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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 | 칼럼·시평 [문화칼럼]
새로운 발견, 협동조합을 생각하다
주요섭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2013-04-05 11:56:34)

‘새로운 협동조합 시대 활짝 열리다’ 3월 13일 협동조합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의 제목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100일이 되는 3월 10일까지 전국적으로 총 647건의 신청이 이루어져 이중 481건이 신고수리 또는 인가되었다. 하루 평균 약 6.5건씩 신청을 한 셈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약 3,0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협동조합들도 많이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이나 노래방도우미협동조합, 학습지협동조합은 고전적인 편에 속한다. 자전거포 주인들이 모여 사업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농·생명융합협동조합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전문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퀵서비스기사, 이주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협동조합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밖에 마을주민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문화협동조합 등도 눈에 띈다. 가히 열풍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협동조합 만들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협동조합 강좌와 학습회를 조직하고, 행정기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협동조합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현장 방문지로 성남에 있는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을 찾기도 했다.

협동조합 신드롬은 또 하나의 거품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협동조합 신드롬은 어디로 갈 것인가? “왜 협동조합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더 이상 불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라는 거창한 담론도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전북의 새로운 도정목표가 지역순환경제에 바탕한 ‘삶의 질’과 협동조합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대안적일 수 있을까?). 문제는 그 실체와 실과(實果)이다. 사회적 기업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7년사회적기업법이 시행된 후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아카데미를 개최했고, 수많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배출되고, 수많은 인력을 지원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자활사업이 있었다. IMF 이후 도시지역 빈민운동이 제도화되면서 전국의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자활후견기관이 만들어지고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하는 자활(사업)공동체가 양산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품이었다. 새로운 복지 모델 및 일자리 모델로써 의미가 적지 않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지속가능한 자활과 (사회적) 기업은 불가능했다. 또한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그치고 말았다. 자활사업체와 사회적기업의 3년 이내 생존율은 한 자리 수를 넘지 않았다는게 안팎의 지적이다. 다시,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어떻게 될까? 협동조합기본법 상의 협동조합만 보면 비관적이다. 상당수(어쩌면 대부분)의 협동조합 법인 신청자들이 행정의 직간접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행정의 지원이 시들해지고 경영과 조직운영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사업을 포기하는 협동조합이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자활사업 및 사회적 기업과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협동조합의 역사가 그것이다.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이후 170여년 세계 협동운동의 역사, 일제하 1920년대에 시작된 농민조합 및 소비조합의 전통, 그리고 1960년대에 다시 부활한 원주의 협동운동과 가톨릭 배경의 협동운동(특히 신협운동)의 내공이 지금우리 안에 유전자로 각인되어 있다. 또한 한살림생협과 아이쿱생협, 그리고 한울생협, 전주의료생협과 같은 지역 생활협동조합들이 걸어온 30여년 역경과 성공의 역사가 있다.

협동조합, 자본주의 이후의 씨앗이 되기 위하여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자활과 사회적 기업과는 다를 것이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인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는 산업혁명기가 아니라 포스트 산업·자본주의, “시스템과 문명의 위기(2011년 세계사회포럼 주제)”가 운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 근대적·산업사회적 협동조합을 넘어서야 협동조합은 진정 새로운 사회의 기초가 될 수 있다.한국의 협동조합 신드롬은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의 새정치운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경실련과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으로 상징되는 NGO 열풍이 그랬던 것처럼,근대화(산업화/민주화)를 향한 한국사회의 역동적 도전이다. 정당운동과 시민운동을 통해 미완의 정치와 시민사회를 한국식 압축 성장으로 튼튼히 한 것처럼, 오늘협동조합운동은 기업/국가 동맹으로 균형이 무너진 한국 자본주의에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영역을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협동조합은 ‘약간 오래된 미래’다. ‘재(再)발견’이다. 그런데 ‘재(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함축되어 있다.하나는 ‘다시(again)’, 그러나 또 다른 뜻은 ‘새로(new)’이다. 협동조합의 진정한 재발견은 ‘새로운 발견’이다.그러므로 ‘다시’에 머무르는 것은, 어쩌면 퇴행이다. 더욱이 우리는 이미 생태·경제·사회의 복합위기시대,문명사적 전환기에 살고 있다. 실제로 오늘의 협동조합운동 안에서는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경제적 편익보다 공동체의 가치 실현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전통적인 갈등관계를 넘어서 상생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생·소공동 참여형 협동조합 안에서, 온라인과 접목된 p2p경제와 공유경제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생활양식과 사회경제체제, 그리고 새로운 문명이 잉태되고 있다. 새로운 삶과 사회의 주인공들이 성장·성숙되고 있다. 그렇다. 이제 협동조합은 새로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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