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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 | 칼럼·시평
[서평]『세상을 바꾸는 문화 창조자들, 폴 레이·셰리 루스 앤 더슨 지음
관리자(2012-04-04 17:58:39)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천 김동영 문화포럼 이공대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한 게 사실이다. 나는 최근 창조적 도시의 속성과 창조적 도시를 움직이는 창조적 사람들의 특성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도시의 창조적 활동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사람들의 창조적 삶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도시의 창조적속성으로 뉴욕의 소호를 연구한 샤론 주킨의‘미적 라이프스타일(aesthetic lifestyle)’, 시카고의 위커파크지역을 연구한 리차드 로이드의 ‘신예술가적 기질(neobohemiandisposition)’, 뉴욕의 창조산업을 연구한 엘리자베스 커리드의‘소셜라이프(social life)’등의 연장선상에서 이 책을 생각했다.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문화는 예술이나 패션 또는 대중문화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예술적 속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는 원천으로서‘믿음체계’또는‘가치관’을 말한다. 우리는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대한 사회적 강요라는‘믿음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빨간 신호등에서는 멈춰야하고 파란신호등에서는 건널 수 있다는 기초적인 믿음체계에서부터 어른과 식사를 할 때는 어른이 먼저 한술갈 뜬 다음에 먹어야한다거나 약속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는등의 다양한 기준이 있다.위와 같은 믿음체계를 조금 더 확장하면 출산이나 인구증가,기아, 빈곤, 환경, 인종차별, 남녀불평등,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있으며, 어떤 사회든지 은근히 주류적 시각을 강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느시대든지 바로 그 주류적 시각에 반하는 대안문화로서 하위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바로 주류로서 현대주의자들과는 다른 대안적‘믿음체계’를 가지고 실천하는 하위문화의주체로서‘문화 창조자들’을 다루고 있다.저자에 의하면 미국사회는 크게 주류문화로서 현대주의자와하위문화로서 전통주의자와 문화창조자로 나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주의자는 트렌드와 혁신에 앞서있고,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와 기술진보를지원하고 목표를 향해 측정 가능한 판단을 하고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 한다. 현대주의자의 세속적인 세계관을 비판하는 전통주의자는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애국주의적 공동체를 지향하며 시민의 자유보다 비도덕적 행동 규제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그렇다면 문화 창조자들은 어떤 믿음체계를 가지고 있으며무엇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인가? 저자는 문화 창조자들의 속성을 크게 7가지로 나누고 있다. 자신이 진정 느끼는 일을 하고자 하는 진정성, 부분이 아닌 전체 과정으로서 큰 그림을 보려는 자세, 이상을 세우고 직접 참여하고 실천하려는 행동주의,전 지구적 관심과 생태적 사고, 여성적 인지방식의 중요성 인식, 사회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타주의, 내면생활 개발을 위한 자아실현과 영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속성을 가진 문화 창조자들은 현대인의 보다 많이 소유하려는 물질만능주의,탐욕,‘ 나’먼저라는의식, 현재의상태에만족하여태만해지거나 만족하지 못해 불안정한 자세, 눈에 띄는 인종 및 계급에 따른 사회적 차별, 노인·여성·아동을 보살피지 못한 사회의 실패, 현대사회의 현실주의로 간주되는 쾌락주의와 냉소주의를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한다. 세상에 문화창조자들이 출현하게 된 사회적 토대는 반전반핵운동, 인종차별 철폐,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기존의 질서와 가치에 대해 항의하는 사회운동으로부터 시작된다. 규범에 도전하는 사회운동은 자연스럽게 환경운동과 결합되면서 대립과 저항이 아닌 환경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통한 대안적 기업운영형태와 대안적 소비라이프스타일이라는 실천적 삶으로 나아간다.그리고 다시 사회운동과 대안운동은 인간과 지구에 대한 내면적 성찰로서 의식각성운동과 결합되면서 파편적인 운동들이 비로소 문화창조자로 수렴된 것이다.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한 두 번은 기존질서의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 당신이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 과학의 힘을 신뢰하고 과학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물리학박사가 된 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에서 일을 했던 윌 키핀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막 연구소에 들어왔을 때 향후 50년간 세계의 석유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여 화석연료가 곧 바닥나기 때문에 앞으로 50년 동안 4~6일 간격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씩 건설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그는곧 연구소에서 사용한 에너지 모델이 가지는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직서를내고 연구소의 에너지 모델이 가지는 문제점을 연구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과학의 가면을 쓴 정치의 실체를 밝히면서좀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지구온난화와 재생에너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유럽공동체, 호주,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윌 키핀의 이야기는 단순한 무용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내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체험하고 과도기를 거쳐 삶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화창조자가 되는 하나의 과정을 보여준다.현대사회는 여전히 현대주의자들이 주류인 사회이며 우리는현대주의적 시스템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며살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우리의 세계를 돌아보자. 이상주의자거나 이단아처럼 여겨졌던 문화창조자들의 이상들이 하나씩 주류와 통합되거나 혼성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심지어 문화창조자들의 가장 큰 특성인 의식이나 영성이 비즈니스 속으로들어오기 까지 하고 있다.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는 현재의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윤리적인 상상과마음속의 지혜를 가지려는 태도를 가진 문화창조자들은 이상을현실로 만드는 실천을 통해 물질주의적 주류문화의 물꼬를 바꾸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당신이 문화창조자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맨 앞에 있는 체크리스트에 진심을 담아 체크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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