 지역에 알맞는 노래로 정착하되 지리산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태백산까지 남쪽으로는 지리산 남쪽과 남해안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지리산과 태백산을 중심으로 불리어진 노래는 메나리조로 궅어지면서 길소리·길노래로 노동요와 같이 전파되면서 음정관계는 남도음악의 계면조 음계를 약간 벗어나 흥겨우면서도 동작을 유연하게 하는 4박자 계통의 음악으로 그 지역 사정에 맞는 사설로 엮어지게 된다. 강원도의 산을 중심으로한 민요와 경상도의 민요가 바로 이 메나리조와의 관계를 말하여 주고 있다.


그러나 지리산을 중심으로한 메나리조의 노래는 많이 없어지고 지금은 메나리조로 남은 것은 피리의 선율에서 찾을 수 있다. 버들피리, 보리피리 등 산에서 쉽게 구 할 수 있는 엷은 나무 겁질을 잘 벗겨서 불게 되면 이러한 메나리조의 순박한 음정 관계와 선율이 이어지게 된다. 혹 시골 노인네들이 자신이 만든 피리로 이러한 멜로디를 혼자서 불면서 즐기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이제는 메나리조의 특이한 선율을 담은 곡으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악장인 이강덕씨의 작품 "메나리조에 의한 피리 협주곡"에서 지리산을 중심으로한 메나리조의 향음이 물씬 풍겨주게 된다.


이 메나리조의 선율이 다시 판소리에 옮겨 오게 되며 순수 남도음악에 음계가 약간 다른 선율로 접목이 되면서 앞에서 심청가의 사설로 적었듯이 '길소리'로 전해 오고 있으나 메나리조의 분위기를 나타내기가 좀 힘이 든다는 것 같다.


산유화가는 곹 메나리조로 정착이 되면서 지리산을 중심으로는 초동의 노래로, 지리산 서쪽으로는 노동요로 남게되며 전체적으로는 일반적인 민요와 노동요의 구분을 이 메나리조의 선율을 파악하면 쉽게 알게 된다.


산을 중심으로 한 메나리조의 노래는 자취를 감추면서 피리의 선율로 남게되고 산유화가를 부른 평야 지역에서는 활동적인 노동요로 남게된다. 이러한 선율은 감상음악 보다는 현장음악으로 멕이고 받는 노래의 주선율을 담당하게 되나 전라도 지역에서는 계면조적인 메나리조로 불리워지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산을 중심으로한 노래와 평야를 중심으로한 노래가 한 음악이 약간의 음정과 음계에 변화를 주면서 서로 다른 음악인 듯 하지만 실은 같은 음악의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봄이 되어 물이 바짝 오른 버들 피리를 불며 山有花에 얽힌 여러 갈래의 애틋한 얘기와 초동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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