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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칼럼·시평 [문화시평]
화음과 기교가 돋보인 중후한 무대
전주 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태균 군산대 교수·음악학과(2003-07-03 11:10:14)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 경신년 12월 3일 밤 7시 30분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전주 남성합창단의 제4회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빈 자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관객들 모두 흡족한 표정들이었다. 특히, 남성합창단만이 갖고 있는 중후한 화음은 흔히 접할 수 있는 혼성이나 여성합창에 비해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잘 다듬어진 화음이나 섬세한 기교, 적절한 다이나믹스는 어느 전문 합창단에 못지않는 높은 연주 수준이었으며, 지휘자 박상만의 지도능력을 돋보이게한 성공적인 연주회였다.

이날 연주된 거의 모든 곡은 섬세한 처리로 매우 훌륭했으며, 특히 여섯 번째 무대에서의 R.Huff의 '오 거룩한 밤'은 어려운 부분을 세련되게 처리하는 지휘자의 지도력이 엿보인 대목이었다. 다만 음악전문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조금 유감이었다.

이날의 연주회는 남성합창 외에 전주 여성합창단과 금구 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이 찬조로 출연했다.

여성합창은 지난 9월에 있었던 전북 합창제 때의 연주에 비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듯 했다. 구성원 모두가 30~40대의 비음악전공자인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발성이나 기교면에서 다소 미흡해 보였다. 합창을 위해서 모인 이상 성실히 준비했어야 하며 관중앞에서 책임지는 연주를 해야 한다는 책임이 결여된 듯 했다.

평소에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닐가? 단원 모두가 좀더 애정을 가지고 진지한 자세를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충고하는 것이다. 깜찍한 율동을 곁들인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성탄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 재미있는 연주였다. 그래서 관중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모두들 즐거워 보였다.

전반적으로 남성합창은 모든 곡 하나 하나가 만족한 수준이었으나, 세 번째 무대에선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합창이란 지휘자, 단원들, 반주자가 서로 호흡이 일치할 때 좋은 연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그중에서도 반주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교적 모든 곡의 처리는 만족스러웠으나 오페라 '나부꼬'의 '노예들의 합창' 피아노의 전주부는 다소 준비가 부족한 듯 했다.

우선 속도가 지휘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스케일도 산만했으며 이렇게 되면 그 피아노는 '반주(伴奏)'가 아니라 '방주(放奏)'가 되고 오히려 협조적방해(協調的放害)가 되는 것이다.

비교적 유능한 피아니스트이기는 했으나 합창에서의 피아노란 독주와 또 다르다는 점을 잘 인식하길 바란다. 사전에 악보를 놓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서 남·녀 합창단에게 권하고 싶다. 합창이란 무엇보다도 음색이 우선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각 파트의 성악전공자를 리더로 배치하여 훨씬 좋은 화음을 만들어 내고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선곡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비전공자만으로는 발전이 더디기 때문이다. 이상의 모든 지적들이 보완된다면 보다 나은 합창단이 되리라는 기대에서 주문하는 말이다.

연주자는 많은 아마추어보다 한 사람의 전문가를 의식하는 자세로 무대에 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전북의 유일한 '전주 남성 합창단'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제5회 연주회를 다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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