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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 | 칼럼·시평
[서평] 소년을 위로해줘
관리자(2011-01-06 14:36:31)

소년을 위로해줘 니은자 달랑거리는 소년 - 양승수 前)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이 책은‘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인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이며 소년의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종의 데미안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극적 사건보다는말(言)에 기대고 있다. 부연하자면 오히려 사건은, 일상적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받아들이는가에 있다. 소년 이전과 소년 이후 사이에 있는 문지방이라 할 수 있는시기를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세 계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소년 이전에서 소년이후로의 변화는 곧 우리 사회에서는 성장이며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데미안인 것이다. 

그리고 소년 이전과 소년 이후 사이에 그가 어른들의 세계속에서 그 세계를 해석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자신을 해석하는 독백이라는측면에서 어린왕자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위로받아야 할 소년이다 이 소설은 소년 이전과 소년 이후 사이의 존재즉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류학자 빅터 터너는 한 개인 나아가 한 사회의 문화를‘구조-반구조-구조’의 변증법적 변화로 설명하며, 구조와 구조 사이의 반구조를‘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리멘(limen)’에서 파생된‘리미널리티(liminality)’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문지방을 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이전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문지방은인간의 존재 상태를 변화시키는 근원적인 존재론적 힘을 내장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와 같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일상적인 문화와 사회의 상태, 어떤상태를 형성하고 시간을 경과시키고 구조적인 지위를 정해 가는 과정 사이의‘중간적인 상태’를 가리킨다.터너는‘구조의 틈’, ‘구조의 가장자리’, ‘구조의 바닥’, ‘구조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모두‘코뮤니타스(communitas)의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코뮤니타스의 존재’는 기본적으로‘주변인’이다. 코뮤니타스와 구조는 공통적으로 인간의다른 인간에 대한 관계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코뮤니타스는 사회적 필요로서구조와 마찬가지로 필수적이다. 그러나 코뮤니타스는 본질적으로 구조와 대립하여 있으며 코뮤니타스가 반구조적인 가치를 표현함으로써 구조를암묵적으로 비판한다. 나아가 코뮤니타스는 모든사회 구조적인 규칙들을 문제시하고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안한다.그거. 어떻게 보면 상처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있는 당당함이거든.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작정한사람의 권력 같은 거지.(262p)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현재의 기존의 틀에 대한‘암묵적 비판’과‘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틀 속에 구겨넣어진다.(347p)”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론, ‘세상이 왜 이렇게 타인에게 폭력적이냐(348p)’는 것이다. 세상은‘거대한 시스템은 세상을 배워가려는 어린 영혼을 질식하게 만든다.(388p)’라고 작가는작중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어린 영혼’그들은 누구인가. 재욱의칼럼을통해작가는말하고있다.“ ‘소년’의감수성이란 단순히 연령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불완전한인간이 가지고 있는 경계인과 아웃사이더로서의 내면이다.(331p)”그러니 소년이면 어떻고 소녀라면 어떻겠는가.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게 한다. 세상에 적응하며 세상에게 상처받은 자“우리 모두는 궁극적으로우주의 어린 아들, 즉 소년들이다. 서로 위로해주자…(389p)”라고 말한다. 

 그냥 그대로도 괜찮아 그렇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강연우의 어른스런모습,‘ 심드렁’이아닌‘노랑머리깡’은무엇인가. 과도기적 삶에서의 풍부함도 반론도 사라진 철저히 잘 적응한 그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다. 이 글 전체가 그러하지만 지극히주관적인 독법으로는 독고태수의 죽음을 통해 하나의 자아가 버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본다. 다시 말해 이 사회는소년을 용납하지 않으며, 이 소설에서 농담처럼 등장하는 지독한 이분법처럼 세상에는 적응하는 인간과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인간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꼭 죽지 않았어도 해영의 아빠가 입은 남의 옷“하지만 어떡합니까. 

어릴 때부터 입어온 옷이 이미 피부나 마찬가지가돼버린 걸.(439p)”이라고 말하는 옷이 또 하나의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식으로 보자면 상징계에서 실재계의 내가 소외되듯이 진짜‘나(소년)’는 항상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구성에서 말미를떼어 앞에 제시한 인트로(intro)에서 보여주는 겨울은 소년과의 이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소설은 스스로와도이별한 소년에게 자신에게도 버려진 소외된 자신을 다시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하고 있다.

소나무숲에 흰 눈이 사선으로 떨어지면서 마치 스크린이내려오듯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기 시작하면, 그애로 짐작되는 흐릿한 기척에게 눈짓으로만 짧은 작별인사를 보낼것이다.(10p)그애와의 이별은 그애가 있기 때문에 존재했던‘나’인‘소년’과의 이별이다. 운동화끈을 풀어 다시 단단히 조여매고,갈 때의 두배쯤으로 속력을 높여 그 애로부터 떠나오려고 한다고, 그것 말고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연우(소설 속의 나)는 말한다. 하지만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의 궁극적 의미는“잘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내 머릿속과 마음에서 태수를 깡그리 지워버리는 일.(13p)”이라는말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지워지지 않는 태수는 누구일까. 그것은 우리가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소년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에서‘힙합’이 계속해서 활용되고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내용 전개를 위해서 쓰이는것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을 관통하는 어떤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즉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저항성과 남의 옷을 입어야하는 기존의시스템에 대한 반론이 잘 호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멜로디를 버리는 대신’‘말의 자유를 얻었다’고 하는 힙합의 형식과‘말’을 중심으로 하는 이 소설의 형식에서 묘한 일치점을 발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힙합’이 저항적인 장치만이아닌 소년이‘내 속에 들어 있던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나’,‘그대로의 나’를 발견해가는 장치로도 쓰이고 있다는 점도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지금까지 애써 설명했던 것에있지 않다. 오히려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게해준다는 점이다. 이미 낯설어진 순수함이 유치함으로 느끼지는 탓인지 알 수 없는 이질감이 없진 않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 순간들의 순수를 다시금우리에게 일깨우는데 장점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글은 애초에 그 풍성함을 담아보려는 시도는 하지도 않았다.혹 그 세계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소년들의 어법을 직접들어볼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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