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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 | 칼럼·시평 [서평]
그래서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세계는 1 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지음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2012-02-06 14:08:02)

얼마 , 장애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장애인 학생을 자녀로 어머니, 인권운동가들이 함께 모여 장애 인권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에 다녀왔다. 처음 마주친 이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보기 위해 간단한 소개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했다. 타인의 시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는데 그중에 장애인 당사자는 자신을동정과 시혜의 대상이라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음 같은 일을 말해줬다휴일에 친구들과 잔하고 전동휠체어를 몰고 가는데 저를 유심히 보던 어떤 아저씨가 아무 없이 1만원을 안겨주고가더라고요. 순간 황당했습니다.” 글에서 소개하는 책『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에도 너무나 유사한 일화가 등장한다. 사는 곳과 문화, 언어가 다르더라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동정의 시선은 다르지 않다. 그들의 욕구가 무엇이고, 정말 어려운것이 장애인지 아니면 장애를 차별하는 사회인지 생각하지 않은 무턱대고도와주자 시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 속에 장애인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그들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는 차별 역시 어느 곳에나있다. 그것은 경제적 수준과 사회복지 체계가 발달된 선진국일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차별의 상태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의연히 맞서는 시민들 역시 어느곳에나 있다는 점이다.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도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언론인이자 장애인 단체의 이사,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아버지이기도 저자가 책은 일본의 지바현에서 현지사의 제안으로 2002년경부터 시작되었던 장애인권조례 제정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조례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지만 법규 제정 과정을 딱딱하게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조례 제정을 위해 사람들이 움직이며 그동안 침묵의 수면 아래 가라 앉아있던장애인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조례 초안을 만들기 위해 모인장애인 차별 철폐 연구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접수한 장애인 차별 사례는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차별과 똑같았다. 막연하게그래도 선진국인 일본 사회의 복지 체계는 되어있으니 차별 문제도 발생할 같다 생각을 갖고 있는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은 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것이다.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 조례안이 현의회에 상정된 이후에는 복잡한 지역 정치계의 모습도 엿볼 있다. 조례 제정에 의욕적이던 지방자치단체와 보수적인 색체가 강하던 지방의회 입장이 다르다 보니 조례안이 표류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일본의 보수정당인 자민당 소속의 지바현 의원들 대부분이 조례에 제동을 걸고 조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모습에서 2011 하반기에 전북교육청이 상정한 전북학생인권조례안을 반대하며 조례안을 부결시켰던 도의원들의 행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전북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본부와 도민들이 줄기차게 조례 제정을 요구함에도 꿈쩍하지 않던 도의회를 보며 속을 태우던 사람 한명으로서 지바현 장애인권조례를 지지하던 주민들이 얼마나 초조해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있었다.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민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이들은 조례안의 통과를 위해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전달하고, 지역 별로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서 조례안을 알기 위해 공부하며, 의회의 조례안 심사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어렵게 방청단을 구성한다. 대규모 시민단체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들이 많은 역할을 했을 것이리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1%만이 노력하여 만든 조례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이평등한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동정이 아닌 평등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당연하게여겨지던 것들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은 여자·남자 화장실 구분을 하는데 장애인 화장실은 여남의 구별이 없는 가부터, 공공기관에 경사로나 점자 안내판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면 과연공공 누구를 위한 공공성인가라는 문제까지 정말 많은 차별과 맞서야 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차별에서부터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주체에게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점은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새롭게 당선된 지바현 집행부의 시도가 없었다면 조례 제정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공무원 사회가목소리가 크고 좀처럼 단념하지 않는 귀찮은 사람들로 여기는 시민들의 노력이 멈췄다면 의회 통과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담으로 서울과 주요 광역시 등에서 어렵지 않게 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과정 역시 치열한 시민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하철역에서 장애인 휠체어를 이동시키는 수직리프트를 이용하다 장애인과 노부부가 추락사하는 참혹한 일이 발생하며, 이동조차 자유롭지 않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장애인들의 삶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후 2 참사가발생되지 않기 위해 장애인들과 시민운동가들이 홍보물을 배포하고 서명을 받으며, 협상을 외면하는 비장애 중심 사회와 대화하기 위해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버스를점거해야만 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있은 뒤에 비로소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만들어지며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생기게 것이다. 나라가 해줘서 혹은 똑똑한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평등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우리와 일본의 장애인권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다만책을 통해서는 그러한 노고를 살펴볼 없다는 조금 아쉬운점이다.지바현 장애인권조례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은 조례안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장애인의목소리를 사회가 외면하지 않도록 하며,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발언해낼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사회적 약자들의 발언권을 확대해 가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것이기도 하다. 나치 독일 정권이 사회적 약자를 탄압할 침묵의 동조를 하다가 정작 나치 정부가 자신을 체포하러 왔을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백을 독일의목사 마르틴 니묄러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우리의 연대가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나쁜 상황으로 가는 것을막을 있다는 것을 니묄러 목사의 이야기는 반증하고 있다. 제목처럼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뀌고 있다. 다만 방향은지바 현의 사례처럼 나은 삶으로의 전진이 수도 있고, 나치정권하의 독일처럼 폭력적 사회로의 후퇴가 있다.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답은 우리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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