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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정월대보름 놀이행사(임실 필봉마을, 전주 삼천동, 정읍 원정마을)
관리자(2012-03-07 16:09:00)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엿보다

이종진 전북대학교 강사


올 정월대보름에는 임실 필봉 정월대보름굿과 전주시 삼천동 정월대보름굿, 정읍 원정마을 줄다리기에 다녀왔다. 민속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월달은 특별한 달이다. 일 년의 세시풍속이 정월달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 저 곳 민속현장을 다녀야 하는 일 년 중 최고의 대목이다. 한국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전통사회에서 이루어지던 풍속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월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민속현장을 찾아다니는 것은 민속학도의 기본이다. 매년 이미 다녀온 곳을 다시 한 번 가볼 것인지, 새로운 곳을 가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올해는 아직 가보지 않은 남해안 해안지역을 가보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과거에도 여러 차례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임실 필봉 정월대보름굿


임실 필봉 정월대보름굿은 매년 정월보름 전 토요일에 이루어진다. 원래는 보름날 저녁에 이루어졌던 보름굿이 풍물굿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보름날 보다는 주말인 토요일 저녁으로 정해진 것이다. 토요일에는 필봉에서 굿을 치고 정월보름에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 가서 보름굿을 행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대부분 필봉 정월대보름굿은 다른 곳과 중복되지 않아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참석하게 되는 것이다. 필봉마을은 임실군의 조그마한 산골마을로 70년대 이후현재까지 전국의 대학생들이 풍물굿을배우기 위하여 찾아오는 곳으로 40여 년동안 필봉굿을 배우고 익힌 수만 명의 열성 팬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월대보름굿을 할 때가 되면 필봉마을에 모여 당산제, 샘굿, 지신밟기, 판굿을 치고, 마지막으로 커다란 달집태우기를 하며 흥겨운 놀이판을 만든다.달집태우기를 끝으로 공식적인 보름굿은 마무리되지만 전국에서 몰려온 풍물잽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전수관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놀이판을 벌이며 긴긴 겨울밤을 짧게 보낸다. 마을단위 공동체 중심적인 사회에서 정월대보름 굿이 사라지고 일부 마을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거나, 도심에서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보름굿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필봉은 마을 사람들보다는 과거 필봉풍물굿을 배우고 익힌사람들이 모여 공식적인 보름굿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구경꾼들이 만들어가는 비공식적인 놀이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정월대보름굿의 연행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군중들이 대단위로 모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놀이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즉 구경꾼과 연행자의 서로 다른관점에서 놀이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필봉 정월대보름굿은 과거의 전통이 현재 어떻게 재창조 되고 발현되고 있으며 향후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아니 이른 새벽까지 쇠 장고 소리가 들리는곳이다.


전주시 삼천동 정월대보름굿


다음날 늦은 오후에 전주로 향했다. 일요일이 정월대보름이기 때문에 삼천동천변에서 전주기접놀이 보존회가 정월대보름굿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 5명을 대리고 천변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거대한 달집을 만들고 있었으며 각종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연날리기에 관심을 보였다.그래서 가오리연을 하나씩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연을 날려 보지만 바람이많지 않아 실패의 연속이다. 나 같으면이만 포기할 것도 같은데 말이다. 오랜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연을 날려 보았지만 연을 높이 날리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주최 측에서 깡통과 나무를 준비해 놓았다. 아이들은 깡통에 불을 붙이기 위하여 뱅뱅 돌리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깡통을 돌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도심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정월대보름굿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전주기접놀이는 칠월백중에 인근의 여러 마을이 이곳 천변에 모여 놀이판을 벌이는 백중 합굿이다. 마을이 등장하기 때문에 마을을 상징하는 용기를 앞세우고이곳으로 모인다. 때문에 용기를 들고 마을 간에 인사도 나누고, 용기 싸움도 벌기고, 용기를 가지고 장끼자랑도 하면서놀았던 대동판이 전주기접놀이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농촌마을에서 이루어지던 것이 해방이후 전승이 끊어졌지만 오로지 이곳 용산, 정동, 비아마을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전승을 이끌고 있는 단체에서 정월대보름굿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달이 떠오르자 마지막으로 거대한 달집에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타올랐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타오르는 달집에 묵은 액운을 태워보내고 새로운 해에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 한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지켜 볼 수있어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연날리기깡통돌리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마냥즐거워했고,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평안하고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해 본다.


정읍 원정마을 줄다리기


화요일은 음력 열엿세날이다. 이날은 정읍 산외 원정마을에서 줄다리기가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공동체 제의가 열나흘 또는 보름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원정마을을 다음날 이루어지기 때문에 20여년 전부터 대부분 참여하는 편이다. 원정마을은 필봉마을 보다는 평원지역이지만 여전히 산골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큰 개천이 흐르고 뒤로는 장두산이 버티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원정마을에서는 예부터 지금까지 정월 대보름 다음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풍물굿을 치며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걷고, 이 짚으로 마을광장에서 줄을 만들고, 완성된 줄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이를 펼치고, 남자와 여자로 편을 갈라 승패를 겨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산나무아래 줄을 꼬아 용틀을 만들고 당산제 올리는 마을이다. 구경꾼을 위한 행사가 아니고 마을 사람들끼리 오랫동안 행해 왔던 줄다리기고 당산제 지내고 놀이판을 벌이는 축제인 것이다. 줄다리기하는 날에는 고향을 떠나 객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고향을 찾아와 함께 한다.줄다리기에서 여자편이 이기면 풍년이든다고 하고 남자편이 이기면 재앙과 병마가 없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남자가 이길 수 없게 되어있어 항상 여자편이 이긴다. 남자 편은 성인 남자로 구성되지만 여자 편은 성인이 되지않은 남자는 여자편이 되고 힘을 쓸 수없는 할머니들은 남자 편에 가서 남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를 하기때문에 매년 여자편이 승리한다. 정월달에 이루어지는 설이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며 소극적인 혈연중심의 성격을 갖는반면, 보름은 집단적이며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마을 공동체 명절임을 확인시켜주는 원정마을이다.호남지역에서 뿐만 아닌 전국 대부분에서 이루러지던 줄다리기와 당산제가이제는 대부분 전승이 되지 못하고 있는현실에서 원정마을 줄다리기는 전통사회에서 이루어지던 줄다리기와 당산제를고스란히 유지하며 마을축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이날 외부에서도많은 사람들이 구경꾼들이 몰려온다. 이날 모든 음식과 술을 마을에서 제공하며흥겨운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산외 원정마을이다. 일 년 만에 이곳을 찾아와 술과 안주를 배부르게 먹고 흥겨운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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