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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 | 칼럼·시평
[문화시평] <한국미술의 모더니즘>전
관리자(2012-04-04 17:55:18)


 <한국미술의 모더니즘>전 (2012. 3. 1.~4. 15, 전북도립미술관) 한국미술사의 첫 집단운동, 변혁의 물꼬를 트다 김선태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1950년대 후반, 아카데미즘에 반발한 새로운 미술세대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모더니즘의 전개는 한국미술사 최초의 집단적 운동이며 변혁이라 할 수 있다. 6.25전후(戰後)의 현대화와 서구문화 수용을 몸소 체험했던 이들은 모더니즘이라는 거대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특히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앵포르멜(Informal:추상표현주의)운동은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모더니즘 바람을 일으켰다.대상의 외형을 모방하고 재현해왔던 전통적 조형은 순수한 조형요소(선?면?색 그리고 재료의 물성)에서 이상적 미의 세계를실현하는 것으로 대체됐다.추상표현주의 운동의 모더니즘미술은 맹목적 서구사조 수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 형식이 전 세계로 확산된후 점차 그 내용에는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이 내재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한 모더니즘미술의 시대적 필연성을 담보로, 평면성 강조나 필획에 있어서의 감정이입과 같은요소들이 국제적 미술양식으로 확고한 뿌리를 내리게 됐다.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 모더니즘미술도 형식이란 틀에서 벗어나 한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실험에 접어들었다.유럽의 전후 앵포르멜(Art Informal)과 미국의 액션 페인팅,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를 받아들여 6?25전쟁의 참담한 체험을 조형화한 한국 앵포르멜은 추상형식에 동양적 정서와 한국 특유의 정신성을 내면화시킨 것이다. 전후(戰後)의 궁핍한 경제 상황은 대다수 청년작가들에게 그림을그릴 최소한의 여건도 제공 못할 형편이었다. 앵포르멜의 주역들은 청계천 상가에서 구입한 안료를 린시드 기름에 개서 천막용 천에 그림을 그렸다. 앵포르멜이 당시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자생적인 것이었다고 한 박서보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다. 모더니즘미술은 미술계 전반에 추상화를 선도했으며, 개혁과 자유와 전위의 선언적 의미로 불리었다. 한국 모더니즘 미술을 분류하자면, 먼저 수묵추상계열의 정탁영은 화면에 종잇조각들을 흩어놓고 그 위에 먹물을 부가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독특한 추상화면을 만들어낸다. 1980년대 송수남은 수묵화운동으로 수묵의 정신을 환기시켰다. 그는 추상의 정점에 있던 정통 수묵의 현대화를 끌어내는 선도적 역할을 했다. 서체추상에서 이응노는 서예적 추상과 문자의 형상이 만드는 더욱 견고한 통일성과 깊은 정신적 차원에 천착하는 경향을 띠었다. 권영우는 전통 문양과 가옥을 연상시키는 창살문, 곡선을 응용한 조형에서 한지 같은 물성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려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앵포르멜의 한 갈래로 뜨거운 추상 경향의 화가들을 지칭하는 명칭인 타시슴(Tachism)경향의 윤명로는 갈필의 흔적이나 얼룩, 순간적인 붓 자국에서 나온 형태들을 구축한다. 한편 추상표현주의 색면 추상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에 일어난 미국 회화의 한 경향이다. 추상적 기호나 이미지를 대형의 통일된 색채형태나 색채영역의 방식으로 제시하려는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을 분류하는 용어다. 전혁림, 권옥연, 김봉태, 곽인식의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 이처럼 1950~60년대 한국화단은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 경향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대원은 색면화에 근간한 자연과 풍경 그리고 연못을 그리는 화가로 남았다. 모더니즘 계열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마지막 결정체라 할 수있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표현과 즉자적이거나 객관적인 접근이 특징이다. 김정숙, 문신은 동을 사용해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미니멀 조각을 구축했다.한편 모노크롬[monochrome : 한 빛깔이라는 뜻이며 "홀로"를 뜻하는 μ?νο? (모노스)와 "빛깔"을 뜻하는 χρ?μα(크로마)를 합한 그리스어 μον?χρ]은 미니멀리즘의 한 경향이다. 대표적 작가 이우환의 작품은 미니멀한 간결함이 특징이지만 그런 단순한 이미지들이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복잡한 사고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이우환의 작품으로 인해 모노크롬 회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대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모노크롬 회화를 통해 비로소 우리 미술계가 서구미술의 모방과 아류라는 비난을 극복하고 독자적 미술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현대미술사에서 이우환의 위상을 빛나게 한다. 한국적 모더니즘 회화 속에서 한국화의 박노수는 전체적으로 동양적 자연관에 입각해 현실과 거리감 있는 관념적 이상향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에 반해 운보 김기창은 자유롭고 활달한 필력으로 힘차고 동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고시적인 풍속화에서부터 형태의 대담한 왜곡을 거쳐 극단적 추상에 이르기까지 구상, 추상의 전 영역을 망라한 폭넓은 작가적 역량을 구사했다. 이번 <한국미술의 모더니즘>전은 오늘날의 복제성, 일회성이 넘쳐나는 세대를 뛰어넘어 지난 세기 순수한 미의식의 세계를 누볐던 모더니즘미술을 미술사적 맥락 속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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