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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칼럼·시평 [저널이 본다]
함께 이루어내는 아름다움과 지역문화의 봄
편집주간(2003-03-26 16:56:52)

봄입니다. 
올해는 월드컵이니, 자치단체장 선거에 기초의원과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되어 있으니 그 부산함이 어떠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올해의 선거 열풍은 우리 삶과 의식의 환경을 뒤흔들어놓을 것이 뻔합니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우리의 정치문화는 여전히 미개(?)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어야 정치를 한다'는 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고, 표를 위해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어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게 됩니다. 
지역문화계도 어느해 봄보다 그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아무래도 월드컵과 선거철의 기운이 문화계에까지 와닿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문화저널 3월호는 변화속에 놓여 있는 지역문화판의 흐름을 주목했습니다. '문화의 집'이 그 대상입니다. '문화의 집'은 정부가 국민의 문화복지 실현을 내세우고 추진한 문화정책입니다. 풀뿌리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그릇쯤이 되겠습니다. 전북지역 안에도 여러개의 문화의 집이 문을 열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고, 실현시켜주는 문화의 집은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의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하여 설정한 것입니다. 지난 96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니 이제 5년째를 맞았지만 그동안 문화의 집이 이루어놓은 성과는 큽니다. 출발이 의욕적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었음을 반영해주는 결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각 지역의 문화의 집 중에서도 '잘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전주의 '문화의 집' 운영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치단체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두고 직접 관장을 공채해 운영하던 형식을 올해부터 민간위탁 운영으로 바꾼 때문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문화공간은 운영책임자의 의식과 철학, 문화적 전략이 그 생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화의 집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언뜻 '민간위탁'이란 방식이 문화의 집을 활성화하고 본래 의미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문화전문가들은 전주시가 추진한 민간위탁이 가져올 허점을 우려합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우선 수탁자 선정방식에 있습니다. 전주시는 시의회의 조례개정을 통해 각동마다 꾸려진 주민자치위원회가 수탁응모에 응할 경우, 우선 수탁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경쟁이 아닌 독점 권한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문화전문가들은 왜 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특집에서 다루었습니다. 
'세대횡단'이 횟수를 더할수록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합창문화를 이끌어온 전주시립합창단 전임 지휘자인 김성지교수와 그 뒤를 잇고 있는 구천씨가 만났습니다. 온갖 음악적 장르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예술성의 궁극적인 지점은 '목소리에 있다'고 강조하는 이들의 합창음악 예찬론을 들여다보면 합창이 지닌 '함께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의 힘이 비단 음악에만 있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아름다움은 또 사진작가 이흥재씨의 작업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십수년동안 시골장터를 뒤지며 앵글을 응시해온 그가 기록해낸 흑백사진. 그 사각틀 안의 세상은 우리에게 그리운 삶의 풍경이자 근원입니다.
문화저널이 '마당'이라는 새옷을 입고 의욕적으로 꾸린 '문화기획아카데미'가 문을 열었습니다. 40여명 수강생들의 열정이 지역문화의 희망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웃음과 진지함이 아름답습니다. 지금, 지역문화의 봄이 이들로부터 더 새롭게 열리고 있습니다. 이 역시 '함께 이루어내는 아름다움'에 다름아닙니다./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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